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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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브리지스에 따르면 단순한 생활의 변화가 아니라, 이전의 삶의 방식이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바뀌는 것을 전환이라고 한다. 전환은 원래 있었던 일들을 진전시키고 그 결과를 경험하는 일을 의미한다. 무엇인가를 놓아버리고 다시 잡게 되는 그 중간에 이전의 방식도, 그리고 새로운 방식도 통하지 않는 창조의 ‘중간지대’가 있다. 이전 것의 종결, 중간 지대, 새로운 시작, 이 세가지 과정이 전환이다.
#놓음에 대해
놓아버린 것에 대해 생각하다가 2010년에 썼던 블로그를 다시 찾아 보았다. 준비된 여대생 이미지와 현실의 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과거가 떠올랐다. 짜놓은 계획은 급작스럽게 끼어든 또 다른 커다란 계획에 따라 너덜너덜해지곤 했다. 이 글은 거기서 혼란이 왔을 때 내 나름대로 세워둔 원칙이었다.
… 나의 인생을 살고 싶은 사람들은 "너는 할지니"라고 말하는 용을 죽여야 한다. 지금의 나를 돌아본다. 이 어리고 순수한 친구의 기준으로 보면 나는 어느 정도 '타협했다’고 보일 것 같다. 또래 아이들과 다를바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기에 이 아이는
조금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남들 다 하는 것에 별 관심이 없었다. 어렸을 때는 서태지를, 좀 커서는 신화와 GOD를 선택해야 했지만 묵언의 중립을 선언했다. 약간 대중에게서 빗나가 있는 것. 나만이 그 가치를 알아볼 수 있도록 스포트라이트를 조금 빗나가서 서있는 것들이 나의 눈길을 끌었다. 그래서 꿈을 이루는 방식도 다른 사람들과 다른 독자성을 띄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남들과 전혀 다른 삶을 찾게 될 거라는 희망이었다. 당시에 읽었던
책들의 모든 구절, 글귀들은 나의 그런 희망을 지지했다.
그래서 나의 20대 중반은 '남들은 가지 않는 길'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 땅을 파보는 시기였다. 그러나 어디에나 사람의 손길이 닿아있었다. 어느 길에나 누군가의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이제부터 시작해본들 내가 '최초'로 무언가 하기에는 너무 얕다는 것을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 기간 동안 나와 용, 타협의 내용을 재정의하려고 노력했다. 자, 그렇다면 무엇이 타협인가?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자각을 방해하는 외부의 목소리에 수긍하는 것이 타협하는 것이다. 내가
쓴 글의 정신을 세속적 가치에 맞추는 것이 타협이다. 인위적으로 남이 정해준 목표에 정신이 팔려 남들에게도
그것을 종용하는 것이 타협이다. 나를 지금의 나보다 대단한줄 아는 부풀어짐이 타협이다. 지금의 나에게 절망하는 것이 타협이다.
삼십 대의 결과물이 무엇일지 알 수 없으나, 나는 앞으로 최소 십년 동안 유효할 삶의 방식을 찾아냈다. 그것은 글로
연결되는 삶일 것이다. 그것은 책으로 엮이게 될 것이고 다른 사람들과 어떤 방식으로든 관계 맺게 될 것이다. 결과물을 차치하고서도
나는 내가 살게 될 하루하루의 모습을 찾았다고 생각된다. 또다른 중간지대의 시작이다. 이것은 또 언제든 더 좋은 생각으로 대체될 수 있을 것이다.
중간지대는 깜깜한 밤이다. 희미한 별빛만이 반짝이고, 구름 사이고 간간히 달빛이 비추지만, 이곳은 기본적으로 칠흑같이 어둡다. 한참 지나야 겨우 어둠에 눈이 익고, 더듬더듬 간신히 발끝만 짚어
걸어갈 수 밖에 없다. 어디서 희망이라는 밝은 빛이 보여 저기가 터널의 끝인가 하고 다가가본다. 그러고 다시 이 깊은 어둠이 끝나지 않음에 절망한다. 나는 내가 존재하지도 않는 희망에 부풀어져 있었음을 인정한다. 그러니 그것이 좌초되는 듯 보일 때마다 마음이 깨지는 것 같이
아팠다. 몇 번 구르고 나서야 이제 깨닫는다. 중간지대를
살아간다는 것은 묵묵히 제 갈 길 가는 것이다. 이곳에는
희망이 없다. 이곳에는 절망도 없다. 오직 오늘을 걸어갈
뿐이다.
용의 의견과 나의 꿈의 타협점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용은 내 마음에서 나오는 내 목소리가 아니다. 그건 내가 살고 싶은 인생이 아니다.
더 무서운 일은 만약 용을 죽이지 않으면, 용은 점점 몸을 파고 들어와 꿈을 조금씩 부패하게
만들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내가 가지고 있던
꿈이란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그렇게 되기 전에 떠나야 한다. –인생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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