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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26일 09시 41분 등록

# 에피소드 1

 

결혼이 얼마 남지 않은 정욱과 열매는 결혼식 준비 때문에 작은 다툼이 생겼다.

 

열매: 정말 내가 왜 화났는지 몰라?

정욱: 내가 잘못했어.

열매: 그러니까 뭘 잘못했냐구?

정욱: 내가 그냥 왠지 큰 잘못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열매: ? 지금 그러면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는 거야?

정욱: 아니 이런 분위기를 만든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어

열매: 아휴 정말, 자기의 그 말이 더 화가 나

 

결국 열매는 화를 참지 못하고 휙 하고 돌아서서 먼저 집으로 돌아갔다. 정욱은 잡고 싶었으나, 당황하는 사이에 저 멀리 가버린 열매의 뒷 모습을 바라보며 머리가 멍해졌다.

 

# 에피소드 2

 

오래간만에 집에 일찍 들어온 기상은 이제 막 고등학생이 된 첫째 아들 재근의 방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기상: 우리 오래간만에 캐치볼 할까?

재근: 숙제 해야 하는데요

기상: 잠깐만 하고 오자

재근: ……

기상과 재근은 결국 집 앞 놀이터로 글러브와 공을 가지고 나갔다.

 

기상: 아빠가 던진다.

재근: ..

 

~~ ~~

처억~ ~~ ~~

 

기상과 재근은 30분 정도 캐치볼을 했다. 30분 동안 둘은 별 다른 말이 없었다. 약간 몸에 땀이 날 정도가 되자 기상은 다시 재근에게 집에 돌아가서 저녁을 먹자고 했다. 재근은 별 말 없이 다시 아버지를 따라서 집으로 돌아왔다. 재근은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각해보니 아빠와 캐치볼을 한 것이 거의 2년은 되어 가는 것 같았다. 오래간만에 일이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아빠에게 무슨 일이 있나? 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물어보지는 않았다. 집으로 향해 걷는 평소와 다름없는 아빠의 뒷 모습을 바라보면서 큰 문제는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 에피소드 3

 

의섭은 선거 결과 사이트를 개발하면서 실제 서비스 결과에 대한 테스트 중이다. 서버 쪽을 담당하고 있던 성한과 최종적으로 점검하면서 문제가 없는지 체크 하던 중이었다.

 

의섭: 그럼 문제없지? 테스트 페이지를 업로드 한다.

성한: 잠깐만요. 지난 선거 데이터를 불러오는 호출 값이 잘 못 들어가 있네요? 다른 페이지를 수정하면서 같이 바꿔야 하는데 이 부분만 빠졌던 것 같습니다.

의섭: ! 그러네? 오 대단한데. 발견 잘 했어~!

성한: 뭘요. 작성한 사람은 안 보여도 옆에서는 잘 보이잖아요

 

컴퓨터들도 대화를 한다. 그런데 컴퓨터 간 대화에는 일정한 규정이 있다. 서로 미리 정한 규정대로 다른 컴퓨터에 물어봐야 물어본 컴퓨터로부터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다. 만약 정한 규정에 벗어난 형태로 질문을 던지면 컴퓨터는 오류라는 메시지를 띄우게 된다. 그러면 다시 규정대로 수정을 하고 다시 원래의 규정대로 질문하도록 한다.

 

우리는 늘 살아가면서 주위의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한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으며, 이해하고 동감하며 때론 반대한다. 그런데 사람 사이의 대화에선 정확한 규정이 없다. 내가 이해한다고 생각했던 의미가 실은 말한 사람의 의중과는 다른 경우도 발생한다. 그래도 우리는 오류 메시지를 띄우지 않는다. 상대방이 어떻게 이해를 했는지 말한 사람도 본인의 의도대로 이해했으리라 짐작만 할 뿐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이다. 서로 간에 한 말을 놓고도 다르게 이해하지만 오류 메시지란 있을 수가 없다.

연애를 하고 있는 두 연인 사이에서는 눈 빛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알 것 같지만 생각보다 남자와 여자의 의식구조는 많이 다르다. 그래서 연애를 하면서 싸우는 대부분의 경우가 같은 말을 두고도 서로 이해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란 책까지 나왔겠는가?

남자들의 대화는 또 다른 경우이다. 특히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는 말 이외에 여러가지 함축적인 의미를 함께 전달하면서 상호 이해한다. 몸 짓 하나, 손 짓 하나로 마음을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아버지와 아들의 캐치볼은 그 들만의 대화의 방식이다. 서로 말은 안 해도 캐치볼을 하는 순간 오가는 공의 느낌에서 서로의 마음을 읽는다. 그러다 보니 때론 하고자 하는 마음이 다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렇게 보면 기계들간의 대화란 단순 명료하지만 정확하다. 정해 놓은 규정에서 한치라도 벗어나면 서로 메시지를 주고 받지 못한다. 하지만 규정만 지킨 다면 정확하게 메시지를 주고 받고 오류가 발생하지 않는다. 정확하게 의사가 전달 되는 것이다.

 

인간들의 대화도 기계의 장점을 옮겨오면 어떨까?란 상상을 해 본다. 처음 만나 호감을 가진 남녀 연인이 컴퓨터의 대화와 같이 의사소통을 하면 아마도 이렇게 되지 않을까란 상상을 해 본다.

 

남자: 당신 마음에 로그인하고 싶어요. 비밀번호를 알려주세요

여자: 그래요 자 여기 아이디와 비번 알려 드릴께요.

남자: 지금 접속했어요. 당신이 이제 이해가 되요

여자: 나 역시 이제 당신을 알겠어요.

 

참 편리하고 오류 없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렇게 의사소통을 한다면 정말 상대방의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가 있을까? 사람은 본인의 마음도 잘 모를 때가 있다. 자신의 무의식 저 편에 있는 감정을 때론 애써 무시할 수도 있고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렇게 본인의 마음도 모르는데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쩌면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일 지 모른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하고 이해해 준다는 것은 이런 불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다른 사람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서로 간의 대화의 프로토콜을 맞춘다 하더라도 100% 자기 자신의 마음을 전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상대방이 이해하는 것도 동일할 것이다.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은 단지 진정한 마음으로 서로 노력할 뿐이다. 오히려 서로의 프로토콜을 잘 맞추는 것은, 그 사람을 그리고 서로를 진정 이해하는 것은, 어떤 일이 있건 서로의 곁을 지켜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옆에 아무도 없다고 느껴 주위를 둘러 보았는 때 조용히 내 곁에 있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정말로 나를 이해하고 공감해 주는 사람이 아닐까?

IP *.129.24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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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8 12:53:49 *.164.247.177

피붙이도 이해를 못하는데 남을 이해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얘기 하신것 처럼 노력하고 묵묵히 지켜주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겠죠. 우리도 더 노력하고 서로 지켜줬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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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9 12:33:49 *.85.58.98

이해하려는 노력. 그리고 절대로 100% 이해는 할 수 없다는 생각이 중요한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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