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h! 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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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내 인생 내가 살도록 내버려둬요. 오미경
토요일 도서관 노트북& 컴퓨터 디지털실은 오후 6시까지이다. 과제를 하다 보면 언제 날이 어두워졌는지도 모른다. 낙엽은 떨어져 수북히 쌓인 것을 보니 마음 한켠으로는 가을을 물씬 느끼면서도 ‘과연 내가 읽어온 책들의 지식들을 쌓아놓기만 하고 활용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의문이 들때였다.
도서관 정문을 나서려던 순간이었다. 아버지는 담배를 물고서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중 2쯤 되어 보이는 아들은 백팩을 매고 도시락 가방을 들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그들이 하는 말이 귀에 들어왔다.
아빠 : “ 도서관에서 2시간 공부한 것과 집에서 2시간 공부한 것이 같다고 생각하냐?”
아들 : ( 말없이 묵묵히 듣고 있는데, 아빠는 말씀하시오, 나는 상관없으니 라는 표정으로)
................
아빠: (한숨을 쉬고 담배를 피면서) 아빠가 지금 나를 위해서 말하냐? 너를 위해서 말하잖아.
아들: (여전히 멀뚱한 표정으로 침묵)................
순간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커뮤니케이션은 쌍방간의 대화이다. 위의 대화는 권위적인 아버지라는 권력이 있다. 일방적으로 아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아님 훈계라는 명목으로)하고 있었다. 벤치에 앉아서 가만히 살펴보니, 아들은 집에 가서 쉬고 싶어하는 눈치였는데, 그마저도 못하고 아버지는 집에 가지 말고 도서관에 있으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내가 아는 한 학생이 자신의 친구 이야기를 해준 기억이 떠올랐다. 아버지는 약사, 어머니는 교사인 중2여학생 김서연(가명)이 있었다. 중소도시에서 제일 잘나가는 학군에 실력이 쟁쟁한 중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서연이의 학교 생활이 4시 반에 끝나면, 집에 가서 잠깐 저녁을 먹고 5시 반에 학원을 가고 학원이 끝나면 독서실에 가서 공부를 해야 했다. 독서실에서는 10시까지 있어야 했다. 약사인 아빠가 끝나는 시간에 맟추어 아빠가 독서실로 데려오기 때문이었다. 서연이는 어느샌가 학원도 독서실도 가기 싫었다. 반에서 상위권에 들었지만, 공부를 왜 하는지 몰랐다. 서연이는 꾀를 냈다. 학원은 출석을 부르니 어쩔 수 없이 가서 앉아있다가 끝나면 오락실로 갔다. 그리고 아빠가 데리러 오기 20분전에 독서실에 앉아 있다가 아빠가 오면 함께 독서실을 나왔다.
위의 두 예에서 아이들은 자발성을 잃었다.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것이다. 자신의 시간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그런 것보다는 짜여진 틀속에서 돈은 부모가 댈 테니, 너희들은 공부를 잘해서 대학을 가야 한다. 대학도 그냥 대학이 아닌 직업이 확실한 것을 보장해주는 과를 가야 한다고 부모는 묵언의 강요를 한다.
19년동안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하라고 해놓고서, 대학가면 갑자기 “너 알아서 하라”하면 그것이 되냐고 되물었던 딸의 음성이 들린다.
삶은 습관이다. 하루 하루가 모여서 일주일이 되고 4주가 모여서 한달이 되고 열두달이 모여서 일년이 된다. 경영이란 조직이나 기업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경영은 어찌보면 자기 자신에서부터 시발점이다. 자신을 경영하는 근원적인 힘은 자발성이 아니겠는가.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하고 실패하고 또 실행하고 실패하면서 좀 더 나은 방법을 찾아가면서 깨달음을 얻어가는 과정이다.
현대의 부모들은 ‘헬리콥터 부모 helicopter parents’라 불리운다. 자녀의 학교주변을 헬리콥터처럼 맴돌며 사사건건 학교 측에 통보·간섭하는 학부모도 이에 속한다. 불안한 늪지대와 위험한 사막지대를 피해 안전한 길로만 자녀들이 갈 수 있도록 앞에서 먼저 보고, 뒤에서는 뒤치닥 거리 하고 하늘에서 안전한지 못한지를 핸드폰이라는 레이다망으로 아이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 조정함을 말한다. 휴대폰은 어찌보면 개목걸이다. 자녀와 연락이 안되면 안절부절 못하고, 이 학원에서 저 학원으로 잘 도착했는지도 매 시간마다 체크한다.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숨 쉴 틈이 없다.
유치원 때부터 자녀의 인생에 개입하기 시작한 ‘헬리콥터 부모’들은 자식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대학과 학과 선택, 졸업 후 직장 선택과 배우자 선택 그리고 이후의 삶까지 모두 ‘조종’하고 싶어한다.
자녀가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자식의 인생을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어쩌면 자식은 엄마 아빠의 아바타라 불러야 할 것이다. 엄마 아빠 맘대로 자녀의 생각을 주입시키고 그 주입된 것이 마냥 자기것 이라고 믿으면서 살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도서관에서 잠시 만났던 중2쯤 돼보이는 남학생과 약사인 아빠의 눈을 피해 오락실에서 시간을 때우다 독서실로 향하는 서연이를 보면서 그런 학생들이 마냥 이 둘뿐이겠는가.
과도한 교육으로 아이들은 몸을 놀리기보다는 머리만을 놀려서 기형아가 되어가고 있다. 그릇이 되지 않고서 지식만을 계속 붓다보면 그 그릇은 언젠가는 원인모를 병에 걸리거나 자신의 귀한 존재가 하찮게 느껴지기도 하면서 깨지고 말지도 모른다.
요즘의 시대가 하루가 다르게 변해서 숨이 가쁘다. 이런 환경에서 예전의 사고방식으로 아이들을 교육하는 모습은 어쩌면 아파트에서 아궁이 때는 식일수도 있다. 부모가 아이들을 통제하면 할수록 아이들은 기발함으로 부모 머리 위에서 논다.
아이들에게 자발성을 줘보자. 부모는 인내심을 길러야 할 것이다. 내 아이가 제 몫을 잘 할 것 이라는 믿음과 더불어서 말이다. 자녀가 자신의 시간을 알아서 보낼 수 있게 시간을 줘보자. tv를 볼수도 있고 게임을 할 수도 있다. 그런 것을 좀 인내심을 갖고 봐주자. 자발성에서 창의성과 독창성이 있고, 그러다가 뭔가를 발견하면 그 일에 대한 열정이 생길 것 이라고 믿어보라고 하면 무슨 소리냐고 반박할 지도 모르겠다.
부모가 자녀를 믿어주는 만큼 자녀가 성장한다 하지 않던가. 부모인 자신을 경영하고 더불어 가정을 경영하는 부모는 자녀와 상호 커뮤니케이션되어야 할 것이다. 상하의 관계에서 수평의 관계로 자녀와 부모가 마음터 놓고 속마음에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학교 생활이 어떤지 친구관계는 어떤지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자녀들을 둔 부모님들이여!
혹시 자녀를 사랑한다는 명목으로 간섭과 관심을 혼동하고 있지는 않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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