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오미경
  • 조회 수 2080
  • 댓글 수 1
  • 추천 수 0
2013년 9월 23일 11시 29분 등록

   

                                      정말 살아있는 거 맞아?                               오미경

 

추석 연휴때 영화 몇편을 tv에서 보았다. 그중 하나는 ‘무사(武士)’였다. 8월에 몽골에 가서 박물관을 둘러보면서 의문이 생겼었다. 원나라 라는 거대한 제국을 이루었으면서도 문화가 그리 발달하지 못한 이유는, 칭기즈칸이 지나간 자리는 모조리 불타없애 버렸다는 것이다. 무사 영화 장면에서 원나라 부대가 한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모조리 불사르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살육하면서 불에 태운다. 비단 원나라 뿐만이 아니었겠지만 - 전쟁 영화를 보면 죄없는 마을이 불타고 모두 죽임을 당하는 것들이 많이 있다- 말을 타면서 전쟁을 치르는 것들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샤브샤브를 먹으면서 샤브샤브가 몽골의 음식이었다는 것도 알았다. 말을 타고 전쟁을 치러야 하는 몽골인들. 수많은 부대원들을 먹이기 위해 많은 돌들을 모아서 달군다. 병사들은 달군 돌을 하나씩 집어 각자의 밥통에 넣고 물있는 강가로 가서 물을 넣는다. 얇게 저민 고기를 돌이 달구어진 물에 넣어서 바로 식사를 한다.

 

 

영화 ‘무사’의 배경은 대강 이렇다. 고려 우왕 1년, 서력 1375년. 중국에선 주원장이 원나라를 만리장성 이북으로 밀어내고 명나라를 세웠으나, 원의 부흥세력은 강력히 저항하고 있었다. 당시 고려와 명의 관계는 공민왕 시해사건과 명사신 살해사건으로 인해 악화되어 있었다.

"우왕 즉위년 정월, 고려는 판종부사사 최원을 남경에 보냈으나 곧바로 투옥되었다. 동년 3월 마필진헌사 손전용, 5월에 마필진헌사 김보, 12월에 하정사 김보생을 보냈으나 도착 후 소식이 끊어졌다." - <고려사> 133권, 열전 46.

 

양국관계가 개선된 후 최원, 김보, 김보생 등은 고려로 돌아왔다. 그러나 돌아오지 못한 사신단도 있었다. 명나라 주원장이 몽골인 칭기즈칸의 공주를 납치했듯이, 몽골도 똑같이 주원장이 세운 명나라의 공주를 납치한다. 그 가운데 고려 사신으로 갔던 사신단이 명나라에서 간첩으로 오인돼 귀향가는 길에 몽골 병사와 납치된 명나라 공주를 만나면서 영화는 전개되었다. 사람들이 살육되고 서로 싸우면서 죽고 죽이는 장면들과 함께 중학교때 보았던 일제인들의 만행인 ‘마루타’가 오버랩되었다. 고려장군 최정은 "난 명예롭게 죽고 싶었어. 그게 내 꿈이었어" 라고 말한다.

 

백범일지를 보면서 일본인들의 고문기구들이 자연스레 또 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천안에는 독립기념관이 있다. 몇해전 딸아이와 함께 8.15 광복절 기념으로 갔던 적이 있었다. 그 중에서 야외 장면이 고문장면을 그대로 전시해 놓은 것이 있었다. 사람이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건지. 고문 기구를 보고 그 고문기구 아래에 고문을 당한 인형들이 실물처럼 놓여 있었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좁다란 공간에서 그렇게 고문을 당하면, 사는 것 자체가 고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파본 사람들은 알것이다. 너무나 아파서 살아 숨쉬는 자체가 고문이라는 것. 그것이 바로 고문받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고문을 견뎌낸 사람들의 정신은 ‘위대하다’는 말 한마디로 부족했다.

 

‘내 영혼이 따뜻한 날들’에서도 주인공 ‘작은나무’가 강제로 고아원 같은 데서 백인 원장한테 죽도록 맞는 장면이 있다. 어린 아이가 죽도록 맞으면서도 그 혹독한 육체적 아픔에 대항하는 글이 있다. 나의 영혼이 나와서 맞고 있는 자신을 바라보다 보면 아픔을 느낄 수 없다는 어린 작은나무의 독백이 있다.

 

백법일지를 읽으면서 나 자신을 많이 부끄럽게 만들었다. 과연 내가 저 시대에 살았더라면, 어땠을까? 나라를 위하는 마음은 커녕 자신의 안일에만 급급하게 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 자신을 위한답시고 과제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때도 있는데, 그런 것은 고사하고 나라를 위해 자신의 가족은 안위에 연연해하지 않고 나라의 독립을 위해 칠십평생을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놀라웠던 것은 안중근 의사의 아들 안준생이 민족 반역자로 변절하였고, 총독을 지낸 미나미 지로를 자신의 애비라 칭하였다 하니 지하의 안중근 의사가 어찌 통탄할 일이 아니겠는가. 또한 고문을 견디다 못해 자신도 모르게 함께 했던 동지들 이름을 말할때가 있다.

 

“영원한 쾌락을 얻기 위하여 우리 독립사업에 헌신하고자 상해에 왔습니다.”라고 이봉창은 말했다. 백범은 "나의 최대 소원은 독립이 성공한 후 본국에 들어가 입성식을 하고 죽는 것이며, 작은 소망은 미주, 하와이 동포들을 만나보고 돌아오다 비행기 위에서 죽으면 시신을 아래로 던져, 산중에 떨어지면 짐승들의 뱃속에, 바다 가운데 떨어지면 물고기 뱃속에 영원히 잠드는 것이다."

 

어느 시대나 어느 환경이나 누구에게나 시련과 아픔이 있다. 그 시련과 아픔을 견뎌낼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살아있는 정신이다. 몸이 살아 있어도 정신이 살아있지 못하면, 그것이 살아있는 시체요, 식물인간이라고 할 것이다. 살아 있는 몸, 통통 살아서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살아감은 정신이 살아있음이요 살아있는 정신으로 몸으로 행동으로 실천함이 바로 진정 살아있다 할 것이다.

                                                   

IP *.50.65.2

프로필 이미지
2013.09.23 23:37:23 *.252.198.152
전쟁 너무 끔찍해요. 만일 지옥이란 것이 있다면 전쟁이 바로 지옥일 거예요.
고문이란 거 상상하기도 싫어요. 미술 작품들 80년 광주를 표현한 작품들을 전 못 봐요. 보는 것만으로도 무섭고 아파요.

그냥 살고 싶어요. 저도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같이 펄떡이며 살고 싶습니다.

미경님 화이팅!!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712 [No.5-5] 4인4색 인터뷰-역사속 위인과의 대화-9기 서은경 file 서은경 2013.10.01 2470
3711 위인들과의 대화 (9월 오프수업) 땟쑤나무 2013.10.01 2188
3710 역사 속 위인들과 가상 인터뷰 (오프수업) 최재용 2013.10.01 4219
3709 9월 수업 - 4명의 위인과 인터뷰 (9기 유형선) 유형선 2013.09.30 2207
3708 9월 오프 수업_4명의 위인을 인터뷰 하다 [1] 라비나비 2013.09.30 2317
3707 #20, 위대한 사람이 되는 길(9월 오프수업) 쭌영 2013.09.30 2328
3706 [2-18] 나는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칠까 말까? [1] 콩두 2013.09.27 3063
3705 산골의 추억 [1] 정야 2013.09.26 2313
3704 여신이야기1- 아테나 file 효인 2013.09.26 2600
3703 #7_인연은 어떻게 올까. [4] 서연 2013.09.24 2147
3702 J에게 : 아이의 밥먹는 것을 보며 한정화 2013.09.24 2230
3701 얼굴, 마음의 통로 [1] 유형선 2013.09.23 2515
3700 마음의 통로 유형선 2013.09.23 2097
3699 [No.5-4] 이야기를 캐내는 임무 -9기 서은경 [2] 서은경 2013.09.23 2318
» 정말 살아있는 거 맞아? [1] 오미경 2013.09.23 2080
3697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모습은 무엇인가? [2] 라비나비 2013.09.23 3585
3696 #19. 범수(凡樹)씨의 삶 [1] 땟쑤나무 2013.09.23 1925
3695 #19. 김구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3] 쭌영 2013.09.23 2454
3694 성장 [7] 최재용 2013.09.22 1991
3693 만나고 걷고 웃고 마시고 보고 헤어지고 [8] 범해 좌경숙 2013.09.22 2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