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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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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27일 08시 39분 등록

근혜 테마주, 문재인 테마주를 반반씩 매수하면 어떨까?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이날은 대통령선거일을 하루 앞둔 날입니다. 평소 테마주매매를 하지 않던 고객이라 의외였습니다. "왜 그런 생각을 하셨습니까?" 내일이 선거일인데 둘 중 하나는 올라갈 것 아니냐는 말씀이었습니다. 테마주란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칠 만한 새로운 사건이나 현상이 발생할 경우 투자자들의 주목을 이끌어 그에 따라 가격이 움직이게 되는 종목군을 말합니다. 여러 종목에 같은 재료로 작용하는 하나의 이슈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현상이 이에 속할 수 있습니다. 테마주는 투자자들의 관심이슈가 사라지면 시세가 꺽입니다. 제 생각에 대선테마주는 오늘이 매도하는 날이지 매수하는 날은 아닌 듯 합니다." ", 그래요?" 나의 답이 이해가 잘 가지 않는지 갸우뚱하는 눈치다. "시키는 대로 하지요"하고 전화를 끊으신다.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기업은 대개 분기에 한번 실적을 발표합니다. 실적은 주가를 움직이는 하나의 요인입니다.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을 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굳이 줄을 메지 않아도 주인에게서 멀리 떨어지지 않습니다. 조금 멀어졌다 싶으면 어느 사이 발 밑에 와 있습니다. 애완견이 주인을 따라가듯 주가와 기업의 실적은 가는 방향이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서로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할뿐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가끔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실적이 좋지 않은데 주가가 왜 올라가죠? 실적이 그렇게 좋다면서 주가는 왜 내려갑니까? 주가는 기업의 실적을 어느 정도 예상하면서 미리 움직입니다. 미래가 밝은 기업은 그것이 숫자로 발표되기 전에 미리 오르고 정작 좋은 실적을 발표하는 그날이 단기 꼭지점을 형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최악의 실적이 발표되는 날 기업의 주가는 바닥을 칩니다. 더 이상 나빠질 일이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의미이지요. 한 두가지 요인으로 주가를 예측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정보를 읽는 다른 견해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상동구이尙同求異는 같음을 숭상하되 다름을 추구한다는 의미입니다. [일침(一針)]이라는 책에서 저자는 그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손빈孫臏이 방연龐涓의 계략에 말려 발뒤꿈치를 베였다. 병신이 된 그는 제나라로 달아났다. 방연의 위나라가 한韓나라를 공격했다. 한나라는 합종의 약속에 따라 제나라에게 구원을 청했다. 손빈은 제나라 군사를 이끌고 곧장 위나라를 쳐들어갔다. 방연은 황급히 군대를 돌려 자기 땅으로 들어간 제나라 군사를 뒤쫓았다. 손빈은 첫날 밥 짓는 부뚜막 숫자를 10만개로 했다. 이튿날은 5만개, 다음날은 2만 개로 줄였다. 추격하던 방연이 웃었다. 겁쟁이 녀석들! 사흘 만에 5분의4가 달아났구나. 기병만으로 쫓아가 쓸어버리겠다.방심하고 달려든 방연은 손빈의 매복에 걸려, 2만 대의 화살에 고슴도치가 되어 죽었다. 이것이 유명한 손빈의 부뚜막 줄이기 작전이다. 위나라는 평소 제나라 알기를 우습게 알았다. 손빈은 위나라 군사의 이런 생각을 역이용했다. 후한 때 우후가 많지 않은 군사로 강족羌族의 반란을 진압하러 갔다. 적군의 수가 엄청나 후퇴하자 추격이 거셌다. 상황이 위험했다. 후회하면서 그는 손빈의 작전을 썼다. 우리도 부뚜막작전으로 간다. 대신 숫자를 늘려라. 매일 후퇴하면서 부뚜막의 숫자를 배로 늘렸다. 뒤쫓아 오던 강족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후방에서 지원군이 오고 있다. 함정이다.겁을 먹고 위축된 그들을 우후는 적은 군대로 허를 찔러 무찔렀다. [101~102]

 

동일한 부뚜막작전이지만 처한 상황이 다름을 인지한 전략가의 지혜가 돋보입니다. 전쟁에는 승리라는 동일한 목적이 있습니다. 잘못된 전략은 곧 죽음을 의미합니다. 패배를 의미하지요. 상대의 심리를 읽어내어 어떤 전략을 구사할지에 대한 디테일을 잘 보여줍니다. 총칼을 들고 싸우는 전쟁터는 아니지만 투자(投資)도 전쟁터와 다름이 없습니다. 투자의 목적은 수익입니다. 상대가 눈에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전쟁의 패배가 곧 죽음을 의미하듯 투자의 실패는 곧 손실을 의미합니다. 내가 잃으면 따는 상대가 있고 상대가 잃으면 내가 따는 게임입니다. 눈에 보이는 정보를 어떻게 읽어낼 것인가의 문제가 남습니다. 정보의 해석 능력에 따라 게임에서 성패가 갈라집니다.

 

전쟁터에서는 다른 눈높이와 다른 프레임이 필요합니다. 현상의 이면을 보고 타인의 생각을 읽어내는 능력도 필요하지요. 홍수에는 마실 물이 더 귀합니다. 물은 넘치는데 정작 마실 물을 찾기가 어렵다는 말이지요. 넘쳐나는 정보에 무엇을 취해야 하고 버려야 하는지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마셔도 좋을 물인지 아닌지를 구별하는 혜안이 필요한 때입니다. 부뚜막작전을 내 상황에 맞게 잘 구사하고 있는지 남들과 같은 생각으로 타인의 그림자만 쫓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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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7 12:07:13 *.29.125.15

투자세계에서 현상의 이면을 보는 것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현상을 뒤집어 보는 것이 어렵습니다. 투자의 세계에서도

다르게 보는 훈련이 필요하겠지요?

관심이 있어 조금씩 공부는 해나가고 있는데,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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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7 15:27:52 *.175.250.219

늘 어렵습니다. 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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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7 16:50:07 *.51.145.193

글의 문을 여는 일화, 이어지는 필자의 견해 그리고 그 견해에

딱 들어맞는 예화의 인용, 앞선 글의 의도를 결론짓는 메시지,

'자주적 정보 해석능력의 필요성'. 글이 간명해졌습니다.

이전 글보다 한층 맛깔 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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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7 16:51:59 *.43.131.14

제목도 멋있어요. 행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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