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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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욱면의 손에 걸린 새끼줄
삼국사기에는 욱면이란 여종의 성불이야기가 있다. 이야기는 “서방정토에 가기를 희망한 수십 명의 선비가 모여 경주에 미타사를 세우고 1만 일을 기약하는 계를 만들었다”라는 배경 상황으로 시작한다. 이 시대가 경덕왕 때를 배경으로 하므로 삼국 통일을 이루고 많은 혜택을 누리는 시대이었다. 그런 시대에 선비들은 미타사를 세우고 서방정토에 가기를 바란다는 대목이다. 좋은 시대에 먹고 살 걱정이 없고 세상이 풍요로우면 사람은 오직 한가지 걱정만이 남는다. 바로 죽음이다. 그러므로 그 죽음을 피하고자 불로장생을 위한 각종 음식이며 약재를 찾아 나서고 도법을 익히기도 한다. 하지만 죽음을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대부분 죽음 후의 다음 세상을 갈구 하게 된다. 이는 서방정토로 가게 해달라는 미타 신앙으로 표현되었다. 이와 같이 삼국 통일 후 권세 있는 선비들은 현세에서 많은 복락을 이미 무리고 있기 때문에 죽어서 서방정토로 가기를 희망하게 되었다. 이런 경우 대부분 현실에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세상은 늘 변하는 것이므로 현세의 풍족함도 그 끝을 향해 가기 마련이다.
“그 중 귀진 아간의 집에서 일하는 여중 욱면은 주인을 따라 절에 가서, 마당 가운데 선 채 승려들이 하는 대로 염불을 했다.” 주인이 절에 가서 서방정토에 들기 위해 기도를 하니 따라간 여종도 자신도 그러고 싶다고 간절히 기도를 올린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만약 욱면이 주인을 따라 절에 가지 않았다면 어떠했을까? 어떠한 간절함이 있었다면 자신이 길을 찾아갔겠지만 모를 일이다. 여종의 삶이 어떠했을 지 미뤄짐작은 가지만 욱면은 특별한 사연이 있었거나 불심이 있는 아이로 태어났을 지도 모른다.
“주인이 제일을 하지 않는 것이 미워 날마다 곡식 두 섬씩 주고 하루 저녁에 찧도록 했다.” 욱면의 기도가 못내 미웠을까? 주인은 일을 더 많이 주어 힘들게 한다. 예나 지금이나 이런 일은 비일비재한 것은 왜일까? 아랫사람이나 또는 하위 계층의 사람이 진심 노력하여 더 큰 사람이 되려하면 이를 방해하고 시기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는 많은 면에서 해석이 되겠지만 차별을 인정하는 마음이 우선이고 그 차별로 인해 얻은 지위가 위태롭지 않게 하기 위함이고 무엇보다 자신보다 뛰어난 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함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타고난 자는 그 어려움을 이겨낼 마음의 힘을 지니고 있는바 곧 어려움을 승화시킨다.
“욱면은 밤 8시쯤 다 찧고 나서 절에 와 염불을 했는데, 하루라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고단한 하루는 더 많은 일을 준 주인 때문에 지쳐 쓰러질 정도로 더 고단해졌지만 욱면은 성불하겠다는 그 마음을 놓지 않는다. 아니 더 굳건히 하기 위해 “욱면은 새끼줄로 양쪽 손을 뚫어 장대 위에 연결하고, 양쪽을 왔다갔다하며 힘을 다했다.” 일단 손을 뚫는 것은 크나큰 고행의 시작이다. 어디를 얼마나 뚫었는지는 모르지만 새끼줄이 오갈 정도면 동전크기는 되야 할 것이다. 뚫은 구멍에 새끼줄을 넣고 오갔으니 그 쓰라림이 어떠했을지 상상이 가질 않는다. 욱면은 염불을 하면서 되뇌였을 것이다. 자신이 성불하고자 하는 마음을 말이다.
마침내 하늘이 감복하였고 그녀는 성불을 이루게 된다. “그 때 천사가 공중에서 부르는 소리가 났다. “욱면 처자는 법당으로 올라가 염불하라” 절에 모인 사람들이 이를 듣고 권하니, 욱면은 법당에 올라 순서에 따라 열심히 염불했다. 얼마 있다 하늘의 음악소리가 서쪽에서 울려오더니만, 욱면이 지붕을 뚫고 솟아올라 서쪽으로 향했다. 가다가 동네 밖에 이르러 몸을 버렸는데, 진신으로 변해서 연대에 앉아 밝디 밝은 빛을 뿜었다.” 욱면의 성불은 개인적인 일이다. 개인적으로 현실의 어려움과 고통을 딛고 일어서 성불을 위한 고행을 하였고 하늘을 감복시켜 성불하였다. 전형적인 영웅이야기의 틀에 부합하는 면이 있다.
나는 “21세기 대한민국에 욱면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사회적 갈등과 빈부의 격차 심해져 가는 관료사회와 전경유착 각종 비리와 안일함들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가? 나는 몇몇 욱면을 보았다. 그 들은 매일 정진하며 자심의 삶을 변화시키길 바라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 끝에 욱면의 성불과 같은 좋은 결말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것은 이 사회의 견고함이 그 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거나 너무 긴 시간의 고통을 요구하여 그들이 지쳐 쓰러지게 하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 그럼, 나는 어떠한가? 나 또한 그들 중 한 사람이다. 21세기 욱면이다. 21세기 시스템화된 사회에서 직장과 사회 속에서 매일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서방정토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매일의 고행과 매일의 염불과 매일의 노력이 부족하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모든 것들이 하루 하루 더 힘들게 하고 무력하게만 하고 있다.
나는 매일 출근한다. 매일의 힘이 클진대 어찌하여 매일 출근하여 하는 일은 매일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지 늘 의문이다. 매일 하는 업무이고 매일 하는 작업인데 어찌도 발전이 그리 없는지 모르겠다. 매일 정진하지 못하고 매일 평범함과 적당한 기대치에 묻혀 매일을 버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매일 하는 일에서 성취를 얻지 못하는데 성불이야 어불성설이고 늘 대열에서 빠질까 노심초사하기 일수이다. 무엇이 이 굴레를 멈추게 하고 욱면과 같이 오늘의 삶을 끊고 새로운 삶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욱면의 새끼줄을 떠올린다. 편안함과 안락함 속에 길들여진 일상을 깨워줄 욱면의 새끼줄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매일 나의 손을 지나며 쓰라림을 줄 것이지만 나에게 새로운 도약을 줄 것이다.
21세기는 우리는 고통을 무엇으로 여기고 있을까? 고통없이 무엇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우리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와 미래의 꿈들은 거저 얻어지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욱면의 새끼줄을 건 손처럼 나의 마음을 꿈에 걸쳐 하루를 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웨버는 이미 욱면처럼 열심히 하고 있는데요
“웨버는 밤 10시쯤 다 찧고 나서 절에 와 염불을 했는데, 하루라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고단한 하루는 더 많은 일을 준 주인 때문에 지쳐 쓰러질 정도로 더 고단해졌지만 웨버는 성불하겠다는 그 마음을 놓지 않는다. 아니 더 굳건히 하기 위해 “웨버는 새끼줄로 양쪽 손을 뚫어 장대 위에 연결하고, 양쪽을 왔다갔다하며 힘을 다했다.” 일단 손을 뚫는 것은 크나큰 고행의 시작이다. 어디를 얼마나 뚫었는지는 모르지만 새끼줄이 오갈 정도면 동전크기는 되야 할 것이다. 뚫은 구멍에 새끼줄을 넣고 오갔으니 그 쓰라림이 어떠했을지 상상이 가질 않는다. 웨버는 염불을 하면서 되뇌였을 것이다. 자신이 성불하고자 하는 마음을 말이다.
성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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