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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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후기4-6.14~15
경험 or 사건
어둠을 틈탄 공격인지 불빛을 초대로 여긴 것인지 모기들이 방 안을 점령하는 밤. 시간은 항상 같지만 유독 길게 인식하게 만드는 밤의 산장에 와 있다. 사람들의 기억이 소리로 만들어져 울림을 만든다. 분명 기억에 지쳤던 때가 있었는데 울림을 통해 살아나는 기억들이 있다.
지난 주 내내 기억을 들쑤시고 있을 때 가장 많이 떠올린 단어가 ‘없다’였다. 불행히도 나는, 더러 기억이란 연민이 일으키는 감정을 경험하곤 하는데 몇 번 그러고 나면 내게서 분리된 자아가 그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걸 보게 된다. 그의 지적질은 가끔 짜증을 동반하지만 상당한 건조 실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번 오프 수업 과제는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최근 내게 스며든 흐물해진 정신력과 적잖은 불안, 그리고 잡다한 무력감에서 해방시켜 얼른 과제를 마무리 지을 수 있기를 기대하며 말이다. 그러다 한 가지 생각났는데, 내가 수업을 가던가? 수업 참여가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과제가 끝났다!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래서 내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긴 했지만, 시간과 동선을 그리고 있는 걸 보면, 일찌감치 집에 가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말하고 있는 걸 보면 결국은 수업에 갈 모양이었던 것 같다. 결국 펜션 골짜기까지 태워주신 형부 덕분으로 생각보다 이르게 오프 수업 장소에 도착했다.
상당히 오묘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말들이 오가는데 내겐 하늘에 뜬구름이 하나, 둘, 셋 떠다니는 느낌이었다. 뒤늦게 진행 중인 수업에 참여한다는 것이 이렇듯 뜬구름을 세는 일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계속된 수업에 영향을 준다는 기분이 들자 오프 수업엔 늦으면 안 되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피곤함도 한몫했다 할 수도 있으나 결국 동기들이 인생 경험을 이야기하는데 코멘트를 하지 못했다. 그들의 경험이 나의 기억 속 경험들을 일깨우며 생각들이 가지치기처럼 뻗어나갔다. 묻혀 있던, 우선 순위에서 밀렸던 경험들이 주위를 맴돌았다. 조만간 이 기억들도 다시 어루만져 달라 찾아올 것이다. 그때 지금처럼 타인의 눈으로 바라보기를 해 보게 될 듯하다.
수업에 늦게 참여하고 새벽걸음을 해야 하는 이유로 밤을 새웠다. 그것이 나름 수업 시간에 늦은 것과 또다시 일찍 가야 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면죄부라 생각했다. 새벽에 출발하여 자리를 뜨게 되면 다른 사람들이 아침 식사 전까지 두어 시간은 잘 시간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그러고 앉아 있었던 것이 잠 못자는 이를 만들었던 것이었구나 싶다. 어쨌든 밤이 사라지듯이 한명씩 사라져가는 자리에 끝까지 남아 나눈 이야기들이 새롭게 기억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앞으로의 변경연 생활에 어떻게 버무려 질지 모르겠지만 어떤 형태로든 관점을 잡는데 사용될 것이다.
지난 인생을 돌아보는 것이 노년의 눈으로 보는 회고의 시간이 아니라는 점에서 분명 인생의 경험과 기억들은 건조체로 다가오지 못한다. 그래도 그것들을 진하게 인식한 후엔 그 물기들이 조금씩 말라가게 될 때가 온다는 것을 안다. 경험이란 것은 모기에 물린 상처와 같다. 의식하지도 못한 한밤에 달려든 모기에게 뜯기고 나도 모르게 늘 그 자리를 긁고 있게 된다. 아무리 ‘버물리’를 발라도 가라앉지 않는 상처와 흉터를 가지고 인생을 산다. 이미 앉은 흉터 위에 또다시 모기가 머물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늘 버물리를 들고 다닐 수도 없다. 또한 모기 때문에 여름날의 계곡과 산을 포기할 수도 없다. 가려움과 아픔과 상처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한겨울처럼 모기가 아예 사라지는 시간도 온다.
간발의 차!
기차가 사라져 가고 있다. 눈앞에서 멀어져가는 기차의 꽁무니를 바라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 잠깐의 시간 동안 집으로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기차를 놓쳤고 다리가 무척 아프니 눈에 띄는 의자를 찾아 앉아야 했고 화장실도 가고 싶었고 열차 시간을 확인해야 했고…. 생각들은 다가왔지만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다시 최대한 빠른 열차를 예약했지만 한 시간 후 출발이었고 더구나 상당한 시간차가 있는 환승이었다. KTX였지만 집으로 가는 길이 5시간이 걸렸으니 KTX를 탄 것인지 걸어간 것인지 모르겠다. 밤샘을 만회할 체력을 수면으로 대체하고팠으나 어중간한 환승과 기다림은 잠잘 공간을 주지 않았으니 나는 길에서 멍한 상태로 게다가 마지막엔 버스카드를 찾지 못해 계속 지갑을 찾느라 기차 안에 머물렀다. 종점이었기에 다행인 순간이었다. 정차한 것도 모르고 기차 안에서 한참 있던 나는 청소하는 분들이 차에 올라타고서야 부랴부랴 내렸다. 정말 집으로 가는 길이 더욱 멀어질 뻔했다. 내리면서…생각했다. 내가 왜 이러고 있나. 밤샘의 후유증일까. 아니 아니, 나는 오늘은 더 이상 기억들을 만나고 싶지 않다고 얘기하고 있었다. 피하지는 않을 건데, 다만 오늘은 좀 쉬고 싶으니 기억들아 잠 좀 자고 며칠 뒤에 보자고 나는 이르고 있는 중이었다. 하나가 사라지면 대기했던 것들이 들어오는 통에 갑자기 짜증이 확~집에 좀 가자고!
늦게나마 집에 도착하니 좀 안정이 된다. 지난 밤 나는 모기 한 마리를 잡았다. 그러니 이따위 짜증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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