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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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여행 후기
어깨동무 내 동무 이야기 길로 가자.
어깨동무 내 동무 이야기 길로 가자.
옛날 옛날 옛 적에 간날 간날 간 적에
아기자기 재미나는 이야기 길로 가자.
ㅡ 한국 동요 <이야기 길> ㅡ
밤늦게까지 이삿짐을 싸느라 손목이 나가는 줄 알았지만 콧노래가 나왔다.
ㅡ 그렇게 좋냐? 노래가 막 나오나 보네. 그러고보니 춤도 추는구나?
졸업여행 당일 새벽 남편이 물었다. 좋냐고? 좋나? 졸업여행 바로 다음 날이 이삿날이다. 결혼한지 십 일년 째 되는 해 여덟 번째 이사다. 회사 일로 바쁜 남편과 어린 두 아이들은 도움이 안 된다. 여태 이삿짐정리는 나만의 일이었다. 이번엔 이사직전 졸업 여행까지 잡혀 짐정리를 미리 해놓느라 다크써클은 턱밑까지 내려오고 먼지 뒤집어 쓴 목은 걸걸하고 온 몸은 욱신욱식거렸다. ‘나 여행 못 가는 거 아냐?’ 걱정스러웠는데, 왠걸 새벽에 일어나 노래에 춤까지 추다니!
용산발 서대전행 무궁화호 열차의 까페테리아, 우리는 동그랗게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댁이 대전이라 대전행 기차는 수도 없이 타봤지만 대전 가는 길이 이렇게 재미난 적은 없었다. KTX에서 잠깐 눈 붙였다 뜨면 바로 대전역이었다. 창 밖 풍경에 대한 감탄도 이야기도 없었던 여정, 하지만 이젠 시댁 가는 길도 여유 있게 무궁화호의 까페테리아에서 온 가족이 이야기를 나누며 가리라. 일상이 오늘 같아지리라.
선운사에 가신적이 있나요
바람불어 설운 날에 말이에요
동백꽃을 보신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말이에요
나를 두고 가시려는 님아
선운사 동백꽃 숲으로 와요
떨어지는 꽃송이가 내 맘처럼 하도 슬퍼서
당신은 그만 당신은 그만 못 떠나실 거예요
선운사에 가신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동백꽃 지는 그곳 말이에요
ㅡ 송창식 <선운사> ㅡ
ㅡ 선운사에 가 본 적이 있니?
난 선운사가 처음이다. 선운사에선 날 떠난 그를 떠올리며, 지는 동백꽃처럼 후두둑 눈물을 떨어뜨려야만 할 것 같았다. 가장 아름다울 때 ‘뚝’하고 떨어지는 동백꽃은 슬프다. 일행 중 누군가가 말했다. 연인에게 이별을 고할 때, 연인이 문득 ‘선운사에 가 본 적이 있니?’라 물어 온다면 그를 못 떠날 거라고. 나도 그럴 것 같다. 우린 그런 선운사에 와버렸다. 이미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서 서로로부터 떠나지 못하는 사이가 되고 말았다.
살구꽃이 피면 한 번 모이고
복숭아꽃이 피면 한 번 모이고
한여름에 참외가 익으면 한 번 모이고
초가을 서늘해지면 연꽃을 구경하러 한 번 모이고
국화가 피면 한 번 모이고
겨울에 큰 눈이 내리면 한 번 모이고
연말이 되어 매화 화분에 꽃이 피면 다시 한 번 모인다.
ㅡ 다산 정약용 <죽란시사첩서> ㅡ
강진의 다산초당을 다녀온 날 밤, 우리는 ‘데카상스 지속의 법칙’을 만들었다.
1. 한 달에 한 번은 모일 것
2. 일 년에 두 번의 집필여행을 갈 것
3. 열 명 모두 책을 낼 것
선배님들은 말씀하셨다. 남은 과정은 혼자 가는 외로운 길이라고. 데카상스는 함께 갈 것이다. 데카상스의 길은 아기자기 재미나는 이야기 길이 될 것이다. 졸업은 새로운 시작이다. 꽃피는 4월 우린 다시 피어날 것이다.
새로운 집에서 이삿짐을 푼다. 데카상스를 떠올린다. 책 축제가 열리는 5월, 데카상스를 초대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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