- 라비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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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여행이 나에게 남긴 것
2013-08-26
지난 8월 3일-10일까지 7박 8일의 일정으로 몽골에 2013년 변경연 하계연수를 다녀왔다.
여행은 일단 잠자리가 깨끗하고 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있어 몽골여행은 첫날부터 그야말로 악몽의 시작이었다. 여행 1일차 나름 고급 호텔이라고 체크인했던 Hotel Mongolia는 여기저기에서 온갖 벌레들이 출몰했고 이부자리도 호텔 특유의 빳빳하고 풀먹인 시트의 느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정말 겉모습만 번드르르하고 규모만 컸지, 역시 내부는 형편없다는 느낌을 받으며... 하지만 그날의 내 불평을 입밖으로 꺼내놓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그 이후 나흘 동안의 흡수골에서의 시간들에 비교한다면 첫날의 호텔은 거의 궁궐 수준이었다. 둘째날부터 시작된 흡수골에서의 나날은 낮에는 기본적인 배변을 해결할 수 있는 여건이 열악하여 음식먹는 것이 두려웠고, 또 밤은 밤대로 정말 어디서 출몰할지 모를 벌레에 대한 공포에 떨며 제대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게다가 취침 이후 2시간부터 난로의 장작이 다 타버려 새벽녁에는 추위에 떨다 잠을 설치고 아침에는 부족한 잠 때문에 제 시간에 기상하는 것이 곤역이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흡수골의 열악한 환경에 적응이 안되어 괴로와하던 중 여행 5일차에 드디어 숙소를 테를지로 이동하게 되었다. 테를지에 도착하여 그곳의 게르와 샤워공간, 화장실 시설을 본 순간 "그래! 여기는 흡수골에 비하면 완전히 '5성급'호텔이구나"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래도 명색이 국립공원 답게, 테를지의 환경은 그래도 흡수골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호수가에 위치한 흡수골에 비해 테를지의 환경은 게르의 상태도 건조한 기후 탓인지 눅눅함이 없고 훨씬 쾌적하게 느껴졌다. 습기가 많지 않아 벌레들이 적다는 점과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남녀 따로 분리되어 있고, 갯수가 여성용의 경우 toilet 6개 샤워부스, 5개로 흡스골의 남녀공용 화장실 2칸, 샤워부스 4개에 비하면 그 수적인 면에서 훨씬 편리하고 사용 용이하다는 점이 마음이 들었다. 남녀 각각 분리되어 있는 샤워장과 화장실 또 눅눅하지 않고 쾌적한 잠자리가 그리 높은 기대수준은 아닐진대 그 부분만 충족되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날아갈 듯이 기뻤다. 더운물이 나오는 샤워장, 배변 욕구에 맞춰 눈치 안보고 편하게 볼 일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여느 5성급 호텔 부럽지 않았다.
몽골 여행 이후 집에 도착하여 가장 먼저 욕조 가득 더운물을 받아 거품비누를 풀고 장시간의 거품목욕을 했다. 그러면서 느껴지는 행복감과 감사함이란 이루 표현할 수 가 없다. 집을 떠나봐야 집의 고마움을 알고, 내가 누리고 있는 것을 잃어본 뒤에야 비로소 내가 가진 것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 같다.
그 뿐 아니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무엇보다 세상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얻어서 돌아온 것 같다.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 새로운 사람들에 대한 편견, 그런 것들을 모두 내려놓을 수 있었다. 여행을 다녀온 뒤 나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있다. 고소공포증 때문에 예전엔 도저히 엄두도 못냈던 롤러코스터에 도전하고, 남들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비키니도 입는다. 그 뿐인가! 그렇게 벌벌 떨며 떨어질까 두려워하던 말도 이제 몽골에서 바람을 가르며 흡수골 초원을 달리던 기분을 잊고 싶지 않아 승마강습도 시작했다.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세상과 마주할 수 있도록 내 마음을 열어주었다. 몽골여행은…
“자네라는 별을 다면적으로 관찰할 지구상 여러 천문대를 찾아 떠나보게. 그 여행에서 돌아와 자네는 내게 감사할 것이네. 분명히 그리 될 것이네...” 구본형
사부님,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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