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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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써지지 않는다. 하얀 화면을 놓고 몇번이고 엔터를 눌러보아도 글이 나오지 않는다. 머리속도 하얗다. 감정선도 말랐고 지력도 어디로 숨었는지 보이지 않는다.
자문자답 해본다. 글을 쓰는 이유가 무엇인가 물어 본다.
작가가 되려고? 헛웃음부터 나온다. 그러면 취미로? 취미 맞다. 그러면 재미로 하면 되지 안되는걸 이토록 쥐어 짤 필요가 있는가? 그래, 맞다. 네 말이 맞다. 그러면 안쓰면 되잖아! 안쓰면 된다고? 그래, 쓰지마! 안쓰면 약속을 어기는 거잖아? 무슨 약속? 연구원 하겠다는 약속! 책 쓰겠다고 약속했잖아! 그러면 글 쓰는 연습 계속 해야하잖아!
삶이라는 여관은 한 발 들어서는 나그네에게만 방을 내어 준다. 흘러가는 시간을 정면으로 달려들어 움켜 쥘 때서야 '당신이야 말로 나를 가질 자격이 있소!'라며 나를 주인으로 섬긴다. 그러나 엉거주춤 따라가기만 하면 평생 나그네로 살 뿐이다. 내 집이며 내 공간을 허락해 주지 않는 게 삶이다. 물론 그렇게 살아도 한 평생 살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살아온 삶을 이제는 바꾸고 싶다고 결심하고 또 결심했지 않았던가!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내 삶이 주인이 어느 누구도 아닌 바로 내 자신임을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확인하고 또 확인하지 않으면 나의 삶은 나와 상관없는 시간을 보낸다. 시간에 들러붙지 못하고 영혼 없는 시계바늘 같은 삶, 달갑지 않다.
다시 일터로 향한다. 깔끔하게 일처리 해주마. 멋지게 프로답게. 다만, 내 영혼은 나일 뿐이다. 다시 스스로에게 입력한다.
글 쓰는 이유? 소중한 내 영혼을 지키기 위하여.
내 영혼을 지키는 계명을 세워본다.
1. 기도하자. "하느님, 제 영혼을 물처럼 맑게 지켜주십시오"
2. 이완하자. 일하면서도 쉬면서도 몸과 마음을 풀어주자.
3. 듣자. 남의 이야기도 듣고 내면의 내 목소리도 듣자.
4. 보자. 상황을 판단하기 앞서 먼저 있는 그대로 보자. 보고나서 판단하자.
5. 즐기자. 긴장되고 터질것 같은 압력이 가해지는 일도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는다. 놀이를 하듯 즐기자.
6. 손잡자. 삶은 늘 동반자가 있을 때 행복하기 마련이다.
7. 감사하자. 하늘을 보라. 이토록 눈부신 하늘을 본 것 만으로도 태어난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
8. 발견하자. 똑같은 일상에서 새로운 모습을 찾아내는 것 만큼 즐거운 일도 없다.
9. 쉬자. 날이 저물면 쉬자. 일찍 자려고 노력하자. 그래야 아침 해와 함께 떠오를 수 있다.
10. 사랑하자. 사랑 빼면 우리가 살아야 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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