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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23일 09시 22분 등록

친정엄마의 그림자

2015.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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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찰나 연구원

 

온전한 내가 되려고 그렇게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나 역시 어머니로서 내 어머니의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나를 어머니에게서 떼어놓는 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결국 나는 어머니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했다. P.헌터 <, 디 오프라 매거진>

로라 아렌스 퓨어스타인의 왜 나는 엄마처럼 살아갈까

 

 

EBS에서 방송한 엄마가 달라졌어요다큐멘터리 시리즈를 어느 날 보게되었다.  초등학교 이하 자녀를 둔 엄마와 아이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 엄마의 육아 방식을 바꾸는 것이었다. 워킹맘의 경우도 있었고 전업주부의 경우도 있었다. 이유없이 아이만 보면 화가 나고, 소리를 먼저 지르게 되고, 매를 먼저 들게 되고, 아이가 거절한 것에 대해서 뭐라고 하지 못했던 것이 그동안 자신의 부모, 특히 엄마한테 받았던 영향이 컸던 것이다. 부모에게서 의식적으로도든 무의식적으로든 받은 것이 고스란히 자식에게 대물림을 되는 것을 보고 가히 충격적이었고, 그것을 보면서 나의 알수 없는 감정과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해서 더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로부터 엄마보다 아빠를 많이 닮았다고 얘기를 했다. 엄마를 닮았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거의 없었고 성격이 달라서 커서도 내가 엄마를 닮았다고 생각을 한 적이 별로 없었다. 반면에 언니들은 엄마와 외모도 비슷한 면이 있었고 결혼해서는 더 엄마를 닮아가는 것 같았다.     

 

아이를 야단치다 문득 드는 생각.

어렸을 때 친정엄마가 나를 야단치던 그 장면 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싫어하고 원하지 않는 순간인데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서 아이를 똑같이 야단치고 있는 것이다. 부모가 되면서 자꾸 엄마의 싦은 모습을 닮아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일을 하면서 아이 둘을 키우기에도 힘든데, 엄마도 어떻게 일하면서 아이 4명을 낳으셔서 키웠을까? 아이들 넷을 키우시겠다고 집안일 하시랴, 일하시랴 친정 엄마도 하루의 일상이 매일 바빴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에게 다정다감하게 신경 쓸 겨를이 별로 없었다. 아이들 인성이니, 교육이니 이런 것을 일일이 신경 쓸 겨를은 없었고,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것이 많았다. 이건 전적으로 자식의 입장으로서의 나의 관점이었고, 엄마는 그래도 아이들에게 인성이니 교육을 신경 쓰셨고, 챙겨주셨을 것이다. 내 기억 속에 엄마는 나한테 신경을 덜 쓴다고 생각했었고, 늘 뭔가 엄마의 사랑에 대한 갈구가 채워지지 않은 채 남아 있었고, 엄마에 대한 가슴속 원망도 남아 있었다.

그러다 재스민 리 코리의 엄마의 상처 떠나보내기에서 엄마의 스토리 말하기 훈련이라는 것을 통해서 친정 엄마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되었다. 이것은 아래 질문들을 힌트로 삼아 엄마와 관련이 있는 부분을 대답해서 엄마의 입장에서 엄마의 스토리를 정리해보는 것이었다. 아래 질문 중 엄마와 관련이 없는 것도 있고, 내가 대답할 수 없는 것도 있지만 아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적어보는 것이다.

 

Ÿ 가정환경 등 엄마의 어린 시절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부모와의 사이는 가까웠는가? 형제자매는 몇 명이었고, 그 중 엄마는 몇째였는가?

Ÿ 엄마의 어린 시절은 행복했는가? 엄마는 그 시절을 어떻게 겪었다고 생각하는가?

Ÿ 갓 어른이 되었을 때 엄마에게 중요해 보였던 것은 무엇이었는가? 엄마가 삶을 통해 바랐던 것은 무엇이었는가?

Ÿ 가정을 꾸리기전에 엄마는 자신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는가?

Ÿ 친밀한 인간관계는 어떤 식으로 형성했는가?

Ÿ 아이들은 어떻게 갖게 되었는가?

Ÿ 어린 아이들의 엄마가 된다는 것은 당신의 엄마에게 어떤 것이었는가? 특별히 힘들어하던 부분은 무엇이었는가? 엄마는 어떤 식의 지지를 받았는가?

Ÿ 당시 또 무슨 일이 있었는가? 집안과 세상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가? 사회적·경제적으로 어떤 스트레스를 받았는가?

Ÿ 엄마의 건강과 전반적인 에너지 상태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Ÿ 당신이 태어났을 때 주변 상황은 어땠는가? 그런 상황들은 당신과 엄마의 유대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Ÿ 엄마가 집 밖으로 일을 하러 다녔다면 어떤 종류의 일이었는가? 그 일을 좋아했는가? 그곳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는가?

Ÿ 청소년기에 접어든 자녀의 부모가 된다는 것은 엄마에게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Ÿ 당신이 몇 살 때 혹은 어떤 단계일 때 엄마는 부모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가장 힘들어했는가? 당신은 그 상황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Ÿ 성인이 되어 중년이 되기까지 엄마에게 또 다른 중요한 일이 있었다면 무엇이었는가?

Ÿ 엄마의 가장 큰 자산은 무엇이었는가? 가장 부족했던 부분은 또 무엇이었는가?

Ÿ 삶에서 엄마를 가장 힘겹게 만든 것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는가?

Ÿ 당신에 대한 부모 역할에 엄마가 만족했다고 생각하는가?

Ÿ 엄마가 삶에서 가장 불만스러워하던 부분은 무엇이었는가?

Ÿ 정말로 솔직히 말할 수 있다면, 엄마가 후회하는 것은 무엇일까?

Ÿ 이제 엄마의 스토리에 대한 제목을 생각해보자. 어떤 제목을 부쳐야 본질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겠는가?

 

엄마가 겪은 일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선, 지나치게 자책하는 것을 피하게 된다. 엄마가 사랑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분이라는 걸 알면 자신이 사랑스럽지 않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한 무작정 길을 잃거나 인도받지 못했다고 원망하는 대신, 엄마는 누구도 인도해본 적이 없으며 엄마도 그런 인도를 받아본 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될 수도 있다.

엄마에 대한 많은 것을 알게 되면 될수록 연민의 마음도 커진다. 엄마는 자기 선에는 최선을 다한 것이다.

 

- 재스민 리 코리의 엄마의 상처 떠나보내기

 

그랬다. 지금까지 40년이 넘어서도 나는 자식 된 입장에서 엄마에게서 받은 것만 생각하면서 엄마를 탓하고 있었다. 아이를 낳아 부모가 되었지만 나의 부모를 뛰어 넘어 생각하지 못하고 늘 부모의 그늘에 있었던 것이다. 질문에 하나씩 답을 해나가면서 엄마의 스토리를 적다보니 엄마의 입장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다.

엄마가 나를 사랑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엄마는 사랑을 표현하는데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었고, 사랑한다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깊은 ()을 느끼게 해주었던 것이다. 엄마에게서 인도받지 못했다고 원망을 했는데 엄마도 그런 인도를 받아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엄마의 엄마인 외할머니는 일제 강점기를 겪어야 했던 세대들이기에 그런 것을 기대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더군다나 아이가 넷이다 보니 하나하나 신경 쓴다고 해도 어느 순간 놓치게 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하나둘씩 엄마를 이해하고 이것을 통해서 나 자신이 왜 그런지 알게 되니 그동안 엄마와 엉킨 실타래가 풀려나가기 시작해서 한결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꼈다. 그 동안 나는 무지하게도 나의 부모에 대한 결핍된 스토리를 스스로 만들고, 그것이 마음속에서 계속 나를 이끌고 가도록 허용을 했다. 이제 결핍된 스토리를 다시 획기적인 스토리로 만들어서 스스로에 대한 가치를 다시 인정해주어야겠다.

그리고 이제 이런 것을 알았으니 중요한 것은 그것이 자식들에게 다시 전달되지 않도록 더욱 더 신경을 써야겠다. 아이도 나와 마찬가지로 결핍을 상대적으로 느낄 테니, 아이에 대한 사랑의 표현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주고, 아이에 대해서 더 많은 지지를 해주어야겠다. 습관이 한꺼번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의식적으로도 더 사랑하고, 지지해주는 표현을 하다보면 아이들이 이런 식의 있지도 않은 결핍을 느끼지 않고 잘 자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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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3 17:23:42 *.83.174.210

엄마와 있었던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언급하고 자신의 모습과 어떤 것이 닮았는지 설명하면 읽는 사람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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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4 08:48:39 *.94.41.89

아 ~ 그렇군요 ^^ 이제 조금씩 감이 오네요 ~~ 감사합니다 . 교감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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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5 09:09:48 *.255.24.171

싫어하면서도 닮는 것을 보면 신기하단 말이야.

생활유전이 그래서 중요하고 무서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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