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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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데까지 가보는 심정으로 - 신화 수업 후기
2014년 5월 10일 첫 Off 수업이 있는 새벽 눈을 뜨며 주위를 둘러본다. 새벽, 5주차에 감기와 긴장이 풀린 탓인지 몸은 무겁고 머리도 흐릿한 한 주를 보내고 새벽에 일어나 앉았다. 자신만의 신화를 써야 하는 일주일 동안 나의 신화와 싸워봤다. 수업에 들어가서 알았지만 신화를 해석하는 쪽에 무게를 둔 수업이지 자신의 신화를 쓰는 수업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 일주일 동안 난 나의 신화와 싸웠다. 너의 신화는 무엇이니? 앞으로 어떤 신화를 쓰고 싶니? 이 질문은 일주일 동안 세월호 침몰 사건, 감기, 방사선치료 후 안도에 따른 긴장 이완, 그리고 정체도 모르는 흔들림과 같이 나를 괴롭혔다. 나는 매일 새벽 깨었다 잠들었다 반복하며 새벽잠을 설쳤고 일찍 일어나지 못했다. 이불 속에 눈을 감고 나의 신화는 무엇일까? 고민만 하였다.
문득, 욕망에 충실한 삶을 살고 있느냐는 질문이 떠올랐다. 나의 욕망을 제대로 봐준 적이 있느냐는 것이다. 너의 욕망은 무엇인가? 매일 흔들림 속에 나는 욕망의 범벅 속을 헤매며 나의 욕망을 찾아 다녔다. 너의 욕망은 무엇이냐? 일주일은 그렇게 흘러갔다. 그렇게 맞이한 토요일 새벽에 나의 신화는 쓰여졌다. 너의 욕망의 목소리에 맞게 그냥 적어 내려가라. 결국 신화라기 보다는 나의 꿈 이야기가 되었다. 10년 20년 후의 나의 창업신화를 작성하게 되었다. 이룰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미래지만 적어보기로 했다. 막연한 기대 속에만 있던 나의 꿈을 적어보니 이것이 나의 신화가 되리라고 예언하는 것 같다.
Off 수업을 떠나기 전 아내가 도발을 한다. 지난번 첫 모임 때의 와인 만취 사건 이후로 변경연 오프모임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출발 직전에도 한 말씀 남겨 주신다. 힘든 일주일을 보낸 뒤라 마음도 무겁고 왠지 오프수업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은 느낌도 들고 마음은 좀 심드렁하였다. BNE 사무실에 도착하고 보니 아무도 없다. 열쇠도 없고 갈 곳도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일찍 와버렸다. 아내님께서 남겨 주신 말씀이 생각난다. 왜 그렇게 일찍 못 가서 안달이야? 그러게 말이다. 모두들 오고 음식도 준비되고 자리도 정리된 후 오프수업은 시작되었다. 나의 신화가 발표되는 순간이다. 반신반의하지만 말이다.
도착한 순서로 발표하게 되어 처음으로 발표하였다. 그러다 보니 오디세우스 내용 요약, 이 신화를 선택한 이유 그리고 나의 신화를 발표하다 보내 내용이 많았다. 난 읽기를 할 때 항상 드는 생각이 ‘내 발표를 내가 들었을 때는 마음에 안 드는 데 듣는 사람들은 내 말을 알아 들을 수 있을까?’이다. 오랜 발표를 마치고 나니 좀 허하다. 이것 뭐지? 역시 핀트가 좀 벗어난 느낌이 와르르 쏟아졌다. 아 이렇게 첫 오프 수업의 과제가 끝나는구나! 하던 찰라 질문이 쏟아진다. 후덜덜, 발표내용은 호수에 던진 작은 돌멩이에 불과했지만 그 파문은 매우 컸다.
나는 창업신화를 발표한 대가로 성취지향의 전형적인 남자로 각인되었다. 오디세우스 신화에 비추어진 점에 의해 칼립소, 키르케, 나우시카와 같은 여인들의 유혹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40 나이를 지나면 남자든 여자든 흔들린다. 그 흔들림의 궤적이 가장 클지도 모른다. 바닷가 야자수에 걸린 해먹을 보면 편안히 누워 인생을 즐기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 해먹이 흔들릴 때를 보면 가장 처진 중간 부분의 움직임이 가장 크다. 40의 나이는 그런 나이이다. 그러니 흔들림은 더 클 수 있다. 그러나 해먹과 같이 나무에 묶인 채 떨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니 해먹에 누워 한번쯤 흔들어보면서 40의 나이를 느껴보는 것도 좋아 보인다. 종종은 나 같은 남편이 있는 것 같다. 아내가 스쿠버 다이빙 강사가 되기까지의 여정에서 보여줬던 나의 모습들을 들려주니 이내 공감하는 눈치다. 남자들은 옹졸해서 자신이 점유하고 있는 위치를 놓으려 하지 않으면서 상황은 극복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결국 쿨 해지는 수 밖에 없다. 그 길만이 살길임을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종종은 좀 힘들 것이지만 잘 이해해 주길 바란다. 어쩌면 좋은 남편을 둔 투정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내가 보여준 모습들이 FM이었나 보다. 아니면 재미없는 사람정도. 다들 너무 열심히 많은 것을 하려 한다고 조언을 준다. 맞다. 하지만 그 것들이 없으면 공허해지는 탓이 아닐까? 아직 자신만으로 충만하지 않은 헛껍데기를 붙들고 사니 그런 것이다. 아는지 모르는지 나를 좋게만 봐주니 부담스럽다. 결국 그렇게 열심히 살다 죽으면 무엇이 남을 것인가? 하는 도중에 죽음이나 중단이 될 경우 어떨 것 같은가? 그 것이 내 인생의 이타카인가? 성취 후의 허무함은 걱정되지 않는가? 삶은 순간의 연속이니 순간 순간을 느껴야 하지 않나? 가정을 내 팽개친 남자 아닌가? 등의 돌직구들을 맞고 쓰러질 판에 질문은 모두 끝났다. 이에 대한 나의 답을 정리하자면 이룬 것 하나 없고 해 놓은 것 하나 없다는 것이다. 이제 겨우 바닥을 다지고 있는 참이다. 바닥 다지기의 마지막은 변경연 10기 과정일 것이다. 그 바닥을 다지고 나는 훌쩍 뛸 것이다. 그러니 그런 걱정들 붙들어 매고 박수 많이 쳐주면 좋겠다.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이렇게 사는 것이 나는 편하다. 그 결과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면 그걸로 족하다.
오병곤 선배가 나에게 이런 말을 던졌다. 내가 제우스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했다는 것이다. 그 순간 아차! 왜 내가 제우스를 제외 시켰을까? 어쩌면 제우스가 딱 내 타입이었을 지도 모르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멋진데 제우스. 다음 기회에 제우스로 환생해야겠다. 오 이것 신나는 모험이 되겠는걸!
첫 오프수업이라 낯설고 어떻게 진행될지 몰랐는데 지나고 나니 참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40을 전후한 나의 경험을 이야기 할 수 있었고 동기들의 면면에 대해 많이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아쉬운 점은 6쪽 그림 풀이에서 좋은 조언을 기대하고 그림을 펼쳤는데 할말이 없으시단다. 모든 조언을 마치고 총무가 준비해준 상품권을 전해드리는데 손끝이 잠시 머뭇거리는 것을 느꼈다. 첫 오프수업 준비 직전에 나의 상태가 매우 안 좋아 마음만 급하였는데 역시 왕참치 총무가 잘 준비해주어서 무사히 마무리 한 것 같다. 이 글을 빌어 절판 서적 제본비는 안받기로 하고 저에게 날려주신 돌직구의 대가로 대신하고자 한다. 선물이니 잘 받아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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