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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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일 9시, 진도 앞바다 해상에서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사고가 발생했다. 지금까지도 모두가 애통해하고 있는 세월호의 침몰사고가 바로 그것이다. 결혼을 앞두고 있던 연인, 느지막히 떠나는 신혼 여행 길이던 부부, 수학여행에 대한 기대에 한껏 부풀어있던 어린 학생들 등 너무도 많은 수의 사람들이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도 일말의 희망을 놓고 있지 않은 상황이지만 아직 기적의 소식은 전해지지 않는다.
그 무엇보다 가장 안타까운 사실은 사고발생 후 우리 모두의 모습이 카오스. 그 자체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하루 종일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가 된 것은 그 모든 것이 비난 일색이었다. 번복되는 정부의 상황 발표, 초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고 탈출해버린 선장, 생전 처음으로 그 지역을 운행했던 신참 3등 항해사, 자리를 지키라고 잘못된 가이드를 준 승무원, 과적을 용인하고 안전교육 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던 해운회사, 거센 물살에 제한된 시간에만 들어갈 수 있는 잠수부들의 상황 등등 비난할 거리가 넘쳐났다.
이 사고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대책이 무엇인지, 전 국민 모두가 모여 힘을 합쳐도 부족할 판이었으나 모두가 특정인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그들에게 분노하기 바빴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왜 한 사람도 추가로 구해내질 못하냐며 구조하시는 분들에게 화를 냈고, 나중에는 빨리 탈출한 선장과 승무원들에게 욕을 하며 혀를 끌끌찼다. 유가족들의 슬픔이 얼마나 클지 너무나 이입한 나머지, 하루 종일 언론 매체를 붙잡고 새로이 쏟아지는 화낼 거리들을 찾아 광분하는 나의 모습에 깜짝 놀란 적도 있었다.
그리고 이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구미에 맞는 언론을 인용하여 각자의 다른 생각들을 개진하고 있다. 심지어 음모설이 나돌고 이 기회를 틈타 정치적으로 선동하는 무리들도 보이는 것 같다. 왜 이렇게도 우리는 앞으로의 대책 보다는 ‘우리나라는 안돼..우리 나라사람은 안돼..”라며 서로 비난하는 모습만 보이는 것인지 이제는 눈을 닫고 귀를 닫고 싶은 심정이다.
인간들은 참으로 연약하며 또 알 수 없는 존재이다. 우리는 신들처럼 원하는 모습으로 변신하여 적절한 역할을 해낼 수가 없다. 선한 모습, 악한 모습, 강한 모습, 약한 모습 등 내면에 무수히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으면서 때로는 생각지도 않았던 모습들로 변신을 한다. 특히 절체 절명의 순간, 우리는 본인도 몰랐던 본연의 모습을 직면하기도 하고, 짧은 순간의 선택으로 인해 평생을 짊어지고 가게 될 고통을 얻기도 한다.
대학시절 스튜어디스 직업 체험을 위해 항공사에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었다. 응급구조 체험 시간, 가상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몹시 당황스럽고 두려워 수백번 외웠던 구호도 생각나지 않았고, 재빨리 비상탈출 튜브로 움직여야 했지만 한 발자국 조차 쉽게 떨어지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그렇기에 실제 위기 상황에 침착함을 유지하며 용기를 내고 적절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 상황에 우리가 있었더라면 어떤 모습으로 변신하였을지 그 또한 모르는 것이다. 또한 그 순간 영웅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았을 것이다.
비단 배에 있었던 것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또 다른 우리네 모습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모습을 어떻게 발전적인 모습으로 변신 시켜 나갈 것인지는 우리의 새로운 과제일 것이다. 지금보다는 더 나은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는 우리 모두가 되길 더욱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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