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뚱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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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심다
나무 그늘에 앉아
불어오는 바람으로 이마를 닦아 본다.
흠뻑 젖은 바람을
다시 허공에 놓아본다.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이
미안하다 말한다.
그래, 나무 옆에 바람을 심어보자.
바람도 먼 길 떠나지 않아 좋다 말한다.
이제는 내가 이따금 찾아가도
바람은 언제나 그 자리에 푸르다.
나무그늘에 앉아
바람 한 점 따다가 이마를 닦아 본다.
뚱냥이의 <바람을 심다>란 작품이다. 무더운 여름, 홀로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있는 한 사람.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혀 있다. 불어오는 바람이 화자의 땀을 증발시켜 더위를 조금이나마 식혀준다. 그리고 바람은 정처없이 불어오던 그 길을 따라 다시 불어간다. 마치 허공에 손수건을 날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3절에서는 화자의 소망이 투영된다. ‘바람’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여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화자는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이 야속하기만 하다. 선풍기처럼 바람이 계속 불어오면 좋겠다는 소망이다. 그래서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이 오히려 미안한 감정을 품었다는 표현으로 자신의 서운한 감정을 숨긴다.
4절에서는 화자의 적극성이 드러난다. 자연의 바람은 흘러가는 것이 당연한 법. 화자는 나무 옆에 바람을 심어 언제든 바람을 맞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한다. 먼 길 떠나지 않아 좋다는 바람의 마음은 화자의 마음이다. 바람을 잡고 싶다는 욕심이다.
이제 화자가 가끔씩 찾아가도 바람은 항상 그 자리에 있다. 바람에 대한 서운함이나 아쉬움이 없다. 화자가 바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닌, 바람이 화자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입장의 전환이다. 화자는 나무그늘 아래 다시 앉는다. 이제 바람은 바람나무의 잎이요, 열매다. 언제든지 바람 한 점을 손으로 따서 이마의 땀을 닦을 수 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즐겁구나
여보세요
우는구나
여보세요
술 마셨구나
여보세요
무슨 일 있구나
여보세요
자장 자장
내 새끼 잠 못 드는구나
뚱냥이의 <여보세요>란 작품이다. 시의 내용과 구조는 단순하다. 부연 설명도 굳이 필요 없다. 화자는 누군가와 매번 통화를 한다. ‘여보세요’란 말로도 화자의 감정을 단 번에 알아차린다. 한 마디 말만 들어도 감정을 바로 알아차리는 존재는 누구 일까? 그렇다. 바로 어머니다.
‘여보세요’는 통화를 할 때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이다. 그렇기에 큰 감정이나 느낌이 전달되기 힘들다. 하지만 그 미세한 감정까지도 느끼는 어머니와의 통화를 단순반복 구조로, 있는 그대로 들어냈다. 분명 통화는 더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을 터. 하지만 많은 여백과 비움으로 대화하는 두 사람 모두의 감정을 전달한다.
어머니는 마지막으로 이런 말씀을 하지 않았을까? “내 속으로 낳는데 왜 그걸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