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이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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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였다. 출장을 마치고 인천 공항에서 서울로 가던 중 사촌 동생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침울한 목소리로
여동생이 좀 전에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달포 전, 병
문안 했을 때 동생은 이미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암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거의 빠졌고
몇 개월간의 투병으로 몸과 마음은 지칠 대로 지쳐 말 한마디 한마디 할 때마다 가쁜 숨을 내쉬었다. 그
곱고 예쁜 얼굴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닐 때 세 살 위 사촌오빠인 나를 친오빠보다 더 따랐던 동생이었다. 운명이 기구한지 세 번의 결혼으로 인생의
아픔과 슬픔을 겪기도 했다. “ 오빠, 사는 게 힘들어 자주 만나지도
못했네. “라고 내게 말을 하며 나와 내 아들의 근황을 물어보았다. 당시
구 개월 넘는 실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던 터였다. 동생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한 것 같았다. 동생은 죽기 전, 첫 결혼에서 낳은 아들과 딸을 꼭 한번 만나보고 싶어했다.
20여년 전에 헤어져 몇 년 전 멀리서 장성한 아들을 본 것이 전부였다고 했다. 자식을
버리고 나간 엄마를 만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장례식장에 가서 알았다. 죽기 며칠 전 생명이 경각에 달렸을 때 몽매에도 그리던 아들과 딸을 만나기 위해 정신을 놓지 않고 단말마적인
고통을 견디었다고. 살아있어야 했었을 것이다. 자식한테 미안하다는
그 한마디 말을 해야 했기에. 결국 동생은 자식을 만났다. 살아남아
자식을 만나야 한다는 초인적인 의지가 그녀의 생명을 며칠 연장시켰던 것이다. 그리고 며칠 안 되어 운명을
달리했다. 이승의 삶에서 마음에 맺힌 회한과 응어리를 조금은 덜어내고 갔었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누군가 왜 사느냐고 물으면
어떻게 답을 할 까. 그냥 태어났으니 열심히 살다 죽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뻔한 답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남녀간 욕정의 산물로 태어났든 사랑의 결실로 태어났든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태어났으니
살아가는 것도 그냥 주어진 팔자대로 살다가 가면 되는 거 아니냐고 소극적인 답변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이 예측하기 어렵고 불확실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 때로는 인간의
힘으로 어찌 할 수 없는 자연재해에 인간은 한없이 나약하기만 하다. 불완전한 인간의 중대한 실수,탐욕, 그리고 어리석음이 많은 사람의 삶을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기도
한다. 전쟁과 내란은 말할 것도 없고 자동차, 버스, 여객선, 기차, 비행기
등의 운송 수단을 이용할 시 우리의 목숨은 그것을 조종하는 사람의 손에 달려 있다. 길을 걷다 차가
갑자기 보도를 넘어와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자신의 주어진 운명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그 운명에 무기력해 지기도 한다. 프랑스 최고의 지성이라 불리는 자크 아탈리는 이러한
운명 앞에 굴복하는 인간의 행동유형은 자포자기, 속세이탈, 회개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고 한다. 그리고 끝내는 자살을 택하든가 때로는 극단적 이기주의자 또는 금욕주의자가
될 가능성이 많다고 한다.
지난 구 개월의 실직 기간이 길어질수록 수많은 상념이 마음에 들어왔다 나가기를 반복했다. 남은
인생을 무슨 일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독서와 글쓰기에 몰입을 할까?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속세를 잠시 떠나 산사로 들어가 볼까? 막노동이라도
해볼까? 아니면 퇴직 전에 몸 담았던 업종에 다시 발을 들여볼까? 등등.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힘든 시기에 그 누구도 내게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실직은 당사자인 내게는 견디기 힘든
일이었지만 타인에게는 사소한 남의 일이었다. 가까운 가족도 힘들어 하는 나를 바라만 볼 뿐 삶의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것은 나 자신이었다. 때로는 무기력해지는 내 모습에 실망하기도 했다.
국가, 민족, 기업의 질긴
생명력은 수많은 성상의 세월을 거쳐 살아 남아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흥망성쇠의 위기를 겪고 꿋꿋하게
생존해 있는 민족과 기업은 높이 평가할만 하다. 한 개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 직장에서 승진은 하지 못하더라도 정년 퇴직까지 살아남는 사람, 스타가
아니라 대중의 인지도는 떨어지더라도 나이 40 넘어 현역으로 뛰는 운동선수들은 살아남기에 성공한 사람들이다. 살아남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련과 유혹이 있었을 것 인가.
운명에 순응하는 인생은
너무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삶이다. 우리는 그냥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삶’이라는 거친 세상에 내 던져졌다. 도전과
용기, 과감한 혁신을 통해 삶의 파고를 헤쳐나가야 한다. 아탈리는
살아남기란 모든 생명체의 가장 으뜸가는 목표라고 한다. ‘살아남기’라는
말에는 자신에 대한 사랑, 생에 대한 강렬한 의지와 열정, 절제, 변화, 적응, 혁신 등의
처절함이 묻어난다. 이것으로 무장하지 않고는 자신을 둘러싼 외부적. 내부적
환경에 너무 쉽게 굴복 당한다. 매 순간위기와 기회가 공존한다. 끝까지
살아남아 남은 삶의 승리자가 되어 홀로 우뚝 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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