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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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페르시아 왕국에 레우코노에 공주가 살고 있었어. 공주는 마음씨도 고왔지만 눈부시게 아름다웠어. 공주를 본 사람들은 누구든 잠을 못 이룰 지경이었어. 공주는 신비한 향기를 뿜어내는 것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거든. 어머니 에우리노메 왕비와 아버지 오르카모스 왕은 공주를 큰 자랑거리로 여겼어.
레우코노에 공주의 아름다운 모습은 하늘나라에서도 단번에 알아볼 정도였어. 동쪽하늘에서 서쪽하늘로 태양 수레를 끌던 태양신 아폴론은 레우코노에를 발견하고는 한 눈에 반하고 말았어. 사랑에 빠진 태양신은 더 일찍 태양 수레를 끌고 동쪽하늘에 모습을 나타냈어. 서쪽하늘로 사라지기 싫어서 하늘에 머뭇거리기도 했어. 아폴론신은 조금이라도 더 레우코노에를 보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 태양신의 이런 모습에 신들과 사람들은 당황했어. 잠자야 할 새벽에 해가 뜨고, 해가 빨리 지는 겨울에도 태양이 떠 있으니 놀랄 수 밖에. 그리고 날이 갈수록 태양빛이 희미해지기까지 했어. 태양신 아폴론은 사랑을 고백하지 못한 나머지 상사병이 걸렸던 거야.
사실 아폴론 신에게는 사랑하는 여인들이 여럿 있었어. 그 중에서 자신을 너무나 사랑하는 요정 클리티에에게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어. 태양신을 깊이 사랑한 클리티에는 태양신이 찾아와 주만을 기다리며 그리움과 눈물로 지냈어. 아폴론 신 마음속에는 오직 레우코노에만 가득 했으니까.
어느 날 아폴론 신은 레우코노에를 찾아가 사랑을 고백하기로 마음먹었어. 서쪽하늘 아래 목장에서 태양수레를 끄는 말들이 쉬는 동안 어둠을 틈타 레우코노에가 살고 있는 궁전으로 찾아갔어. 아폴론 신은 레우코노에가 놀라지 않도록 어머니 에우리노메 왕비의 모습으로 변신하고서 말이야.
공주의 방문을 열자 레우코노에는 열두 명의 하녀들과 함께 물레로 실을 잣고 있었어. 공주는 하던 일을 멈추고 어머니에게 다가와서 공손하게 말했어.
“어머니, 이 밤 중에 어떻게 오셨어요?”
아폴론 신은 공주에게 다가가 어머니가 딸에게 하듯이 뺨에다 입맞춤을 했어.
“내 너에게 특별히 할 말이 있어 왔단다.”
그리고는 왕비로 변한 아폴론 신은 하녀들을 향해 말했어.
“너희들은 잠시 나가 있거라. 오늘밤 내 공주에게 어미로써 일러둘 말이 있어 왔으니.”
하녀들이 밖으로 나가자 아폴론 신은 레우코노에 공주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어.
“나는 태양신이다. 온 세상에 빛을 주며 내려다보는 태양신이다. 땅 위에 사는 것들은 모두 내 빛에 의지해서 볼 수 있고 살아가느니라.”
공주는 깜짝 하나 걸음 물러섰어. 너무나 놀란 나머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떨고만 있었어.
“레우코노에, 내 말을 믿어라. 그리고 두려워하지 말아라.”
아폴론 신은 말을 마치자마자 태양신의 모습으로 돌아왔어. 공주 레우코니에는 눈부신 태양신의 모습에 넋을 잃고 말았어. 아폴론 신은 다정하게 공주의 손을 잡으며 말했어.
“오, 너무나 아름답구나. 내 오랫동안 너를 사모하여 마음의 병까지 얻었다. 내 사랑을 받아다오.”
공주는 갑자기 나타난 태양신에게 놀라기도 했지만 태양신 아폴론의 멋진 모습에 반해 버렸어. 레우코노에와 아폴론은 서로 사랑하게 되었어. 태양은 다시 뜨겁게 빛났고 태양마차도 제 시간에 동쪽하늘에서 서쪽하늘로 날아 다녔지. 공주와 태양신은 밤마다 만나 사랑을 속삭였어.
한편, 태양신을 사랑하고 있던 요정 클리티에는 태양신이 레우코노에와 사랑에 빠진 사실을 알게 되었어. 클리티에는 자신의 사랑은 본 척도 않고 다른 처녀를 사랑하는 태양신이 미워 견딜 수가 없었어. 클리티에는 아폴론 신보다 공주 레우코노에가 더 미웠어. 그래서 레우코노에가 아폴론 신에게 순결을 잃었다는 소문을 퍼뜨렸어. 오래지 않아 공주의 아버지 오르카모스 왕의 귀에 들어가게 되었어. 곱고 정숙하게 지내는 줄만 알았던 왕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
아르카모스 왕은 신하에게 명령했어.
“당장 공주 레우코노에를 불러 오너라! 내 직접 확인을 해야겠다.”
아버지 앞에 온 공주는 그 동안 있었던 일을 사실대로 말했어. 레우코노에 공주는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며 외쳤어.
“아버지, 신의 뜻이었기에 제가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제 말을 믿어주세요.”
그러나 아버지 아르카모스 왕은 이해하려 하지 않았어. 오히려 불같이 화를 내며 명령했어.
“여봐라, 당장 뒤뜰에 구덩이를 파고 공주를 묻거라.”
공주는 소리쳐 울며 아버지께 매달렸지만 소용없었어. 레우코노에는 태양을 향해 도와 달라고 소리쳤지만 태양신은 햇빛만 보낼 뿐 어떤 도움도 줄 수 없었어.
아르카모스 왕은 구덩이를 파게 하고는 딸을 그 구덩이에 넣고 모래를 덮어 모래 무덤을 만들어 버렸어. 레우코노에는 서서히 싸늘해져 갔지. 태양신은 빛 줄기를 보내 레우코노에 공주에게 온기를 넣어주려고 애를 썼지만 모래 무덤이 너무 높아 소용이 없었어. 사랑하는 레우코노에를 잃은 태양신 아폴론은 어떻게 해서든 자신을 쳐다 보게 만들고 싶었어. 그래서 레우코노에의 무덤 위에다 신의 음료수인 넥타르를 뿌렸어. 그러자 레우코노에의 무덤에서 향기로운 나뭇가지가 자라기 시작했어. 그 나무가 바로 *유향나무야.
소문을 퍼뜨린 클리티에는 어떻게 되었느냐고? 아폴론 신이 벌을 주었을까? 아니면 바라던 대로아폴론신의 사랑을 받았을까?
아폴론 신은 클리티에를 한번도 찾아가지 않았어. 무관심이 가장 무서운 거거든. 클리티에는 아폴론 신을 너무나 그리워한 나머지 나날이 얼굴이 창백하고 야위어지기 시작했어. 클리티에는 먹지도 않고 다른 요정들과 어울리지도 않았어. 밤이고 낮이고 가만히 앉아 하늘만 바로 보았지. 아흐레 밤낮을 태양만 바라보던 클리티에의 몸이 굳어져갔어. 이 모습을 불쌍히 여긴 신들은 클리티에를 태양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꽃으로 만들어주었어. 그리스 사람들은 이 꽃을 ‘헬리오트로프’라고 불렀어. 태양을 향한 꽃이라는 뜻인데 이 꽃이 바로 **해바라기야.
*유향나무: 향기가 있는 나무여서 신에게 향을 피울 때 많이 사용함. 나무줄기에 상처를 내면 흰색 액체 나오는데 이걸 유향이라 부른다. 고대 이집트에서 미라의 방부재로 사용함. 꽃말은 승리. 레우코노에의 무덤에 난 것이 향이 진하며 지중해가 원산지인 로즈마리라는 설도 있다. 로즈마리의 꽃만 ‘나를 기억하세요’
**해바라기: 꽃말은 우러러 공경한다는 뜻의 숭배와 그리움. 해바라기는 고대에는 지중해서 서식하지 않았다고 하여 클리티에가 변한 꽃이 ‘썬로즈’라는 설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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