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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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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30일 23시 14분 등록

1.     인생의 세가지 큰 경험

 

1)    갑자기 찾아온 실직

 

2013 109개월의 실직 끝에 부산의 한 중소기업에서 일자리를 얻었다. 비록 집을 떠나 홀로 지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실직이 주는 고통에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작년 말, 갑작스럽게 실직을 당했다. 대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을 둔 가장으로서 막막하기만 했다. 교육비, 주택 대출금 상환, 생활비등 가장 지출이 많은 시기인 40대 후반에 인생의 험한 파고를 맞았다. 한창 일할 나이에 회사에서 내쳐진 분함과 허탈함이 한동안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다. 동시에 어떻게 무엇을 하며 길고 긴 남은 인생을 살아가야 할지 가슴이 답답하기만 했다. 그렇다고 마냥 누구를 원망하고 신세만 한탄할 순 없었다. 무엇인가 변화가 필요했다. 생각 끝에 쉼 없이 달려온 자신에게 휴식을 주기로 했다.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싶었다. 그것이 구직보다 더 중요하게 느껴졌다. 그 첫 발걸음으로 <구본형 변화경영 연구소>의 연구원이 되었다. 필사적으로 책을 읽었다. 감상이나 공감하는 독서에 그치지 않고 실천적 독서를 지향했다. 읽고 생각하고 그리고 썼다. 책을 읽으면서 행동의 삶을 살아가고자 했다. 갑자기 제주 올레길이 생각이 나, 다음 날 짐을 싸 제주도로 날아가기도 했다. 어떤 날은 15km, 또 어느 날은 30km를 걸었다. 물만 있으면 되었다. 홀로 걸었다. 5시간 가량을 걷고 난 후에 먹는 한끼의 식사는 삼 찬의 음식이라도 꿀처럼 달콤했다. 새로운 분야에 새로운 직업을 찾기 위해 직업훈련원을 찾기도 했다. 집 근처 문화 센터에서 나가 요리도 실습도 배웠다. 한편, 배움의 기쁨 못지 않게 부지불식간에 찾아오는 실직의 고통과 두려움도 정비례 하여 심리적으로 나약하고 위축해지곤 했다. 감정의 기복이 심했다. 혼란의 시기였다. 동시에 모든 것에 소중하고 감사함을 느낀 시기였다.

 

2)    내 친구 K

 

1981 3월 안양의 S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그때 같은 반이 된 인생의 소중한 친구 K를 만났다. 키는 160이 조금 넘을 정도로 작았고 밤송이 머리에 얼굴에는 여드름이 숭숭 나 있었다. 하지만 태권도 유단자로 몸은 다부졌다. 그는 축구, 배구, 달리기 등을 잘해 교내 체육대회를 하면 반 대표로 나갔다. 더구나 장학생으로 선발될 정도로 공부를 잘했고 통솔력도 있어 반장을 했다. 여기에 기타도 잘 쳤으니 도대체 뭐하나 못하는 것이 없는 친구였다. 그 무엇이 그 친구의 마음을 끌었는지 모르지만 그는 내게 다가와 친구하자며 손을 내밀었고 나는 흔쾌히 그 손을 잡았다. 그 해 어느 여름 날, K는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 함께 가자고 했다. 처음에는 선뜻 내키지가 않았지만 몇 차례 강권에 못 이겨 함께 갔다. 교회에는 내 또래의 여학생들이 많았다. 당시 교회는 남녀 여학생들이 어울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2년 넘게 교회를 다니면서 형, 누나, 그리고 후배와 성가대 활동, 수련회, 그리고 X-Mas 공연을 함께하면서 친해졌다. 친구 K가 교회에서 기타를 어깨에 메고 복음성가를 연주하는 모습은 너무 멋졌다. 친구는 모든 여학생들과 친했다. 그리고 인기도 많았다. 외모는 볼품이 없었는데 왜 그리 여학생들이 따랐는지 당시로선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시샘이 나기도 했다. 여자를 사로잡는 것이 단순히 외모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그 친구의 영향으로 숙맥이었던 나는 낯선 세계로 들어가 그 세계와 친해질 수 있었으며 학업에도 매진할 수 있었다. 또한 그로부터 기타를 배우기도 했다. 친구와 함께한 고교 3년은 내 인생의 보석처럼 빛나는 아름다운 시기였다.

 

3)    낯선 곳,싱가포르

 

2000 6 23, 아내와 8살과 5살이었던 어린 두 아들을 데리고 싱가포르로 떠났다. 10년을 재직한 첫 직장을 그만두고 젊음과 열정만으로 새로운 모험을 찾아 떠난 날이다. 언제 다시 돌아올지 기약할 수 없는 길이었다. 싱가포르 현지 회사와 3년 고용계약을 했지만 상황에 따라선 더 길어질 수도 있고, 해외의 다른 곳에서 살 생각도 갖고 있었다. 자식교육을 위한 것도 싱가포르 행을 결정한 주요 이유였다. 결혼생활의 위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다시 아내와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것은 헛된 꿈이었다. 열대의 나라에서의 삶은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다. 낯선 곳에서 새로운 일을 향한 도전은 열정만으로는 부족했다. 그 분야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이 없는 열정은 무모하기만 했다. 계절의 변화가 없고 매일 30도가 넘는 습도 높은 무더위와 기름기 많은 음식, 언어장벽, 그리고 따뜻한 인정을 느낄 수 없는 그 곳에서 아내는 적응을 하지 못했다. 아내는 신경이 예민해졌고 점차 원망하는 횟수가 늘어났다. 우울증과 외로움에 아내는 지쳐만 갔다. 회사 또한 투자한 만큼 수익을 내지 못하자 무언의 압력이 내 어깨를 짓눌렀다. 결국, 3년도 채 못되어 새로운 도전과 모험은 실패로 끝났다.

 

2.     세가지 경험 중 가장 중요한 것  

 

지난 9개월간의 실직은 작은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해준 계기였다.

 

새로운 직업을 배우고자 직업 훈련원에 등록을 했다. 지역 고용센터에 가서 직종을 선택하고 국비로 훈련을 받았다. 고용센터에는 직업을 찾는 남녀노소 사람들로 붐볐다. 실업수당을 받기 위해 순서를 기다릴 때는 노숙자가 무료배식을 기다리는 심정이 들기도 했다. 직업 재교육은 평소 나무와 식물에 관심이 많아 조경기능사 직종을 선택했다. 하지만 말이 조경기능사이지 완전히 막노동이었다. 나무를 심고, 보도블록을 깔고, 잔디를 심고, 몸을 쉴새 없이 움직여야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3개월의 교육을 받고 시험에 합격했지만 선뜻 그 길로 가야 하는 지 망설여 졌다. 노동을 직업으로 삼기 위해선 타고난 둔하고 어설픈 몸놀림이 누가 보아도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았다. 또한 내 망설임과 상관없이 50을 앞둔 나이에 경험도 없는 사람을 불러주는 곳도 거의 없었다.

 

실직기간 동안 경비를 최소화해야 했다. 대학구내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원두 커피를 사먹는 데도 주저를 했다. 매월 말이면 어김없이 날라오는 건강보험료 고지서, 관리비, 대출금 이자 고지는 심리적으로 위축시키고 초라하게 만들었다. 살아있는 동안은 어떤 형식으로는 비용이 발생하는 까닭에 최소한의 경제적인 활동은 필요하다는 생각에 점점 초조해 졌다.  

 

실직은 일의 소중함을 알게 해주었다. 임금이 낮든 높든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경비원도 보험아줌마도 환경미화원도 내 눈에는 멋지게 보이기만 했다. 정규직이든 비 정규직이든 파트 타임이든 풀타임이든 일을 할 수만 있다면 상관할 필요가 없었다.

 

이제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그것은 인생을 대하는 무모함이 아니고 지금의 위치, 현재의 삶에 낮은 데로 임하면서 좀더 열정적으로 자신을 불태울 수 자신감이다. 내 고유의 기질인 인내와 도전, 그리고 무엇이든 배우고자 욕구로 삶은 더 흥미 진진하게 전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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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31 08:47:36 *.216.38.13

10월 수업에서 듣지 못하고 자리를 떠나야만 해서 아쉬웠습니다. 이렇게 글로나마 만나게 되어 더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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