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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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졸업여행까지 숙제가 있다는 공지를 보고 ‘제발 졸업여행이라도 마음 편하게 가게 해주세용!’ 이라는 투정이 절로 튀어나왔다. 이전보다는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오프모임 과제에 큰 부담감이 있는 나에게는 당연한 반응이었을지 모른다. 사실 내게는 특히 연구원 과정이 쉽지 않은 날들이었다. 시작 전부터 각오는 단단히 했지만, 항상 욕심 보다 질 낮은 결과물과, 마음처럼 확보되지 않는 넉넉한 시간에 대한 심적인 압박이 컸던 것 같다. 그래서 지난 일년여의 여정을 돌아보며 가장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이 시간을 마냥 즐기고 또 몰입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구원을 통해 분명 나는 긍정적으로 변화했음을 느낀다.
우선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마음의 소리를 듣고 과감히 휴직을 실행한 것이 그 첫 번째 이다. 지난 몇년 간, 계속해서 바쁜 일상에 매몰되어, 나만의 길을 찾고 싶다는 생각을 실천하지 못했다. 그리고는 나와 달리 결단을 내리고 새로운 길로 향한 친구, 동료들을 보며 자책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 하지만, 신화를 읽고, 또 모험에 돌입하는 영웅의 이야기에 흠뻑 취한 나는, 소심한 평소의 나로서는 하기 힘든 결정을 내렸고, 마침 하늘에서도 의도한 때가 맞았는지, 나중에는 내가 컨트롤 할 수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진행되었다. 그 때를 돌이켜보면 무슨 용기가 나서 그렇게 무모한 결정을 실행했는지 모르겠다. 아마 데카상스들의 더욱더 자유롭고 나에 가까운 삶을 동경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과정을 통해 나는 의외로 과감한 행동주의자이구나 라는 것을 깨닫기도 했고, 어떤 일이든 모험을 해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도 했다. 또 일단 어떤 길이든 선택하면 그 뒤에 또 다른 세상들이 연이어 펼쳐지기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두번째로는 나 자신에 대해서 조금은 잘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직 나의 꿈과 미래는 보이지 않지만, 적어도 연구원 과정을 통해 나는 나에 대해서 이해하는 부분이 많아졌다. 또한 마냥 미운 부분만 보이던 이전과 달리 이제는 나와 조금 더 친해진 것 같다. 그렇게 내 삶에 대해서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자 이전보다 더 많이 더 많이 웃고 또 더 많이 자유로워 진 것을 느낀다. 가까이에 있는 남편도 그렇고, 오랫만에 본 친구들 모두 예전과 달리 더욱 밝아져 보인다는 말을 하는 걸 보면, 정말 그렇게 변한 것 같기도 하다. 앞으로 계속해서 나만의 소명을 찾는 일에 더 매진해야 하겠지만, 어쨋든 현재로서 나를 더 좋아하게 된 것 자체가 나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 또한 장례식의 과정을 통해 내 인생에서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던 것도 큰 소득이라고 하겠다. 여전히 나는 과업 중심의 성향이 강하지만, 그래도 내 인생의 중요한 것들을 놓치며 살지 않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다.
세번째로는 더욱 넓어진 시야를 갖게 되고, 내가 잘못 알고 있던 것들에 대해 바로잡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유난히 행복을 추구하고 또 완벽을 추구하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늘 '나는 왜 이렇게 안 행복하지?'라며 스스로를 닥달하는 일이 많았다. 그런 질문을 던지다 보면 행복한 상황도 불행해지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인생은 고통 그 자체라는 것, 그래서 행복은 작은 일상에서 우리가 마음을 열고 느껴야 한다는 것, 완벽을 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나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 등을 깨닫게 되면서 나는 더 행복해지고 더 완벽해져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물론 여전히 내가 잘 못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하거나, 그것을 마음 편하게 임하는 부분은 쉽지 않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마음이 많이 편해졌음을 느낀다.
마지막으로는 여전히 잘 되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저 열심히 하고 즐기는 법을 나는 특히 데카상스 동기들로 부터 배운 것 같다. 경쟁적이고 완벽주의자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어 오히려 힘들어 보이는 상황은 회피하는 성향이 강한 하나는, 늘 우리 연구원 모임을 소풍과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버리는 열정적인 데카상스들의 모습을 조금은 닮게 된 것 같다. 그래서 학교 생활에서도 늘상 여러가지 시험에 드는 일이 많지만, 그저 도전하고 또 회피하려 하지 않는 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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