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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12일 15시 54분 등록

합궁(合宮)과 합방(合房)

 

 

 

우리는 병원에 가서 인공수정을  포기했어. 대신에 자연임신을 위해 노력할 날을 받아왔어. 애 많이 썼는데 그냥 포기하기가 미안해서 받은 거야. 날은 보통 배란일 전후 이틀이야. 의사선생님은 내진을 해서 초음파를 보면서 배란 상태를 살핀 후에 배란 날짜와 노력할 날짜를 말해주셔.

 

진찰과정은 이래. 환자카드로 원무과에서 재진예약을 확인해. 생리2~3일째에 반드시 가야 하니까 신경 써서 예약해야 해. 해당 선생님 진료실 앞 대기의자에 앉아서 기다려. 유명한 의사 샘의 대기명단이 길어. 어떤 병원에서는 2시간을 기다리기도 한다는구나. 내가 아는 어떤 부부는 교수 특진료를 내고 1시간 반씩 기다려서 난임병원에 다녀서 임신을 했다가 화학적인 유산이라고 해서 항의를 했다고 하더구나. 수정은 되었는데 착상하지 못한 경우를 부르는 말이야. 남들은 자연스럽게 진행하는 걸 많은 노력을 통해 하고 있음 자체가 스트레스 경험이야. 재수학원 같은 느낌? 대기실에는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는 여성들을 위한 음악치료 포스터가 붙어있어. 다른 난임부부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임신에 성공해서 11주쯤 되면 일반 산부인과로 옮기게 하는 것도 그런 배려지. 근데 이건 생각하기 나름인 거 같아. 긍정의 힘을 사용할 찬스지. 진인사대천명한다고, 세상에 귀하고 아름답고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많은 땀과 정성과 기도 속에서 온다고 믿지. 또 우리가 마흔 넘도록 묵기로 선택한 과보를 기꺼이 받을 작정이란다.

 

나무색 가구, 연녹색 커튼, 베이지색 소파가 놓여있는 대기실 벽에는 소리가 최소한으로 된 TV가 있고, 크로톤 화분과 그 달의 여성지들이 있어. 여성지에서 읽을 걸 골라 열심히 읽었는데 기억에 남는 건 없어. 킬링타임용이지. 나는 네가 찾아온다고 해도 고령산모, 고위험산모군 편입대상자여서 주로 대기실의 다른 여자들 나이를 살피는 편이야. 35세가 넘어가면 고령산모 대접을 받아. 권유받는 기형아검사의 수가 늘어나지. 유산율이 높아지고, 임신중독증의 위험도 높아지고. 그런데 프랑스는 만 42살까지는 아이 낳기 좋은 때로 본다네. 그럼 나는 프랑스식 산모할란다. 너는 아이 낳기 좋은엄마의 만 42번째 생일 이전에 찾아오길 바란다. 오바. 아빠는 보통 기다리면서 핸드폰을 봐. 내 이름이 불리면 진찰실로 들어가.

 

의사샘한테 인사만 하고 커튼 안으로 들어가. 아래 옷을 속옷까지 탈의하고 분홍색 부인과 치마로 갈아입어. 양말은 신은 채지. 그러고 나서 종이가 깔린 산부인과 진료 의자에 앉지. 이것 때문에 여의사를 선호하지. 내진은 기계가 질로 쑥 들어와서 이리저리 다니면서 탐사를 하는 방식이야. 석유 시추나 수맥 탐지나 비슷할라나? 보쌈을 크게 입벌려 하고 먹는 흉내를 내면 내진이 수월하다고 어디서 읽었지. 나는 하면서 천정 모서리를 봐. 눈길 어무는 그 자리에 너무 아름다워서 마음을 위로받는 그림이 하나 걸려있으면 좋을 것 같아. 뜻 풍부한 글씨든지. 아기를 낳을 때는 손을 완전히 넣어서 아기 머리를 만지고 산도 벽의 상태를 내진한다니 이것은 오픈게임인가도 싶네.

 

진료의자 왼쪽에 달린 모니터가 생식기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들을 그림으로 보여주어. 네가 우리에게 찾아와 보석처럼 작은 심장이 반짝거리고, 아기집을 예쁘게 지었을 때도 나는 역시 그 화면을 통해서 너의 존재를 확인하게 되겠지. 의사선생님이 이번 달에는 왼쪽 오른쪽 난소 양쪽에서 5개의 난자가 배란될 예정이네요 하셔. 너를 만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두 번째 달인 이번에는 주사까지 맞아서 양쪽 난소가 모두 출동했구나. 열심히 일해준 내 난소에게 고마왔어. 너는 거기 있을까? 내가 옷을 입는 동안 간호사가 들어와서 진료의자를 재정비하고, 남편을 들어오라고 말해줘. 보통 배란일 전날과 바로 다음날 이틀을 적어줘.  

 

오늘은 그렇게 받은 날 이틀 중 하루를 놓치고 두번째 날 새벽이야. 난임부부들은 병원에서 받아준 날짜에 성관계를 가지는 걸 숙제한다는 말로 표현해. 심리를 잘 반영한 재미있는 단어라고 생각해. 아빠가 새벽 6시에 잠깐 일어나서 오늘이 그날이지?’ 하는데, 엄마는 건너와서 모닝페이지를 하고, 절을 하고 이렇게 네게 편지를 쓰고 있어. 밖에서 코를 고는 소리가 들리네. 나는 그의 불면을 연민해. 그를 충분히 재울거야. 올빼미형에다 주야간 교대근무로 인해 리듬이 불규칙한 그에게는 이 시간이 가장 단잠을 잘 때거든. 그는 아침을 안 먹더라도 이 시간에 잠을 자길 원해. 휴일이라도 편히 재우려고 너에게 보내는 이 편지가 길어진다. 배란일에는 보통 나는 야한 상상을 많이 하는 편이야. 그동안 직접 간접으로 수집한 편집본들이 한꺼번에 머리 속에서 순서대로 재생되는 느낌이야. 자연의 신비겠지. 배란일 즈음, 가장 임신가능성이 높은 시기에 여자들이 가장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 성은 어떨 때 생명을 실어오는 과정마다에 주어지는 사탕 같은 느낌도 들고 말이야. 하지만 오늘 나는 좀 화가 나있단다.

 

지난 달에도 우리는 병원에서 받아준 날 중 하루를 놓쳤어. 이번 달에도 하루를 놓쳤네. 배란 전 날을 모두 놓쳤지. 번번이 이러는 걸 보면서 나의 삶의 패턴에 대해 돌아보게 된단다. 병원을 다니고, 배주사를 맞아가면서 애를 써서 잡은 날짜인데 어째서 다른 일을 끼워넣는 걸까 누가 봐도 이상한 일을 계속 2달째 반복하고 있는 나를 보고 있는 거지. 어제는 두 사람 모두 너무 피곤했어. 어제는 내 친구들이 놀러 와서 오후 내내 우리 집에서 즐겁게 이야기를 하면서 지냈어. 밤새 야근을 한 그가 퇴근길에 장을 봐와서 굴파전과 찹스테이크를 만들어서 내놓아서 나는 시집 잘 갔다는 부러움을 받았지. 그 두 친구의 남편들은 선량한 보통 남정네들인데 전업주부의 귀한 아드님으로 자라나서 집안일을 분담하는게 익숙치 않거든. 반면 아빠는 청소나 빨래, 요리 등 모든 집안일을 잘 하셔. 이런 걸 보면 나도 네가 여자든 남자든 기본적인 집안일을 마스터하도록 기회를 줄 생각이야. 엄마나 아빠가 쫒아다니면서 돌보아주어야 하도록 과보호 하기보다는 혼자서 생존이 가능하도록 해야지. 우리 둥지에 네가 있을 때 잘 가르칠 생각이야. 엄마는 8살때부터 밥을 했고, 물동이도 이어다 먹고, 청소며 빨래도 어린 시절에 다 했지. 네 아빠도 멀리로 일을 하러 다니는 엄마의 아들이었던 덕분에 집안일을 아주 어릴 때부터 잘 하셨지. 명절 부침개를 어찌나 잘 부치는 지 말이야.

 

하지만 관건은 모임날은 꼭 어제가 아니어도 좋았다는 거지. 몇 년만의 회포를 풀려니 점심 저녁을 지나 밤까지 수다가 이어졌어. 손님을 배웅하고 돌아와 둘 다 지쳐서 잠들어버렸지. 우리는 병원까지 다니면서 날을 받았는데도 다른 일들을 끼워 넣느라 우리 일정에 집중하지 못하는 매커니즘을 둘 다 가지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우리는 최선을 다해, 착하게 보내는데 좀 지혜가 떨어진달까, 자체 우선순위에  대한 충실성이 떨어지는 선택을 자꾸만 하고 있는 거야. 

 

날을 받는다니 재미난 단어들이 떠올라. 길일을 받는다거나 합방’ ‘합궁같은 말 말이야. 한자를 사전에서 찾아보니까 합방은 한일합방의 합방(合邦) 과 남녀가 합방할 때의 합방(合房) 은 한자가 달랐어. 나라 방() 자를 쓰고 방 방() 자를 쓰네. 합궁(合宮) 은 남녀간의 성관계를 대놓고 하는 말인듯 해. 성관계를 궁전을 합친다고 표현한 말은 근사하지 않냐? 생식기를 임금이 사는 궁전처럼 소중히 여기는 거잖아? 애기들한테 성교육할 때, 수영복 안에 있는 몸을 소중한 곳으로 가르치는 것과 비슷하네. 자궁(子宮)이라는 말도 그래. 아이가 머무는 궁전이라는 뜻이잖아? 말 속에도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포함되어 있는 듯 해. 궁전에 모시는 존재니까 말이야.    

 

합방과 합궁은 TV 대하드라마에서 많이 들은 단어야. 흥미 위주로 흘러가면 왕자를 생산해야 하는 왕비와 후궁들 사이의 암투에서 모든 역사가 비롯된 것처럼 연속극이 보여질 때도 있지. 마침 성종임금의 연애사에 대한 드라마가 방영중이라네. 임금들이 후궁과의 첫날밤을 치를 때 임금은 자리에 누운 채 정기보호를 위한 침과 뜸을 혈마다 놓는대. 이어 보혈과 강장을 위해 암사슴의 녹혈(사슴피)과 녹편(숫사슴 양물)으로 빚은 녹혈주를 마신대. 술에다 녹용을 탄다는 말이구나. 그 다음에는 합궁체위 그림이 담긴 '옥방비결(玉房秘訣)'이라는 서책에 대해 장내관의 강론을 듣는다네. 동시에 궁기행수가 그림에 따라 선보이는 여러 자세들도 유심히 살펴보고 배운대. 시각자료를 동원한 성교육을 과외선생을 모셔서 배운다는 거지.

 

다른 자료를 찾아보니까 먼저 점을 쳐서 길일을 받는대. 요즘처럼 배란일과는 관련이 있을까? 모르겠어. 그 다음에는 잠자리가 일어날 궁전 방을 정비한대. 왕과 정비인 중전의 잠자리는 교태전에 차려진대. 건물 가운데에 큰 대청마루가 있고 그 좌우에 3칸짜리 온돌방이 하나씩 있대. 우물정()모양으로 칸막이를 두고 있는데 장지문을 닫으면 순식간에 9개의 방으로 변해. 물론 같은 크기는 아니지. 가운데에 큰 방이 하나 있고 나머지 방들은 그 큰 방을 감싸는 통로 구실을 해.  이 가운데 방에서 왕과 왕비가 잠을 자고, 이런 형태로 방을 만드는 것은 신변보호를 위해서겠지. 생각시(나이어린 상궁)들이 물수건과 이부자리를 마련한대. 12시가 되면 칸막이로 된 교태전 9개의 방 중 가장 가운데 방에서 다섯 개의 촛불을 밝힌 채 왕과 왕비의 생산할동이 시작되고 큰 상궁 3명만이 남고 둘레방의 상궁들은 모두 물러간대. 양기가 가장 많이 도는 시간은 새벽 3시 즈음인가봐. 왕자를 잉태해야 하므로 양기가 도는 시기에 성관계를 가지면 남아를 잉태할 수 있다고 믿었나봐. 왕과 왕비 부부간의 로맨스보담은 왕자를 생산하는 거룩한 작업의 일환이었을 뿐이었지. 숙직상궁들이 옆에서 마마, 옥체를 보전하시옵소서’ ‘마마, 혈기를 보존하옵소서이런 조언을 한다고 생각해보면 참 왕노릇, 왕비노릇은 힘들었겠어. 나는 결단코 사절이야. 아빠도 살아만 있으면 왕보다는 왕의 형님이나 아우가 좋은데 이 위치는 견제를 당하기 쉽고 한 사촌쯤 되면 되겠다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가 평민인 걸 감사하고 깔깔거렸어.  우리는 녹용든 한약에 빨대 꽂아 한 팩 마시는 걸로 타결 봤어.

  

남아선호사상이 만들어낸 이야기를 읽다가 이참에 해 둘 말이 있어. 엄마는 네가 남자아이든 여자아이든 개의치를 않는단다. 아빠 역시도 마찬가지란다. 우리 양쪽 집안의 어른들도 마찬가지야. 엄마 집 쪽 어른들은 며느리에게는 아들을 기다리는 눈치지만 나는 워낙 늦은 나이에 결혼한 거니까 그냥 하나만 낳으면 된다는 입장이야. 할머님도 손자든 손녀든 상관없으니 만나게 해 주십사 지난 추석 차례상에서 조상님께 비셨지. 우리는 남자아이든 여자이이든 하늘이 우리에게 맡긴 생명은 감사하며 맞이할 작정이야. 몸과 마음이 건강하길 앙망하지. 엄마가 신경을 쓰는 건 밤에 일찍 자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움직이길 좋아하는 여자와, 아침에는 늦게까지 자고 밤에 역시 늦게 자는 남자, 게다가 교대근무를 하는 남자가 만나려니 시간 맞추기가 힘들어서 말이야.

 

나는 늘 너를 우리집에서, 그리고 사랑 안에서 초대하고 싶었단다. 시렁에 자기 밥그릇을 엎어놓고 손 때 묻혀 길들인 물건들이 그대로 있고 마당가에 낯익은 꽃들이 해마다 피어나는 우리집에 대한 소망은 내 안의 안정감을 상징해. 나는 늘 그런 집을 갖고 싶었어. 지금도 지어가는 중이지. 몸도 집일테고, 마음도 집일테지. 나는 지금 우리집을 좋아한단다. 이건 집에서 아이를 낳는 것과, 아플 때 집에서 쉬고 싶고, 이담에 집에서 죽고 싶은 마음과도 통한단다. 아 그렇다고 내가 가정출산 옹호자는 아니야. 나는 안전한 출산 옹호자야. 나는 집에서 자연분만으로 낳는 걸 읽었지만 제왕절개든 뭐든 안전한 출산이면 감사하고, 완전모유수유든 혼합수유든 아이가 배 곯지 않고 포근히 안겨서 적당한 양질의 영양을 섭취하면 된다고 생각해.

 

엄마는 엄마 고향집의 방에서 태어났지. 저녁밥을 해먹고 나서부터 아직 앳된 외할머니에게 이슬이 비치고 배가 본격적으로 아프기 시작해서 아침 먹기 전 아침 6 30분에 태어났지. 나를 받아준 분은 나의 증조할머니야. 그때 너의 외할아버지도 같이 계셨단다. 그때 너희 외할머니는 스물두 살, 외할아버지는 스물세 살이었어. 아빠도 아빠 집에서 태어났어. 낮에 같이 목욕탕에 다녀와서 너의 증조할머니가 미아리 고모님 댁에 가신 동안에 할머니가 아빠를 낳으셨다고 했어. 9 15분이야. 주인댁 아주머니가 아이를 받았는데 마침 그 댁 약혼한 딸과 사위가 와서 시계를 보고 아기 태어난 시각을 이야기를 해 주었댔어. 근데 아빠는 임신 중에 너무 배를 곯아서 태어나서 금방 세차게 울지를 않았다는구나. 뭔 일이 날까봐 마음을 졸였다고 하셨어. 그때 네 할머니의 나이는 스물여섯이고 네 할아버지는 서른한 살이야. 엄마와 아빠는 양쪽 집안의 첫 아기들이었고, 모두 결혼한 지 두 달 째에 선 아이들이지. 결혼한 지 1년 만에 태어난 거야. 엄마는 봄에 태어났고 아빠는 가을에 태어났어. 물론 엄마아빠는 각자 집에서 잉태되었고 말이야. 생노병사가 일어나는 은 좋은 메타포야. 이 태교편지는 너의 출산기록으로 마무리되겠지. 암튼 오늘은 이만 줄인다.   

 

 

Ps. 부처님 관세음보살님. 저희는 받아온 날짜 중 하루를 놓쳤습니다. 오늘 새벽에 저는 이런 살핌이 있습니다. 겨우 한 달 중에 3일만 근신하고 집중을 하는 건데도 나는 이 일을 우선순위 삼아서 집중을 못하는 겁니다. 이게 바로 내가 살아가는 패턴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항상 뭔가를 바쁘게 하지만 중구난방이어서 내 곳간에 성과가 쌓이지 않는 방식 말입니다. 이런 살핌은 좋은 공부꺼리이니 감사드립니다. 저는 아이가 오는 길에 놓인 장애물과 방해물을 하나씩 치워가고 싶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준비되고 성숙해갈 겁니다.

 

저는 몸이 너무 약하다니 이번 달에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건 거짓말입니다. 최선을 다한다는 말 속에는 기대가 담겨있습니다. 저 사람 역시 제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기 위해서 많은 애를 쓰고 있습니다. 선배님 중에 인공수정으로 딸 쌍둥이를 얻는 분이 있는데 아내 마음 편하게 해주는게 최고다는 조언을 주셨나 봐요. 그는 그 조언을 열심히 듣습니다.

 

난임병원에 다니면서 자연스런 생명의 과정이 일일이 주목받는 게 되어 버려요. 그냥 자연스럽게 잉태를 하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분위기와 효율성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게 이중의 과제처럼 피곤하고 복잡한 요구로 느껴집니다. 이게 계획적인 임신에서 문제가 되는 점인가 봅니다. 날을 정해서 노력하는 게, 여러 가지 간섭하는 눈들 사이에서 오직 왕자 회임을 목표하며 합궁의례를 가졌던 조선시대 왕과 왕비 같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왕국에서는 왕이고 왕비입니다. 그들에게 서로를 향한 사랑의 마음이 없다면 종돈이나 씨받이, 정자와 난자 소유자와 무엇이 다릅니까? 주객이 전도되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런 균형과 조화의 문제는 삶의 도처에서 발견됩니다. 글로벌리제이션과 로컬리제이션의 화두가 그러하고, 바탕이 문체보다 승하면 거칠고(), 문체가 바탕보다 승하면 사치()스러우니  형식과 내용이 고루 어울려야 한다고 공자가 <논어> 옹야편에서 말한 것이 그것입니다. 짐 콜린스(Jim Collince)와 제리 포라스(Jerry Porras)는 모순적 가치를 가진 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기 보다는 두 모순적 가치를 조화시키는 경영이 위대한 기업들의 공통점이라고 설파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교사는 원칙에 대한 엄격함과 사랑을, 장기적인 관점과 당장 해야할 일 사이의 균형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건 삶의 모습 자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과학의 힘을 활용하면서도 사랑의 따스함과 기쁨으로 아이를 초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부족하고 어리석지만 기도 안에서 지혜롭게 길을 찾아갈 수 있음을 믿습니다. 저희 가족을 자애롭게 지켜보아 주시고 보호하여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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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13 16:24:27 *.133.122.91

오늘의 눈물 한방울과 간절한 기도가 아름다운 생명을 탄생하리라 믿습니다.

저 또한 어려움이 있던 시절이있었던 만큼, 그때를 생각하면 얼마나 간절했었는지 문득 놀랄 때가 있습니다.

언젠간 오늘의 이런 노력 또한 추억이 되겠지요.  저 또한 기도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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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1 20:50:24 *.153.23.18

'저 또한 어려움이 있던 시절이 있었던 만큼' 이 구절을 읽고 엉? 선배님도 맘고생을? 했어요.

매번 읽고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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