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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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의 변화
10기 김정은
그것은 비즈니스라기보다는 호구지책이었다.
또한 내가 나 자신의 시간과 공간의 주인이 되고 성공을 자유라는 개념으로 재정의하는 작업이었다.
아니타 로딕, <영적인 비즈니스> 59쪽
직장을 그만두고 ‘아모르 파티’를 선언한 이후, 나는 난생 처음으로 취미라는 것을 생각해 보았다. 그전까지는 내게 주어진 모든 시간을 그저 일하는 데만 썼고, 가끔 여유 시간이 생겨도 일을 더 잘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데 썼다. 취미를 떠 올릴 정신적 여유가 없었다. 취미는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그때 가져볼 거라며 계속 미뤄두었다.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나도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천만에, 나는 내가 인식하지 못한 사이 또 다른 직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취업 사이트를 기웃거리며 아이들을 키우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나 연신 또 다른 일을 찾곤 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원했던 것도 아닌데 나는 이미 자격증을 두 개나 따 놓은 상황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가뜩이나 망가진 건강을 더욱 망가뜨리겠다 싶었다. 의도적으로라도 정신적 여유를 가져보자 다짐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내 흥미를 찾아 취미를 가져보자 했던 것이다.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고, 좋아하는 것도 없었던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 일이 어려웠다. 그래서 내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을 선택했고 아이들을 위해 ‘그림책 공부’를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그림책 공부를 4년째 계속 하고 있다. 그림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책이라는 타임머신을 타고 어릴 적 동심의 세계로 되돌아가게 된다. 큰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그림책 읽어주기 봉사는 3년째 하고 있으며, 방학마다 그림책 작가를 모시고 독서 캠프 진행도 돕고 있다. 영어 동화책 읽어주는 것으로 소소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그렇게 그림책을 선택했던 것은 사실 호구지책의 일종이었다. 내가 목디스크로 퇴사를 결정했을 당시에 남편의 회사도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유럽발 금융위기로 유럽에 본사를 둔 남편의 회사에선 한국 지사 문을 닫는다 만다 말이 많았다. 결국 본사는 한국 지사를 시장에 내놓았고 회사측의 구조조정을 시작으로 직원들의 파업이 줄줄이 이어졌다. 그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정신적인 여유를 갖긴 쉽지 않을 것 같다. 나는 큰 아이가 학원 다녔던 것을 전부 그만두게 했다. 그리고 작은 아이도 유치원을 그만두었다. 생활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지만 엄마로서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아이들이 학원이나 유치원에 다니지 않게 되자 아이들에게도 시간적인 여유가 찾아왔다. 엄마 아빠에게 닥친 시련으로 내 아이들이 행여 피해보는 건 아닌지 염려스러웠던 나는 두 아이를 데리고 인근 어린이 도서관에 매일 발도장을 찍었다. 도서관에서 뒹굴며 같이 책을 보고 또 한아름 책을 빌려와 집에서도 읽었다. 읽었다기보다 가지고 놀았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다른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학원에서 수업을 받는 동안 우린 그렇게 책과 친구가 되어 놀았다. 그렇게 시작한 책 놀이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젠 어느 정도 학원에 보내 줄 형편이 되었는데도 아이들은 학원에 가기 싫어한다. 학원에서 선생님들이 지식을 머리 속에 쏙쏙 집어넣어주는 것 보다 궁금한 것이 생길 때마다 스스로 책에서 찾아 알아가는 기쁨이 더 크다는 것을 어린 시절 엄마와 함께 한 경험을 통해 터득한 것이다. 그렇다고 내 아이들이 늘 행복한 것은 아니다. 이미 선행학습이 다 되어 있는 아이들 속에서 기죽을 때도 많다. 그럴 때면 나는 빨리빨리 가는 것이 다 좋은 건 아니라고 내 아이들을 다독인다.
돌이켜 보면 내가 그토록 직장여성으로 살고자 했던 이유도 내 아이들에게 무언가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었던 욕망 때문이었다. 직장에서 일하면서 월급이라는 보상과 직급이라는 인정을 받는 기쁨을 누렸지만 정작 내 가정에서는 내 시간과 내 공간의 주인임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내 아이들은 엄마의 부재를 감당해야 했고 엄마가 짜 준 스케줄에 의해 이 학원 저 학원을 옮겨 다니며 그네들 또한 스스로의 시간과 공간의 주인이 되지 못했다. 지난 3년간 우리 가족은 삶의 변화를 겪으면서 내가 나 자신의 시간과 공간의 주인이 되고 성공을 자유라는 개념으로 재정의하는 작업을 해 온 것 같다. 위기상황에서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깨닫는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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