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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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제목 그대로 난 지금 이 칼럼을 억지로 쓰고 있다. 하고싶은 이야기도 없고, 쓰고 싶은 마음도 없다. 오로지 의무, 책임감에 의해 글을 쓰고 있다. 고등학교때 선생님이 내주었던 깜지 숙제같이 그냥 의미없이 손가락을 놀리고 있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게 글자인지, 지렁인지 감이 안온다. 약간 멍하다.
어쩌다 이리도 된 걸까. 숭고하게 시작했던 연구원이 어쩌다 이리 된 걸까.
사실 지금 절대적 시간이 부족하다. 잠자는 시간도 부족한데, 책을 읽을 시간이 있을리가 없다. 자랑이 아니고, 저번달 야근비가 백만원을 넘었다. 시간당 7,500원, 하루 45,000이상 주지 않는 회사에서 백만원 넘는 야근비가 나왔다는 말은.. 그렇다. 그냥 회사에서 살았다. 퇴근하면 집에와서 부리나케 잔다. 5시간 정도 자면 또 출근이다. 어의가 없지만 정말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다.
이런 정신없는 상황에서 책을 본다는 건 꽤나 힘든 일이다. 거기다가 한달후면 기술사 면접시험도 있다. 짬이 나는대로 시험공부를 해도 모자를 판이다. 주말마다 경쟁자들은 스터디를 만들어서 열심히 공부를 하는데, 난 그러지도 못한다. 이것저것 없는 시간을 쪼개서 계획을 짜고 공부를 한다. 불안하기만 하고 공부가 제대로 되지도 않는다.
회사외의 모든 시간을 투자해서 공부를 해도 모자를 판에, 그 시간을 쪼개 책을 읽고, 변경영 과제를 하는 건, 이제 한계다. 겨우겨우 버텨왔는데, 막바지에 엄청나게 큰 위기가 왔다. 어지간해서는 내색하고 싶지 않지만 정말 ‘도저히 못해먹겠다’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기술사 마지막 시험, 전략과제라고 관리당하는(일정에 쫓기는) 회사의 업무, 그리고 변경영, 도대체 이 셋을 다 잘할 수는 없는 걸까?
결론적으로는 없다. 해보니깐 안되겠다. 이제 두손두발 들었다. 몇일째 불면증에 시달리고 나서 생각했다. 일단 변경영 과제는 조금만 덜 신경써보자.
변경영 숙제를 위해서 회사를 그만둘 수는 없다. 난 지금 일인 기업가가 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회사일도 맘에 든다. 매일 밤새고 하지만 버틸만하다. 굳이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은 지금은 없다.
그리고 변경영 숙제를 위해서 면접시험을 소훌히 하고 싶지도 않다. 거의 고시 수준의 시험이다. 필기도 정말 어렵게 합격했다. 해외여행간다고 5일 휴가내고 독서실을 다녔던 기억도 난다. 어떻게 붙은 시험인데 면접에서 떨어질 수는 없었다. 마지막 면접이 한달남았는데, 지금 회사 외적인 일은 모두 공부에 쏟아붙고 싶다.
그래서 이런 이상한 글을 쓴다. 하고 싶은 이야기도, 해야 하는 이야기도 없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아주 수준낮은 리뷰와 칼럼에 대한 변명과 핑계이면서, 하소연이기도 하다.
언젠가 다시 자리를 찾을 날이 올 것이다. 책을 음미하고 공부하며, 인간과 세상에 대해 사색하는 날이 올 것이다. 다만 지금은 아니다. 하늘에 계신 구선생님도 날 이해해주리라 믿어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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