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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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기 김정은
드디어 시작되었다. 나는 사람을 쉽게 좋아하는 편이다. 깊고 깊은 만남이 곧 시작될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좋아하게 될지 설레었다. 14일 금요일 밤잠을 설쳤다. 남편의 코골이 때문이라고 핑계는 댔지만 10기 동기가 될 분들 모습을 떠올리며 설레었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일어났다. 구름님의 6시 카톡 알람이 나를 깨웠다.
우리의 만남은 14일 금요일에 시작되었다. 구름님께서 단체 톡을 날리셨기 때문이다. 카톡 썸네일을 보며 첫인상을 상상해 보았다. 자연 사랑 구름님, 산 사랑 참치님, 예술가 느낌 나는 피울님, 냉면에 소주 왠지 잘 통할 것 같은 종종걸음님, 능력자 포스 찰나님, 사진작가 느낌 희동이님, 아름다운 미소의 녕이님, 아버님의 예쁜 모습만 쏙 빼 닮은 어니언님, 신비주의 전략을 쓰시는 것 같은 에움길님 10명의 동기님들 중에 섬세한 예술가 느낌이 가득했던 피울님과 남자인지 여자인지 나이가 나보다 적을지 많을지 그가 쓴 글로는 유추해 내기 힘들었던 에움길님이 특히 궁금했다. 인물 답사는 여기까지! 나머지는 내일 알아보기로 하자!
파주에서 지하철에 마을 버스를 타면 두 시간 거리지만, 한 시간 여유 시간 두고 9시에 출발했다. 수유역에서 내려 마을버스를 갈아탔더니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9기 Oh! 미경 선배! 우리는 11시쯤 약속 장소에 같이 도착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구구절절 입체적인 면접 여행 공지와 댓글 삼행시로 언어 마술의 경지를 보여주신 미스테리 선배님! 만난지 5분도 채 안 되어 나는 그분의 매력에 빠져들고 말았다. 가슴이 뜨거운 사람! 사랑이 뚝뚝 흐르는 사람! 순간, 나도 그렇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 분, 두 분 자리를 채워가며 처음부터 우리는 무엇엔가 조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 각기 다른 아름다운 보석들이 보이지 않는 줄로 연결된 하나의 목걸이라고나 할까! 처음 만났는데 오래 만나온 듯한 느낌이 든 것이다. 무거운 철갑옷을 입든지 아니면 홀딱 벗든지 둘 중에 하나밖에 못하는 나는 그냥 정신줄을 놓기로 했다. 에라, 모르겠다. 철갑옷보단 벗는 게 낫겠다!
냉면을 먹고 드립 커피 한잔을 했다. 여러 테이블에 나뉘어서 앉게 되었는데 미소가 너무나 아름다운 녕이님과 궁금했던 에움길님, 구름님과 한 테이블에 앉게 되었다. 에움길님은 미혼의 여성! 구름님을 중심으로 주제는 ‘결혼’이 되었다. 내 또래로 보이는 에움길님이 혹시 자신 내부의 내밀한 곳에 있을 ‘작품’과 이미 결혼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한 편의 추리소설을 연상케 하는 그녀의 신비주의는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커피를 마시고 우리의 숙소 아카데미 하우스로 향했다. 북한산이 내다보이는 풍광이 참 좋았다. “엄마, 북한산에 간다고 해서 북한에 가는 줄 알았더니 왠 서울이야?”라고 물었던 큰 딸 생각에 픽 웃었다. 큰 방에 모두가 빙 둘러앉아 간단한 자기 소개를 하기로 했다. 정신줄을 놔 버려 내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나도 알 수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입만 벌리면 ‘강렬한’ 형용사들만 나온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도 말이다. 상큼한 배려가 돋보이는 녕이님, 맑고 포근한 어니언님, 트렌디한 세련미의 종종걸음님의 어조가 듣기 편안하고 좋았다.
면접이 시작되었다. 갑자기 떨리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에움길님과 부어라 마셔라하고 있었다. ‘이 사람! 신비주의에 주당이기까지!’ 양파처럼 여러 겹인 그녀의 매력의 끝은 어디일까? 다들 한잔씩 하게 되면서 서로 나이를 공개하기로 했다. 녕이님, 어니언님을 제외하고 대부분 나보다 고령인 것이 밝혀졌고, 비교적 어린 쪽에 끼는 내가 그 동안 다 산 사람처럼 글을 썼던 것이 살짝 부끄러워졌다.
내 차례였다. 면접관 네 분이 침대에 앉아 있는 모습이 너무나 재미있었다. 작년 암흑의 수용소 때 떠올랐던 것을 정리한 ‘강렬한’ 나의 미스토리! 궁금한 점이 많으실 것도 같은데 네 분 모두 매의 눈빛 속에 따뜻함을 가득 담은 채 말씀을 아끼시는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는지 물으셨다. “저는 회복탄력성이 상당히 좋습니다. 조언하실 때 ‘돌직구’를 많이 날려 주십시오.”라고 마무리했다. 그렇다! 나는 ‘진실한’ 것을 좋아한다. 격려성 칭찬보다는 진심을 담은 한마디가 더 좋다.
면접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먹고 마시기’ 시작했다. 가장 고령자이신 구름님의 유쾌한 활약과 섬세한 상남자 피울님의 매력이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피울님을 보면서 생각했다. 피울님의 책이 출간되면 사춘기 소녀 팬 여럿 생기지 않을까? 교감 없이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얘기, 본인만 사진을 찍다 보니 정작 가족 사진에 자신의 모습이 없어서 “아빠는 사진에 왜 없어?”라고 딸이 물을 때, “사진 속의 너를 보고 있는 사람이야.” 라고 대답하는 모습과 보이차를 정성껏 끓이는 섬세한 손길은 소녀 팬들을 사로 잡기에 충분해 보였다. 음악을 좋아해서 통하는 사람 몇 명과 정기적으로 음악회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씀하시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연구원이 된다면 10가 웨버로 내심 찍어두었던 희동이님과 또 10기 총무로 점찍어 두었던 왕참치님은 칼럼이나 북리뷰에 댓글 다실 때와는 반대로 유쾌한 활약을 덜 하시는 것 같았다. 이는 또한 다른 분들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한 배려가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다음 모임에서는 두 분의 매력에도 풍덩 빠지고 싶다.
찰나님과 녕이님 가정을 꾸리며 풀타임 직장 생활을 병행하면서 변화를 도모하는 모습이 참 멋있었다. 찰나님은 두 아이의 엄마시기도 해서 연구원 과정이 건강에 무리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라던 차에 1년 육아휴직을 받으셨다는 얘기를 듣고 좋았다. 육아와 직장을 책임지는 여성에게 안식년은 필수이다.
분위기가 무르익어 오병곤 교장 선생님께서 노래 한 곡씩 하라는 미션을 주셨다. 난감했다. 나 이전에 ‘회식의 신’이었는데 술이면 술, 노래면 노래, 뼛 속까지 문과인 내가 이과적인 일을 하면서 갈고 닦은 필살기는 회식 문화를 주도하는 것이었다. 오히려 살짝 음치이면서 또 완전 몸치인 것이 나름 깨알 같은 재미가 되어 어필하곤 했었는데 머리를 쥐어짜도 가사가 기억나지 않았다. 동작이 기억나지 않았다. 마지막 타자가 되어 난감한 순간에 내 입에서 나온 노래는 ‘동요’였다! 이럴 수가! 지난 3년 간 나는 뼛속까지 동심으로 변한 것이다!
다음날, 남편과 아이들이 왔다. 예비 10기들이 너무나 보고 싶어서 온 것이다. 1박 2일 면접 여행 중 가장 난감했던 순간이 왔다. 연구원 9기 남편이 한 말이다.
“나는 구본형 사부님 왕 팬인데, 얘는 사부님 책 두 권만 좋대요.”
오! 마이 갓! 순간, 추어탕이 코로 들어가는 줄 알았다. 왜 하필 두 권? 그렇다! 난 사실 구본형 사부님의 저서 두 권을 읽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 두 권이 좋다고 한 것이다! 겨우 두 권 읽고 변경연 연구소 연구원에 지원했다니! 어젯밤 연구원 10년 공저 기획안을 발표했다니! 순간 너무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었다. 이제 읽을 것이다! 집에 사부님의 모든 책이 있고, 아직 2주나 남아 있으니^^
집에 와서 푹 자고 일어나 합격 소식을 접했다. 이제 함께 가는 것이다!!!
공헌 1: 파주 책잔치 출판단지 투어를 하겠습니다. (지방에 계신 분들께 빈 방 내어 드립니다.)
공헌 2: 소중한 키워드를 알려주시면 ‘당신을 위한 그림책’을 선물해 드리겠습니다. (그림책 공부를 4년째 하고 있습니다^^)
공헌 3: 자신만의 고유한 사연을 이야기해 주세요. ‘시’를 지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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