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모닝
  • 조회 수 910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17년 8월 7일 09시 08분 등록

아주 오래간만에 후배 결혼식에 갔다. 여자후배인데다가 아는 사람이라고는 그 후배밖에 없어서 약간은 어색했지만 덕분에 결혼식에 오는 많은 사람들과 인사 나누는 일 없이 결혼식을 그렇게 진지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본 경우는 내 결혼식 이후 처음인 것 같다. 늘 결혼식에서는 오래간만에 만난 주위사람들과 이야기하느라 정신 없었으니, 정작 식에는 집중하지 않았던 것 같다.

 

어느 예식과 같이 진행되고 주례사가 이어지고 그 다음으로 친구의 축가가 이어졌다. 축가는 한동준의 사랑의 서약이었다. 참 오래된 노래인데 아직도 축가로 사랑 받고 있다. 우리나라 사랑노래는 다들 헤어지고 애달파 하는 노래이니 결혼식에서 불러줄 노래가 생각보다 없기 때문인 탓일 수도 있다 축가로 이별이야기나, 잘못된 만남 같은 것을 불러줄 수는 없지 않은가? 그 다음 이어서 깜짝 순서로 신랑이 신부에게 바치는 노래라며 직접 노래를 하겠단다. 요새는 이렇게 축가를 직접 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순간 장내가 술렁인다. 모두 재미있는 구경거리라도 생긴 듯 약간 지루했던 식장에 약간의 긴장감이 돌고 간혹 환호성이 나온다.

 

신랑이 신부에게 불러준 노래는 이승환의화려하지 않은 고백"이였다. 노래는 그렇게 잘 부르지는 않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다들 신랑의 노력을 감안하여 즐겁게 듣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순간 그 친구가 내 후배에게 고백하는 장면이 상상이 되어서  웃음이 나왔다. “어떻게 고백했을까?”, “술을 먹고? 아님 그냥 지나가는 말로 슬쩍? 아니면 그냥 자연스럽게 썸에서 연애로?”, 그런 나만의 상상 속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우리는 살아가며 어떤 순간 이렇게 떨리는 고백이란 걸 하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안 하고 고백만 받아서 선택만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말이다. 어떤 사람은 1번에 성공해서 결혼을 할 수도 있고, 내 후배의 경우처럼 말이다. 또 어떤 사람은 그런 기회가 아예 없을 수도 있고, 또 어떤 이는 많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걸 어떤 것이 더 좋다라고는 말 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적어서 인가? 고백은 늘 서투른 것 같다 몇 날을 밤을 새 가며,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계획 짜고. 시나리오 짜보고 그리곤 연습하고, 그래도 역시 가슴이 쿵꽝쿵꽝 뛴다. 그렇게도 준비한 순간이건만, 말은 꼬이고 분위기는 안 잡히고, 상대방이 듣건 말건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이야기해 버리고 마는 고백, 그리고는 두고두고 잘 때마다 생각나서 자신의 바보 같음을 책망하게 되는 사랑의 고백

하지만 그런 들 어떠하랴 ! 제대로 말을 못했으면 또 어떤가 ! 흥분되어 발그레해 진 볼로, 바보같이 더듬 더듬 하는 말투로, 평소와 달리 허둥 되는 모습으로 이미 우리의 터져 나갈 듯한 가슴을 절실하게 표현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 또 어떻게 생각하면 영화처럼 완벽한 고백보단 오히려 그렇게 어색한 고백이 더욱 진실되어 보이지 않을까 싶다. 자신의 마음을 어찌 표현할 지 몰라 당황하는 모습, 더 절실한 표현을 할 줄 몰라 안타까운 모습. 그런 모습들이 더욱 순수하고 진지하게 보이는 것은 아닐까?

물론 영화처럼 멋지게 한다 면 더욱 좋지만 말이다. 그리고 또 생각해보면 우리가 살아가며 그렇게 떨리는 고백을 한번을 하겠는가 두 번을 하겠는가? 자꾸만 생각하는 사람, 그 사람과 있으면 세상 모든 것이 다 내 것 같은 사람, 늘 함께 있고 싶은 사람, 그래서 어찌할 수 없어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
그 고백이 세익스피어의 명 대사와 같은 주옥 같은 말이 아니어도 좋다. 이미 고백을 결정한 순간부터 주위의 모든 사람이 눈치챌 정도로 우린 온 몸으로 터질 듯한 우리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어색한 고백이든 영화 같은 멋진 고백이든. 짧은 생을 살아가며, 그렇게 고백하고 싶은 상대를 만난 것 자체가 인생의 하나의 축복이 아닐까? 생각한다.

IP *.129.240.30

프로필 이미지
2017.08.09 00:06:43 *.226.22.184

내가 참 좋아하는 노래 중, 몇곡 안되는 노래 중 하나야.  정말 좋아하는 노래거든.

그래 살면서 이런 노래 같은 고백을 하고 싶은 때가 있었어.

그날이 생각나네. 보고 싶다. 그녀가.


늦은밤 보다가 링크하나 걸어...


https://youtu.be/JM-dMwwX-aM


언젠가 그대에게 준 눈부신 꽃다발
그빛도 향기도 머지않아 슬프게 시들고

꽃보다 예쁜 지금 그대도 힘없이 지겠지만
그때엔 꽃과 다른 우리만의 정이 숨을 쉴꺼야

사랑하는 나의 사람아 말없이 약속할께
그대 눈물이 마를때 까지 내가 지켜준다고

멀고 먼 훗날 지금을 회상 하며
작은 입맞춤을 할 수 있다면

이넓은 세상위에 그 길고 긴 시간 속에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 오직 그대만을 사랑해...

사랑하는 나의 사람아 말없이 약속할께
그대 눈물이 마를때 까지 내가 지켜준다고

멀고 먼 훗날 지금을 회상 하며
작은 입맞춤을 할 수 있다면

이 넓은 세상위에 그 길고 긴 시간 속에
그 수많은 사람들중에 오직 그대만을 사랑해...

이 넓은 세상위에 그 길고 긴 시간 속에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 그댈 만난걸 감사해...



프로필 이미지
2017.09.05 21:58:59 *.44.153.208

그녀가...누굴까요? ^^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732 칼럼 #16 왜 나는 페미니즘이 싫을까 (정승훈) [7] 정승훈 2017.08.20 1055
4731 (보따리아 칼럼) 약명시(藥名詩)와 함께 하는 탕전실 일기 [7] 보따리아 2017.08.20 954
4730 #15. 일상으로의 복귀 [2] ggumdream 2017.08.14 921
4729 우리에게는 해독이 필요합니다 [6] 송의섭 2017.08.14 943
4728 <뚱냥이칼럼 #15> 뚱냥이 시미학 산보① [4] 뚱냥이 2017.08.14 944
4727 #15. 반칙왕을 꿈꾸다_이수정 [3] 알로하 2017.08.14 923
4726 #15 - 목적지만을 알려주는 네비게이션, 가는 길이 목적인 여행 [5] 모닝 2017.08.14 913
4725 칼럼 #15 보은(報恩)_윤정욱 [2] 윤정욱 2017.08.14 962
4724 칼럼 #15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정승훈) [6] 정승훈 2017.08.12 1064
4723 (보따리아 칼럼) 고인을 기리며 남은 효를 다짐하다 file [3] 보따리아 2017.08.11 969
4722 쑥스러움을 딛고 스스로를 표현하기 [4] 송의섭 2017.08.07 913
4721 (보따리아 칼럼) 부탄, 방부제가 뿌려진 히말라야 산자락의 꽃 피는 산동네 [1] 보따리아 2017.08.07 1038
4720 #14. 40대의 재롱잔치_이수정 [3] 알로하 2017.08.07 910
4719 <뚱냥이칼럼 #14> 뚱익스피어의 '뚱냥이의 하루' [1] 뚱냥이 2017.08.07 936
» #14 화려하지 않은 고백(이정학) [2] 모닝 2017.08.07 910
4717 #14. 여름산행 file [1] ggumdream 2017.08.07 915
4716 칼럼 #14 시계 도둑은 말이 없다 [2] 윤정욱 2017.08.07 925
4715 [칼럼 #14] 연극과 화해하기 (정승훈) [2] 정승훈 2017.08.05 913
4714 <뚱냥이칼럼 #13> 일상으로의 초대_2 [1] 뚱냥이 2017.07.31 921
4713 삼국유사속 역사기행은 어떠신지요? [1] 송의섭 2017.07.31 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