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참치
- 조회 수 1969
- 댓글 수 4
- 추천 수 0
<아내의 역사>라는 책을 읽었다.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문헌이 존재할 때부터 아내의 역사를 파헤친 책이었다. 사실 아내의 역사는 여자의 역사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자의 존재의 이유는 아내이면서 엄마가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동양의 시각은 배제되고 유럽과 미국의 저서에만 의존해 아내의 역사를 저술했기에 아쉬운 부분이 많았지만 놀라운 것은 내 삶의 반 이상이 유럽과 미국의 ‘아내의 역사’를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의 생각과 습관에는 생각보다 오랜 유구한 전통과 역사를 갖고 있는 것들이 있었다. 꽤 많이 변한 듯 하지만 어떤 것은 고대부터, 어떤 것은 중세부터 자리하게 된 것들이었다. 이 세상에 나온 지 40년이 넘었지만 몇 천 년을 거슬러 올라간 문화와 생각이 화석처럼 배어 있는 것을 보면서 ‘인간은 살아 있는 화석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여자의 의무는 엄마가 되는 것이었다. 항상 전쟁을 해야 했던 로마시대에는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는 법까지 제정이 되었다. 로마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25세에서 60세 사이의 남성과 25세에서 50세 사이의 여성은 의무적으로 결혼하거나 재혼해야 한다고 공포했다고 한다. 남자와 여자에 대한 출산할 수 있는 나이에 근거한 제도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시대에 여자로 태어나지 않은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에 와서는 출산이 선택이지만 아내이면서 엄마가 되는 것이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결혼을 해서 행복하냐? 행복하지 않느냐? 또한 중요하지 않았고 사랑이 결혼의 전제조건으로 자리한지도 5~600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 책에 대한 소감을 한 마디로 이야기한다면 ‘생각보다 시시하다’이다. 나는 무슨 공감을 하고 싶었을까? 무엇을 기대했을까? 생각을 해보았다
동양과 서양의 ‘아내의 역사’에서 가장 큰 차이점의 하나는 서양에서는 며느리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 같은 경우 결혼을 하면서 동시에 얻게 되는 것이 며느리라는 타이틀이다. 이것은 엄마가 되는 것보다도 선행되는 것이었으며 한 집안의 며느리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평생을 사는 것이 여자의 가장 큰 직분 중에 하나였다. 지금은 그 모습도 변질되어 다소 가벼워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관습과 개방의 사이에서 어정쩡한 자세로 있기도 한 것이 바로 며느리의 모습이다.
사실은 나도 가장 재미없는 것이 이 역할이다. 아내와 엄마는 나름 재미있고 보람도 있으나 며느리로서의 역할은 참으로 대략 난감일 때가 많다. 몸과 마음이 일치가 되어 일을 한적이 별로 없었다. 마음으로는 더 합리적인 방법을 생각하지만 그 생각이 입 밖으로 나오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거나 아예 침묵이라는 이름으로 살기 일쑤다. 남자를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주어지는 며느리의 역할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댁식구들과의 연관성 때문에 가장 더디게 변화를 받아들이는 부분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결혼은 새장과 같은 것이다. 밖에 있는 새들은 부질없이 들어가려고 하고, 안의 새들은 부질없이 나가려 애쓴다. –미셀 몽테뉴
이 말에 가장 실감을 할 때도 며느리에 대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을 때이다. ‘모든 것을 알면서 나는 왜 또 결혼을 했을까?’라는 생각이 가끔씩 든다. 그것이 가끔이라는 것에 위안을 받을 뿐이다. 시간이 갈수록 무뎌지면서도 한편으로 마음의 부침이 심해지는 것은 ‘재혼한 여자로서 그 집안에 갖는 며느리로서의 소속감이 적기 때문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며느리, 참으로 난제이다. 어떻게 해야 아내와 엄마와 며느리가 비슷한 비중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까? 난 아마도 이 문제가 궁금해서 아내의 역사에 끌렸던 것 같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552 | 성장하고 싶다면 경쟁 속에 나를 던져라 [1] | 녕이~ | 2015.03.02 | 2144 |
4551 | 다 버리고 떠나기 _찰나칼럼#45 [1] | 찰나 | 2015.03.02 | 2063 |
4550 | 3년차란 무엇일까요?_Form.2 [1] | 어니언 | 2015.03.02 | 2240 |
4549 | 빵을 먹기 위한 말 한마디 [1] | 에움길~ | 2015.03.02 | 2060 |
4548 | 타겟(Target)_구달칼럼#48 [1] | 구름에달가듯이 | 2015.03.02 | 2135 |
4547 | 600억의 사나이 [4] | 왕참치 | 2015.03.02 | 2014 |
4546 | 시간은, 꽃! [2] | 앨리스 | 2015.03.01 | 2032 |
4545 | #45 향기로운 디지털_정수일 [2] | 정수일 | 2015.03.01 | 2016 |
4544 |
중요한 건 수증기야! ![]() | 타오 한정화 | 2015.02.25 | 2566 |
4543 | 숙제를 데카상스 카페로 올립니다 | 종종 | 2015.02.24 | 1897 |
4542 | #44 산사를 걷다_정수일 [2] | 정수일 | 2015.02.24 | 2210 |
4541 |
두통을 몹시 앓고 난 후 ![]() | 타오 한정화 | 2015.02.24 | 3985 |
4540 | 어머니의 상경_구달칼럼#47 [6] | 구름에달가듯이 | 2015.02.23 | 2038 |
4539 | 이모티콘(emoticon) 을 날림 [2] | 에움길~ | 2015.02.23 | 2583 |
» | 난제 [4] | 왕참치 | 2015.02.23 | 1969 |
4537 | 친정엄마의 그림자_찰나칼럼#44 [3] | 찰나 | 2015.02.23 | 2221 |
4536 | 나에게 초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4] | 앨리스 | 2015.02.23 | 2373 |
4535 | 10기 마지막 수업을 마치면서_찰나칼럼#43 [2] | 찰나 | 2015.02.20 | 1873 |
4534 | #43 2월 오프 후기_정수일 [2] | 정수일 | 2015.02.17 | 1995 |
4533 | 끝날 때까지 끝난 거 아니잖아 - 2월 수업 후기 [3] | 종종 | 2015.02.17 | 215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