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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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년 초가 되면, 아이들이 바빠지는 만큼 엄마들도 바빠진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아이들 ‘사회성 키우기’를 목표로 엄마들의 공적이면서 또 사적인 모임들이 활성화된다. 엄마들과 아이들이 한데 모여 아이들은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엄마들은 아이들 학습에 관련된 정보와 괜찮은 학원 정보 등을 공유한다. 얼핏 보면 아이와 엄마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유익한 모임인 것 같다.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은 엄마들의 마음과는 달리, 모여 있는 아이들을 보면 제각기 혼자 놀고 있다. 같은 곳에 모여 있기만 할 뿐, 저마다 게임기나 스마트폰, 아이패드 등을 가지고 따로 놀고 있다. 어쩌다 대화를 나누는 것을 들어보면, 무료 다운로드 정보나 게임 노하우 등의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게임기, 아이패드 중 어느 것 하나 가지지 못해 멀뚱거리는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 엄마에게 돌아오는 충고는 이렇다.
ㅡ 얼마나 잘 키우려고 게임기 하나를 안 사줘요?
ㅡ 애들 사회성을 위해서라도 하나쯤은 꼭 필요해요.
ㅡ 아이 왕따 안 당하게 하려면 하나 사주세요.
다른 아이들 다 가지고 있는 전자 기기, 우리 아이에게도 꼭 사줘야 할까? 우리나라 청소년의 문제유형 중 1위는 청소년 우울증, 2위는 인터넷 중독이다. 청소년 문제로서 인터넷 중독 즉, 게임 중독은 한국, 중국, 대만에서만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으로 현재 우리나라 게임 중독 청소년 수는 25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아동, 청소년의 게임 중독은 성인의 도박 중독, 알코올 중독을 능가할 만큼 심각한 중독이다. 초등학교 이전 또는 초등학교 시기에 게임에 노출된 아이는 바로 인터넷 중독으로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게임중독에 빠진 청소년을 게임에서 구제하기 위해서는 온 가족이 함께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도 6, 7년이 걸릴 만큼 치료는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늘 새로운 것을 찾는 요즘 아이들.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이라 하더라도 어느 정도 로직을 파악하고 나면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또 다른 게임, 더 새로운 기기를 찾는다. 내 아이가 또래 관계에서 왕따 당하지 않을까 불안한 엄마들은 때에 맞춰 최신 기기로 척척 바꿔준다. 내 아이만 뒤쳐지면 안되니까.
어린이 방송이 주를 이루는 초저녁 시간대, TV를 켜면 아이들 장난감 광고가 줄줄이 이어진다. 학교를 마치고 학원을 돌며 바쁜 하루를 보낸 아이들, 친구와 만나 놀 새도 없이 TV앞에 앉아 장난감 광고의 유혹에 홀딱 빠진다. 날짜를 정하고 시간을 맞춰야 겨우 만날 수 있는 친구는 번거롭다. 그렇게 친구를 만나도 조금 놀다 보면 금방 학원 갈 시간이 되어 헤어져야 하기 때문에 충분히 놀지도 못한다. 아이들은 내가 필요할 때 언제나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려주는 장난감 친구를 갈구한다. TV 속 장난감 광고를 보면, 어쩌면 그리도 아이들 마음을 잘 아는지 아이들 마음을 꿰뚫어 보는 것 같다. 아이들이 장난감 친구에게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도록, 새로운 장난감들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때 맞춰 새롭게 업그레이드되는 최신 기기, 새로운 장난감들의 홍수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우울하다. 영혼 없는 물건들이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더욱 빈곤하게 만드는 건 당연한 일이다. 우리나라 청소년 문제유형 중 1위가 청소년 우울증인 이유다. 우리 아이들에게 그야말로 새로운 친구가 필요하다. 최신 유행 장난감이나 게임 말고.
네 친구가 되어 줄게
아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건 뭘까? 최신 스마트폰이나 게임기를 원할 것 같지만 아니다. 아이들은 의외로 친구를 원한다. 자신 속의 보석을 발견해 줄 친구를 갈구한다.
ㅡ 엄마, 단짝 친구는 어떻게 만드는 거야?
초등 1, 2학년일 때, 엄친딸(말 그대로 엄마 친구 딸)들과 주로 놀던 큰 아이가 3학년이 되자 단짝 친구가 있었으면 했다. 자신의 마음 속 빛나는 보석을 알아봐 줄 친구를 찾고 싶어했다. 그리고 친구 마음 속 빛나는 보석도 발견하고 싶어했다. <샬롯의 거미줄>은 아이가 진심으로 친구를 사귀기를 원할 때 읽어주면 좋은 책이다.
약하게 타고나 제 구실을 못할 것 같은 녀석이 되어 주인의 손에 죽임을 당할 뻔한 돼지 윌버는 주인 집 막내 딸이 울고 불고 말리는 통에 겨우 살아남게 되지만 곧 단돈 6달러에 이웃 삼촌네로 팔려간다. 손이 많이 가는 가축은 빨리 해치우는 법, 그 해 크리스마스, 햄이나 베이컨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돼지 윌버의 운명이다. 하지만 영리하고 재주 많은 거미, 샬롯이 나타나 윌버를 구해주겠다고 나서면서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니, 윌버? 내가 친구가 되어줄게. 난 하루 종일 널 지켜보았는데, 네가 마음에 들었어.”
돼지 윌버의 마음 속 보석을 발견한 거미 샬롯. 거미 한 마리가 어떻게 돼지의 목숨을 구할 수 있을까? 샬롯은 ‘내가 벌레를 속일 수 있다면, 사람도 속일 수 있을 거야. 사람이라고 벌레보다 나을 것도 없으니까’라며 기발한 작전에 돌입한다. 바로 자신의 거미줄로 ‘대단한 돼지’라 짜 놓은 것! 윌버는 대단한 돼지에 걸맞게 행동하려고 노력했고, 주인 아저씨는 아침 이슬이 맺힌 거미줄의 메시지를 보고 기적이 일어났다며 호들갑을 떤다. 돼지 윌버가 특별하다고 믿기 시작한 것이다. 샬롯은 이어 ‘근사한 돼지’, ‘눈부신 돼지’, ‘겸허한 돼지’를 거미줄에 짰고 윌버는 점점 그 이름에 걸맞은 돼지가 되어 갔다. 급기야 윌버는 ‘품평회’에서 명예로운 상을 수상하고 주인 아저씨의 자랑이 되어 햄이나 베이컨이 되는 운명을 면하게 된다.
"왜 나에게 그렇게 잘 해 주었니? 난 그럴만한 자격이 없는데. 난 너에게 아무것도 해준 게 없어.”
샬롯이 대답했다.
“너는 내 친구였어.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일이야. 내가 너를 좋아했기 때문에 거미줄을 짰던 거야. 어쨌든, 어쨌든 말이야, 산다는 건 뭘까? 이렇게 태어나서, 이렇게 잠시 살다가, 이렇게 죽는 거겠지. 어쩌면 난 널 도와줌으로써 내 삶을 조금이나마 승격시키려고 했던 건지도 모르겠어. 어느 누구의 삶이든 조금씩은 다 그럴 거야.”
ㅡ 엘윈 브룩스 화이트 <샬롯의 거미줄> ㅡ
태어난 순간부터 죽임을 당할 위험에 처한 돼지 윌버, 지혜로운 거미 샬롯은 약하지만 순수한 돼지 윌버가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돼지보다 수명이 현저히 짧은 거미 샬롯은 거미줄을 더 이상 짤 수 없는 마지막 순간까지 친구 윌버의 목숨을 구하기 위하는데 자신의 거미줄을 쓴다. 어차피 파리나 잡아 먹을 때 쓰라고 있는 거미줄이지만 친구를 위해 거미줄을 쓰게 되자 기적은 일어난다. 우정이란 무엇일까? 내 인생을 풍부하게 만드는 것, 거미 샬롯의 말대로 내 삶을 조금이나마 승격시켜 주는 그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우정 지속의 법칙
골목이 사라지고, 아이들의 놀이도 사라져 친구를 사귀기 어려워진 세상, 자녀의 사회성에 대한 엄마들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소아 정신과 전문의는 자녀의 사회성을 기를 목적으로 일부러 여러 친구들과의 만남을 주선하지 말라고 말한다. 하지만 한 명의 친구와 오래도록 우정을 쌓아갈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이가 마음에 드는 친구를 만나 마음을 열고, 친해지고, 싸우고, 화해하고, 이별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사회성은 저절로 자란다. 열 명의 친구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보다, 한 명의 친구와 깊이 사귀는 것이 사회성을 기르는 데 좋다고 말한다.
ㅡ 엄마는 단짝 친구 있어?
ㅡ 응. 엄마 단짝 친구는 아빠야.
ㅡ 엄마는 어떻게 단짝 친구랑 그렇게 오랜 시간 친하게 지낼 수 있어?
엄마의 단짝 친구가 아빠라는 사실에 신기해하며 아이가 물었다.
ㅡ 처음부터 사이가 좋았던 건 아니야. 지금처럼 잘 지내기 위해서 엄마도 아빠도 많이 노력했지.
친구는 오래될수록 좋다. 처음엔 삐걱대고 많이 다투기도 하지만 서로가 서로의 마음 속에 있는 보석을 발견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서로 같은 점은 살리고 다른 점은 인정하면서 좋은 관계로 발전한다. 그 과정이 하루 아침에 될 리 없다. 마음에 드는 친구가 있다면 그건 대단한 행운이다. 그 친구와 단짝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서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친한 친구를 사귀기 힘든 요즘, 마음에 드는 친구가 생겼다면, 친구를 사귀는 법에서부터 우정을 유지하는 법, 친구와의 이별에 대처하는 법까지 안내해주는 우정지침서 설흔의 <우정 지속의 법칙>을 읽을 시간이다. 저자는 자신의 과거는 물론 고전, 영화, 옛 위인들의 일화를 통해 친구 사이에 지켜야 할 11가지 법칙을 제안한다. 한때 단짝으로 지낸 친구가 목숨을 끊은 경험이 있는 저자가 우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쓴 책이다.
법칙 1. 불쑥 찾아가자
법칙 2. 줄기차게 만나자
법칙 3. 둘만의 것을 공유하자
법칙 4. 소중한 것을 아낌없이 내주자
법칙 5. 약속을 꼭 지키자
법칙 6. 함부로 대하지 말자
법칙 7. 잘못을 인정하자
법칙 8. 잘못을 알려 주자
법칙 9. 모두가 외면할 때 손을 내밀자
법칙 10. 함께 가자
법칙 11. 함께하는 ‘지금’을 즐기자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보면 11가지 법칙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어릴 적 소중했던 친구들 얼굴이 하나하나 떠오른다. 불쑥 찾아가고 줄기차게 만나기를 지속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우정은 물을 주고 햇볕을 쬐게 하고, 또 커지면 분갈이를 해야 하는 화초를 키우는 듯 가꾸어야 한다.
새로운 친구가 필요 없잖아!
심심한데 친구들은 마음에 안 들고…… 동물들은 서로 등을 돌리고 앉았어요.
그때 우편배달부 비둘기가 날아왔어요.
“재밌는
소식 좀 없나요? 여기는 너무 지겨워! 새로운 친구 하나
보내 줘요.”
돼지가 비둘기에게 말했어요.
“너희들이 직접 만들면 되지!”
ㅡ 아델하이트 다히메네 <새로운 친구가 필요해> ㅡ
심심한데 마음에 드는 친구 하나 없는 동물들, 하루는 서로 헐뜯기를 멈추고 모두 힘을 합쳐 ‘새로운 친구’를 만들기 시작한다. 지푸라기를 털실로 꽁꽁 묶고 뼈다귀를 집어 넣어 완성한 친구는 말이 없다. 꿈쩍도 하지 않는 ‘새로운 친구’를 위해 동물들은 각자 가장 친절하고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로 한다. 염소는 약초를 선물하고, 닭은 자장가를 불러주고, 개는 경비견이 되어 지켜준다. 고양이는 깨끗이 핥아주고, 생쥐는 신문을 읽어준다. 그러면서 동물들은 서로에게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장점들을 발견하게 되고 친한 친구가 된다.
“어? 그러고 보니 새로운 친구가 필요 없잖아?”
친구와 놀다가 싫증나면 다른 친구로 바꾸고 싶어하는 요즘 아이들에게 꼭 읽어주고 싶은 책이다. 눈을 크게 뜨고 지금 곁에 있는 친구의 장점을 찾아보면 어떨까? 미처 알지 못했던 보석을 발견할 수도 있고 단짝을 얻는 행운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친구란 매번 다른 존재가 아니라 오래 묵어도 늘 새로운 존재다.
내 아이의 사회성을 생각하는 엄마라면, 내 아이에게 놀 시간이 부족하진 않은지, 그리고 친구의 장점을 발견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최신 유행 장난감이나 스마트폰으로 친구를 사귀는 데는 한계가 있다. 아이들 여럿이 모여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고 있다고 우정이 싹트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청소년 우울증이나 인터넷 중독 등 여러 가지 청소년 문제에 아이들을 노출시킬 뿐이다. 삶이 힘들어도, 나를 알아봐 주는 친구가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우리의 삶은 ‘승격’된다. 우리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수많은 좋은 가치들 중 단연 최고의 가치는 ‘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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