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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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더듬는다. 금요일 아침이었다. 습관적으로 핸드폰 알람을 껐다. 화장실로 가서 세면대 수도꼭지를 틀었다. 쏟아지는 물줄기에 두 손을 포개고 얼굴을 씻기 위해 허리를 구부리는 순간, 등에 강렬한 통증을 느꼈다. 꼼짝도 못하고 그대로 천천히 움직여 욕탕 언저리에 걸터 앉았다. 숨을 살포시 쉬어 본다. 그래도 숨은 아직 쉴 만하다. 이 통증! 친숙하다. 간만에 찾아온 친구 같다. 몸을 살살 움직여 보았다. 통증은 있지만 그래도 출근도 할 수 있겠다.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여 몸을 덥혀 주니 한결 괜찮다. 출근하여 약국을 찾아 진통제와 근육 풀어주는 약을 구입했다. 어림짐작 하건데 이 정도 통증은 한 일주일 약 먹고 때때로 한의원에서 침을 맞아 주면 가실 듯 하다.
금요일 아침 나에게 찾아온 등 근육의 통증을 흔히 담(痰) 결린다고 표현한다. 한의학에서는 냉기로 인해 피와 기가 제대로 흐르지 못해서 뭉치는 병이라고 한다. 처음 담에 걸렸던 시기가 대학교 자취 시절이었다. 얼마나 담이 심하게 결렸었던지 길 한복판에서 그대로 주저앉았다. 다행히도 함께 있던 선배의 등에 업혀 근처 한의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았다. 그 시절 이후 담은 가끔씩 나에게 찾아오는 친구 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이 친구 같은 통증이 몇 년 만에 나를 찾아 왔다.
담이라는 통증을 친구처럼 맞이한다. 내 머리가 복잡할 때 담은 찾아 왔다. 노력하는 정도에 비해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몸을 던져 그 일을 풀어보려 하지만 더더욱 일이 풀리지 않을 때 담이라는 통증이 나를 찾아 왔다. 요즘 말로 스트레스를 잘 다르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몸은 통증으로 나에게 이야기 한다. 쉬라고, 휴식을 가지라고 외치는 거다.
휴식(休息)이란 한자를 보면 휴(休)는 사람( 人)이 나무(木)에 기대 앉아 있는 모양이고, 식(息)은 자신(自)의 마음(心)을 돌아보는 것이다. 즉, 나무에 기대어 앉아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자기 자신과 대화를 나눈다는 의미가 휴식이다.
통찰해 본다. 생활 속 조각난 파편들을 들고 이 조각이 어디서 왔는지 근원을 살펴본다. 마음속을 살펴 조각난 파편들을 하나하나 맞추어 본다. 비록 기대고 앉을 나무는 없지만 기대어 앉을 나무의자는 있다. 조용히 앉아 통증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생각이 너무 많았구나! 뛰어다니는 생각을 잡으러 다니다 이리 되었구나! 지난 한 주 (아니 한 달 이상 인가?) 밥 한번을 느긋이 앉아 먹은 적이 없었다. 이런 고민 저런 고민들로 일하는 사이 사이 입 속에 밥을 구겨 넣어왔다. 그나마 주말에 가족과 밥 먹는 시간이 되어서야 반찬 구경도 해가며 사람과 이야기도 해가며 밥을 먹었다.
형선아! 이리 바쁘게 살건가? 겨울 눈이 왔는지, 저 눈밭에 몸을 던지고 눈 한번 뭉쳐 던져보지도 못하며 살건가? 놓아라! 내려 놓아라! 내 몸이 외치고 있다.
오랜만에 찾아온 친구같은 통증 덕에 내 몸과 이야기 해보았다. 내 생활을 돌이켜 보았다. 친구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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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아침 나에게 찾아온 등 근육의 통증을 흔히 담(痰) 결린다고 표현한다. 한의학에서는 냉기로 인해 피와 기가 제대로 흐르지 못해서 뭉치는 병이라고 한다. 처음 담에 걸렸던 시기가 대학교 자취 시절이었다. 얼마나 담이 심하게 결렸었던지 길 한복판에서 그대로 주저앉았다. 다행히도 함께 있던 선배의 등에 업혀 근처 한의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았다. 그 시절 이후 담은 가끔씩 나에게 찾아오는 친구 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이 친구 같은 통증이 몇 년 만에 나를 찾아 왔다.
담이라는 통증을 친구처럼 맞이한다. 내 머리가 복잡할 때 담은 찾아 왔다. 노력하는 정도에 비해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몸을 던져 그 일을 풀어보려 하지만 더더욱 일이 풀리지 않을 때 담이라는 통증이 나를 찾아 왔다. 요즘 말로 스트레스를 잘 다르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몸은 통증으로 나에게 이야기 한다. 쉬라고, 휴식을 가지라고 외치는 거다.
휴식(休息)이란 한자를 보면 휴(休)는 사람( 人)이 나무(木)에 기대 앉아 있는 모양이고, 식(息)은 자신(自)의 마음(心)을 돌아보는 것이다. 즉, 나무에 기대어 앉아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자기 자신과 대화를 나눈다는 의미가 휴식이다.
통찰해 본다. 생활 속 조각난 파편들을 들고 이 조각이 어디서 왔는지 근원을 살펴본다. 마음속을 살펴 조각난 파편들을 하나하나 맞추어 본다. 비록 기대고 앉을 나무는 없지만 기대어 앉을 나무의자는 있다. 조용히 앉아 통증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생각이 너무 많았구나! 뛰어다니는 생각을 잡으러 다니다 이리 되었구나! 지난 한 주 (아니 한 달 이상 인가?) 밥 한번을 느긋이 앉아 먹은 적이 없었다. 이런 고민 저런 고민들로 일하는 사이 사이 입 속에 밥을 구겨 넣어왔다. 그나마 주말에 가족과 밥 먹는 시간이 되어서야 반찬 구경도 해가며 사람과 이야기도 해가며 밥을 먹었다.
형선아! 이리 바쁘게 살건가? 겨울 눈이 왔는지, 저 눈밭에 몸을 던지고 눈 한번 뭉쳐 던져보지도 못하며 살건가? 놓아라! 내려 놓아라! 내 몸이 외치고 있다.
오랜만에 찾아온 친구같은 통증 덕에 내 몸과 이야기 해보았다. 내 생활을 돌이켜 보았다. 친구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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