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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1일 13시 08분 등록

Blooms day party

 

주제 : 어떻게 살 것인가?

부제 : 아폴로와 디오니소스의 대결

 

Prologue

 

이 강연은 2013 4 3일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이하 변경연)“About me day”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4월에 있는 제 생일을 기념하여 와인 파티와 겸하였고 소중한 분들이 함께 해 주었습니다. 지난 1년 간 변경연의 연구원 생활을 통해 배우고 깨달은 바를 제 안에서 해석하였습니다. 강연은 ppt 자료로 시행되었습니다. 이후 강연록을 워드로 정리하여 배포하겠다고 약속하였으나 부득이하게 시일이 많이 지났습니다. 4 13일 급작스럽게 구본형 선생님이 타계함에 따라 제자들은 슬픔과 혼란의 시간을 견뎌야 했습니다. 제 강연의 주제는 죽음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습니다. 스승님을 잃은 후, 저는 말로서 알던 것을 몸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라지 않은 깨달음이었습니다만 저를 성장시켰습니다. 이제 여러분에게 약속했던 강연록을 조악한 필력으로 써보려 합니다. 4 3일의 강연 내용과 거의 일치하며, 시간 관계 상 다루지 못했던 자세한 내용을 포함하였습니다.

 

 

 

Blooms day party

 

우선 파티의 이름에 대해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Blooms day는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율리시즈>에서 어원이 있다. 이 소설은 미스터 블룸에게 만 하루 동안 있었던 일에 관하여 그리스 신화의 인물을 빌려 쓴 소설이다. 작가 제임스 조이스는 자신의 아내가 될 노라 버나클과 6 16일에 처음 만났으며 <율리시즈>의 출간일도 6 16일이었다. 이 날을 Blooms day라고 하여 전 세계 사람들이 제임스 조이스를 기린다(파티를 했던 4 3일과 시간 차이가 있으나 꽃이 피는 계절이라는 점에서 상통한다). 소설 속 주인공 미스터 블룸의 이름이 의미하듯, 이 날은 조이스에게 인생의 꽃이 피어난 운명적인 날이었다. 당신의 인생에도 Blooms day와 같은 날이 있는가? Blooms day는 모두의 인생에서 필연적인가? 꽃이 핀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4월은 잔인한 달

 

 

유명한 시구다. 어디에서 유래하였는가? (청중 : T.S. 엘리엇이요). 그렇다 엘리엇의 <황무지>에 나오는 시구이다(이하 시).

 

쿠메의 한 무녀(巫女)가 독 안에 매달려 있는 것을 내 눈으로 보았다.

그 때 아이들이 "무녀, 당신은 무엇이 소원이오?"라고 묻자,

그녀는 "난 죽고 싶다."라고 대답했다.

- 한층 훌륭한 예술가 에즈라 파운드에게

 

1. 주검의 매장(埋葬)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정을 뒤섞으며,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

차라리 겨울은 우리를 따뜻하게 했었다.

망각의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球根)으로 가냘픈 생명을 키웠으니.

 

 

4월이 잔인한가? 이에 대한 다음의 문학적 해석을 보자.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시인의 의식이 다름아닌 코메의 무녀나, 살아 있으나 죽은 것과 다름없는 상태에 있는 어부왕의 심정과 일치한다. 생명의 부활을 약속 받은 이 찬란한 봄의 계절에, 죽은 목숨만을 이어가고 있으니 그것은 잔인한 운명일 수밖에 없다. 가사(假死) 상태를 원하는 현대의 주민들에게는 모든 것을 일깨우는 사월이 가장 '잔인한' 달일 수밖에 없다. 봄에는 만물이 소생하므로 '축복'의 계절이지만, 작고 연약한 씨앗이 겨울의 단단한 땅을 밟고 밖으로 나와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저주'이기도 하다.

이완근, 이학준

 

4월은 보릿고개이다. 가을에 추수하여 겨우 내내 먹었던 식량이 바닥난다. 허기가 지는데 세상에는 온통 꽃이 핀다. 그래서 잔인하다. 우리는 죽음의 문턱에서 만개한 꽃을 본다. “차라리 겨울은 따뜻하였다”. 꽃봉우리의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풍족한 겨울 속에서 인생을 살고 가는 것이 관성의 복종자들에게는 더욱 합당한 행복의 추구다. 당신은 겨울을 원하나? 아니면 봄을 원하나? 꽃이 피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괴롭다. “잔인한대조를 이룬다. 나의 처지는 무엇인가? 나에게도 꽃봉우리가 있을까? 내가 과연 꽃을 피울 수 있을까? 나는 인생을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일까?

 

사족으로, 스승님은 4월에 돌아가셨다. 아직도 돌아가셨다는 글을 쓰면 눈물이 난다. 4 3일에 Blooms day 파티를 하고 그 주말에 연구원들과 결혼식에서 만났다. 그 곳에서 스승님이 위독하시다는 말을 들었다. 병이 있는 것은 알았으나 안심할 정도라고 생각했던 나는 납득하기 힘들었다. 마지막일지 모르니 다 함께 그 분을 뵈러 가자고 했다. 때는 봄비가 간간이 내려 공기가 차가웠다. 이대 후문을 거쳐가는데 자가용 밖으로 개나리와 해당화와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스승님이 이 봄을 못보고 돌아가시는구나 생각하니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스승님은 4 13일에 돌아가셨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인류는 오래도록 이 문제의 답을 불가지론으로 다루려고 하였다. 그러나 너무도 쉽게 답의 가능성을 포기하지는 않았나? 아니다. 분명히 답은 있다. 내 강연은 이 해답에 대한 설명이다. 도출의 과정은 결코 엉뚱하지 않다. 강연의 마지막에 여러분은 그 해답을 알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내 강연의 주제인 아폴로와 디오니소스의 대결이라는 부분에서 궁금증을 가졌을 것이다. 일견 난해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에서 지나치리만치 팽배한 대결이며 놀라우리만치 인식되지 않는 대결이다. 여러분의 마음 속에서도 이 둘의 대결과 갈등은 하루에도 수차례 일어난다(더욱 심화된 아폴로와 디오니소스를 공부하고자 한다면 니체 등을 보면 된다).

 

우선 실험 하나를 살펴보자.

 

유치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다. 일명 쿠키 실험이다. 아이들에게 당장 쿠키를 먹으면 1개의 쿠키를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2시간 후에 먹는다면 2개의 쿠키를 주겠다고 한다. 이 조건 하에 어떤 아이는 당장 한 개를 먹고, 어떤 아이는 2시간의 인내를 시간을 견딘 후 2개의 쿠키를 먹었다. 이후 두 군의 아이들을 추적 관찰 해본 결과, 2시간의 인내를 견딘 아이들이 월등히 사회적 성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실험의 주제는 명확해 보인다.

 

실험을 조금 확장시켜 보도록 하자. 3시간 뒤 3개의 쿠키를 준다고 해보자. 4시간 뒤에는 4개의 쿠키를 준다. 시간을 무한히 연장시킬 수 있다. 가령 100년 뒤 876천개의 쿠키를 얻을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무엇을 깨닫는가? (청중 : 시간의 유한성)

 

이제 바로 내가 말하고자 하는 두 개의 축이 등장한다. 바로 아폴로와 디오니소스의 축이다. 아폴로는 그리스 신화에서 태양의 신이다. 그가 상징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태양, , , 성공, 결과, 목표, 이상, 이성, 응집. , 명예

 

 

디오니소스의 축은 다음의 것을 상징한다.

 

 

 

, 본능, 순간, 쾌락, 광기, 발산, , Sex

 

앞선 실험에서 쿠키를 위해 두 시간을 참는 그룹과 당장 먹어버리는 그룹이 어느 축을 의미하는지는 자명하다. 우리는 둘의 대결을 늘 겪는다. 시험 공부를 하거나 노는 것 사이의 갈등, 사고 싶은 물건을 사는 것과 저금하는 것 사이의 갈등 등이다. 둘 사이의 대결에서 어느 쪽이 승리하는가?

 

어느 쪽이 승리하나요? (청중 : 디오니소스, 아폴로...)

 

단연코 아폴로의 승리다. 늘 욕망이 승리하므로 디오니소스가 승리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회적 가치관으로 밝은 표면에서 활보하는 것은 온통 아폴로적인 것이다. 우리는 모두 아폴로가 승리한 삶을 찬양한다. 최근 놀 줄 아는 것의 중요성이 조명받고 있는 듯 보이지만, 이 역시 아폴로적인 것의 우세를 기정 사실화 하고 있다. “논 줄 아는 자가 성공한다.”는 것이다. 결국 성공이 목표임은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청소년을 위한 위인 전기 중에서 정말 잘 놀아서 위대해진인물들을 알지 못한다.

 

 

<주말이 짧게 느껴지는 과학적 근거>

 

평일 : 월화수목금

주말 : 토일

실제로 짧다.

 

하상욱 단편시집

 

 

요일을 살펴봐도 일을 해야 하는 월화수목금 의 5일이 토일의 2일보다 훨씬 길다. 재미있는 것은 박카스라는 이름의 음료수다. 박카스는 디오니소스의 다른 이름이다. 그런데 이 음료는 어떤 음료인가? 공부할 때 각성 효과를 목적으로 팔리는 음료다. 이 이름은 엄청난 아이러니를 내포하고 있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왜 할까? 당신은 이미 알고 있다. 당신의 삶이 어느 쪽인지를. 대부분 아폴로적인 것에 강박적인 열등감을, 디오니소스적인 것에 불안한 죄책감을 지니고 있다. 일반적인 가정의 훈육을 거친 사람이라면 이 속성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그리고 젊은 성인이 되어 어느 정도 노력의 성과를 성공의 잣대로 평가당한 후, 우리는 방황한다. 급작스럽게 삶의 칼자루가 우리에게 쥐어진다. 우리는 살아온대로 그저 성공을 향해 쏘아진 화살이면 되는 것인가?

 

graph1.jpg

 

당신이 꿈꾸는 삶의 그래프다. 일만시간의 법칙을 이뤄내면 당신은 기하급수적 그래프의 곡률을 따라 성공에 도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삶의 목적은 성공인가? 삶이란, 시간을 결과로 치환해 가는 과정일까? 당신의 인생이 이 그래프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나? 빌 게이츠의 성공을 당신에게 주면, 당신은 지금 당장 죽을 수 있는가?

 

죽을 수 있어요? (청중 중 한 명 : .<------=_=;;;;;)

 

나는 빌 게이츠의 성공을 줘도 당장 죽을 수는 없을 것 같다. 파티에서 라고 대답한 특이한 한 분을 제외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대개 내 의견에 동의하거나 적어도 갈등할 것이라고 믿는다. 내 생각에 이 그래프는 좀 심한 것 같다. 그렇다면, 디오니소스는 그래프에서 어디에 있는가?

 

여기서 보다 해답에 가까운 그래프를 생각해보자. 일명 프리쳐드의 그래프(Pritchard’s graph)이다.

 

graph3.jpg

 

이 그래프는 시에 대한 평가를 목적으로 하는 그래프다. 우리의 인생을 하나의 시라고 생각하고 인생을 평가해보자. 이 그래프에서 x축은 perfection(시적 미학)이다. y축은 importance(의미)이다. 이 두 축은 디오니소스적인 것과 아폴로적인 것을 상징한다. 각각이 어디에 속하는지 그리 어렵지 않게 추론할 수 있다. 시에서 perfection이란 미학을 의미하는 것으로 의미와는 독립된 가치이다. 프리쳐드는 perfection importance에 해당하는 좌표값 아래의 면적이 그 시의 위대함을 나타낸다고 하였다.

 

그래프를 좀 더 분석해보자.

Importance = I

Perfection = P 라고 하였을 때,

I X P = Greatness 이다.

 

 

시학

상징

Importance ( I )

의미

아폴로

Perfection ( P )

시적 미학

디오니소스

Greatness (G) = I X P

시의 위대함

인생의 위대함

* 여담이지만 나의 스승님은 처럼 살고 싶어 하셨다.

 

여기에 우리가 아까 쿠키 실험에서 깨달은 바를 잊지 않고 적용해보자. 무엇이었나? 바로 시간의 유한성이다.

 

I + P = Time

 

Time 은 시간의 총량, 우리 인생이다. 그러면 그래프를 그릴 수 있다. 매우 간단한 그래프지만, 시간이 유한자원이라는 도그마와 아폴로와 디오니소스의 두 축을 모두 포함하였다는 점에서 보다 진보된 그래프이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이 두 축 중 어느 하나가 더욱 우세하지 않다는 것이다. 둘은 동일한 가치 척도이며 우리가 쟁취해야 하는 것은 아래의 면적, 즉 위대함의 크기이다. 이 그래프를 기본으로 하여 많은 삶의 전략들이 개발되었다. 우선 한정된 시간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시간을 아껴 쓰자.(촌음을 아끼자)

관리 측정하자.

큰 돌을 먼저 넣어라.

 

그러면 그래프는 왼쪽으로 전진한다.

 

graph4.jpg

 

, Time(T)의 양이 증가하면 P+I=T 이므로 P X I의 값(G, greatness)도 증가한다.

 

이 그래프에도 한계는 있다. 단지 시간을 확보한다는 것만으로 위대함이 담보되지는 않으며, I + P = Time 의 그래프는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아폴로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의 이분법에 반대하기는 매우 쉽다. I P는 독립적이지만 여집합의 관계는 아니다. , I(아폴로)를 위한 시간이 P(디오니소스)를 위한 시간과 배타적이지 않다. 그러나 인간 마음 속의 갈등은 이 둘의 대결로 점철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이 그래프는 꽤 유효하다. 다만 발전적 방향에 대한 제시는 한정적이다. 우리는 이 그래프를 통해 시간을 확보하는 법만을 교훈으로 얻는다.

 

둘 사이의 이분법을 극복한 융합의 전략들을 생각해보자. 이 때 또다시 디오니소스와 아폴로의 2차 대결이 등장한다. 어느 쪽을 중심으로 융합을 이뤄낼 것인가?

 

 

가장 일반적인 견해를 우선 살펴보자.

 

 

융합( 디오니소스(P) 아폴로(I) )

 

 

, 결과를 이뤄 내기 위한 과정을 즐기자는 것이다. 산을 오르는 것은 정상에 닿기 위해서인데, 그 정상을 생각하며 산에 오르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 회사에 입사하면서 그 회사의 CEO가 되는 것이 목표인 사원에 대해 생각해보자. 그는 자신의 다른 가능성과 가족의 희생을 감수하고 회사의 이윤이 자신의 명예로 치환되는 과정을 즐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당한 고생을 감수해야 하는데 그 고통은 목표를 향한 아름다운 희생으로 승화된다. 대학 교수가 꿈인 의대생을 생각해보자. 그가 거쳐가야 할 허들의 개수는 과연 몇 개일까? 자식에게 가난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는 부모와 2개의 쿠키를 얻기 위해 참는 아이들이 모두 결과를 위한 과정을 피학적으로 즐긴다. 이런 변론도 가능하다. “높이 오를수록 즐겁다.” 이는 지위에서 오는 즐거움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높은 지위에 있을수록 더 많은 연봉과 기회를 얻게 되고 이는 쾌락적 즐거움의 스펙트럼을 확장한다. 뒤집힌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더 높이 오를수록 더 많은 즐거움도 동반된다. “결과과정둘을 쟁취하는 전략이긴 하되, 그 중심축은 결과주의적 성장이 되어야 한다. 서울시내와 맨해튼을 뒤덮는 고층빌딩들을 생각해보라. 부동산 재벌인 도널드 트럼프의 다큐멘터리에서는 이 건물들을 (Dick, 남성 성기의 속어)”라고 불렀다. 돈의 축재 끝에 최고의 즐거움이 뒤따른다. 결과없는 과정은 무의미하며 하급이고 충분하지 못하다. 낮은 결과단계에서의 과정” - 가령 소박한 식사의 즐거움과 극장에서 영화 한 편으로 때우는 데이트 을 옹호하는 것은 낮은 계층의 사람들의 자기 위안이자 게으름에 대한 핑계다. 이들은 말한다. “인간은 평등할지 몰라도 인생의 가치는 평등하지 않다.”

 

그러나 실패한다면 어떨까?

 

실패한다면? 만약 노력한 만큼 얻는다는 인과론의 개연성이 깨진다면? 결과를 위한 과정은 결과를 상실 당했을 때도 가치를 유지하는가? 당신이 청춘을 다 바쳐 열심히 키운 자식이 개망나니로 성장한다면(내 이야기는 아니다. 아니지 않을까...?)? 중간에 사망한다면? 애지중지 키운 사업체가 망한다면? 회사에서 잘리고 이혼을 당하고 불구가 되고 어쨌거나 바라던 대로 잘 되지 않을 때 - 당신은 좌절을 극복한 스스로를 칭찬하고 또 다른 결과의 사다리를 오르는 것에서 의의를 찾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전의 과정의 가치를 무엇이 입증해 주는가? 내가 아름답다고 여겼던 과정이 결국 인생 낭비가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 과연 그 과정은 즐겼으니 됐어라고 말할 수 있는 과정일까? 아니면, 어쨌거나 모든 과정들은 모두 최종의 결과로 수렴하므로스티브 잡스가 말한대로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기에(connecting the dots)” 결코 쓸데없는 과정이란 없는 것일까?

 

다음의 모델을 보자.

 

 

융합( 아폴로(I) 디오니소스(P) )

 

 

얼핏 모순되게 보인다. 이런 경우가 가능할까?

 

이에 관한 굉장한 상징을 내포한 일화가 있다. 1969 7 19,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였다. 이 사건을 해석할 때, 사람들은 냉전 시대의 군비 경쟁, 과학 기술의 승리, 우주 시대의 도래로 설명하곤 했다. 그러나 인간이 달에 간 행위는 과학 기술의 의의를 훨씬 뛰어넘는다.

 

 

우리는 달에 가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것이 쉽기 때문이 아니라 어렵기 때문에 이렇게 결정한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의 모든 역량과 기술을 한데 모아 가늠해 보는 일이 될 것입니다. 이 도전이야 말로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이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것이고, 우리의 승리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 존 F 케네디, 1962 9 12일 휴스턴 연설

 

 

우리는 달에 갈 것입니다.”라고 케네디가 말했을 때, 인류는 설렘을 느꼈다. 그 설렘이 과연 과학 발전에 관한 기대감이나 미국의 승리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을까? 인류가 달에 가는 것은 정말 쓸데없는 행위였다.” 케네디는 이 어처구니 없는 목표에 천문학적인 세금을 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들을 잘 설득해야 했다. 그래서 그는 승리라는 지극히 아폴로적 용어를 썼다. 어쨌거나 인류는 달에 갔다. 이 곳은 중력이 지구의 1/6배다. 우주인이 달에서 붕붕 뛰어다니는 것을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얼마나 환상적일까? 달에서 바라보는 푸른 별. 그리고 우주의 경험! 당신도 기회가 된다면 모든 걸 걸고 달에 가보고 싶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달은 디오니소스의 상징이다. 달은 밤하늘을 밝히는 것 정도의 기능밖에 없다. 달은 아름답기만 하다(perfection). 보름달은 인류 전역에서 광기의 매체가 되었다. 늑대 소년이 변신을 하고 마녀가 집회를 하고 주술이 이루어진다. 달 프로젝트의 이름을 지은 것은 NASA의 앨버트 실버스테인이다. 이 계획의 이름은 아폴로 계획이다. 아폴로는 태양의 신이다. 이 얼마나 엄청난 아이러니인가? 디오니소스 계획이 아니라면 달의 여신인 아르테미스(다이애나)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우리는 아폴로를 타고 디오니소스의 달에 갔다. 그저 인류를 달에 보내기 위해 우주비행사 세 명이 사망하였고(아폴로 1) 현재 환산으로 약 115조원이 소요되었다. 최첨단의 과학 발전을 위해 수많은 천재 과학자가 밤낮을 고뇌하였다. 아폴로의 노력으로 디오니소스의 꿈을 실현하였다.

 

 

 

산에 오르는 건가요?”

 

왜냐하면 산이 거기 있으니까요(Because it is there).”

 

등반가 조지 말로리

(에베레스트에서 사망)

 

 

 

조지 말로리가 말한 산은 상징적 의미의 산(지위, 명예 등의 아폴로적 가치)을 말한 것이 아니다. 그가 위대한 등반가가 되기 위해 산에 올랐는가? 그는 단지 오르고 싶었기 때문에 올랐다.

 

<마지막 강의>의 랜디 포시는 카네기 멜론 대학의 컴퓨터공학과 교수였다. 그는 암으로 시한부 생을 선고받은 상태에서 마지막 강의를 하였다. 그는 그 강의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왔고 어떻게 성공하고 실패하였는가에 대해 강의하였다. 그는 달에 간 우주인들처럼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고 싶어했고 성공했다. 풋볼리그에서 뛰고 싶어서 풋볼팀에 들어갔지만 실패했다. 디즈니랜드에서 보았던 것을 직접 실현해보고 싶어서 컴퓨터를 공부했고 이미지니어링의 대가가 되었다. 그는 죽음을 앞둔 상태에서 제자들에게 죽기 전에 대학 교수가 되어서 다행이야.”라고 말하지 않았다. “돈을 얼마 벌지 못했어.”라거나 컴퓨터공학의 미래에 대해 연설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지니어링을 실현하기 위해서 컴퓨터공학을 공부했지 교수가 되기 위해서 삶을 살았던 것은 아니다. 랜디 포시와 같은 사람이 카네기멜론 대학의 총장이 되거나 디즈니랜드의 총괄 이사가 되기는 힘들다. 실제로 그는 디즈니랜드의 공동 작업 제의를 끝내 거절했다. 일상에 제약을 받을 정도로 힘들었기 때문이다. 아폴로적 가치관의 사람이라면 결코 거절하지 않았을 제안이다. 그는 47살에 췌장암으로 사망하였다. 우리는 짐작할 수 있다. 죽음을 맞는 침대에서 그는 자신의 인생을 결코 후회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강연 중에는 한 제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랜디 포시는 제자에게 너의 어릴적 꿈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제자는 다음 스타워즈 영화에 스탭으로 참여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 제자는 자신의 꿈을 이루었다.

 

산이라고 하면 나에게는 스승님과 함께 올랐던 시칠리아의 에트나산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 산은 활화산이다. 사부님의 정상으로 오르는 능선에서 배낭에 짊어지고 오신 와인을 한 병 따셨다. 아이폰으로 왈츠곡을 틀어놓고 우리 일행들은 산에서 와인을 마셨다. 산은 아폴로의 상징이고 술은 디오니소스의 것이다. 더욱 술 맛이 좋은 곳을 찾아서 산을 오르는 것이지 산에 오른 것을 축하하기 위해 축주를 터뜨린 것이 아니다. 나는 그 행위가 참으로 멋지다고 생각했다. 평생의 잊을 수 없는 풍광이었다.

 

자신이 먹고 사는 문제가 자신을 육체적으로 구원할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구원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분명 최근에 발명된 것이다. 그 전에도 사람들에게 직업적 소명이라는 것은 있었겠지만 그 일이 반드시 나에게 즐거운 것이어야 한다는 명제는 사치였다. 그러나 이제는 모두가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개인적이자 사적인 소망을 찾아 떠나는 삶이 제대로 된 삶이라는 것에 모두가 동의한다. 이 때의 꿈은 순수해야 한다. 아폴로적인 것이 배제된, 순수한 미학적 가지의 디오니소스만이 고려되어야 한다. 자신의 본질에 절대적으로 솔직해 질 때, 그 순수의 정점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면 이제,

 

우리의 삶의 문제는 모두 해결된 것인가?

 

 

여기에서 한 가지 알려 줄 것이 있다.

 

 

 

 

 

graph5.png

 

 

 

 

 

앞서 제시한 프리쳐드의 그래프(Pritchard’s graph)는 낯선 것이 아니다. 당신은 이 그래프를 분명히 전에 본 적이 있다. 이 그래프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언급된다. 기억할 것이다. 키팅 선생의 첫 수업에서 학생들은 어떤 그래프에 대해 읽고 필기를 한다. 그 때 키팅 선생이 칠판에 그리던 그래프가 바로 프리쳐드의 그래프다. 이 때, 키팅 선생은 무엇이라고 하였는가?

 

 

 

 

 

RIP IT OUT

 

 

 

 

 

키팅 선생은 프리쳐드의 그래프의 페이지를 찢어버리라고 했다.

왜 키팅 선생은 그래프를 찢어버리라고 했을까?

 

 

 

 

---------------------2 부에서 계속...

 

 

 

 

 

 

사실 2부도 거의 완성되어 가지만 오늘 중으로 다 올리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ppt로 강연 준비는 제법 수월하게 했는데 word로 옮긴다는 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드네요.ㅜㅜ 조만간 2부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2부의 내용이 보다 더 중요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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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2 12:28:52 *.43.131.14

레몬 머리에는 뭐가 들어있을까나요? .

오늘 새벽에 2부도 후딱 일별했는데요

스크롤바를 한참 내리게 하는 이런 글을 머리속에서 만들어낸다는 게 신기하구만요.

난 좀 못알아먹었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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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4 [산행기] 천태, 이름에 하늘을 담은 자 file [2] 장재용 2013.08.30 3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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