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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27일 18시 57분 등록

8월 오프수업 후기

11기 정승훈

 

 무덥고 긴 여름이 지나고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기운이 느껴지는 지난 주 토요일, 8월 오프수업을 했다. 짧은 한 달이란 느낌과 너무 오랜 만에 만나는 것 같은 상충된 느낌을 가지고 모임 장소로 향했다. 1층 밖에서 창선배님이 쪼그리고 앉아 커피를 마시고 계셨다. 왜 그렇게 빨리 오셨는지 모르겠지만 수업 30분 전이었다.

 

 3층 강의장 문과 창문을 열어 환기시켰다. 이어 교육팀 선배님, 동기들이 하나 둘 들어섰다. 경주에서 온 기상이는 황남빵을 잊지 않고 가져오고, 수정인 손수 만든 머핀과 스콘을 가져왔다. 먼 창원에서 와인을 챙겨온 막내 정욱이, 일본 사진촬영을 다녀온 참치선배의 초콜릿과 과자, 슈퍼에서 사온 음료와 과자들까지 먹자고 모인 사람들처럼 간식이 한 가득이었다.

그날도 사다리앱으로 발표 순서를 정하고 하나 둘 발표와 피드백을 했다. 동기 의섭은 딸내미 돌잔치로 부득이 참석하지 못했다. 덕분에 평소보다 일찍 끝났다. 물론 같이 못해 아쉽고 섭섭했다.

 

 그동안 3월 면접여행부터 8월까지 여섯 번의 공식적인 만남이 있었다. 미스토리와 칼럼의 글로, 수업 때 나누는 대화로 조금씩 서로를 알아왔다. 각자 보이고 싶지 않은 것들도 있을 것이고, 누군 많이, 때론 적게 자신을 내보였다. 8월 수업엔 어린 시절로 돌아가 부모에게 말하기였다. 동기들의 발표를 들으며 부모, 형제와의 관계, 어린 시절 경제적 어려움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되었다. 이 또한 각자의 성격대로 다르게 받아들이며, 부모가 원하건 원치 않건 상처가 되고, 우리도 우리의 자녀에게 그러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 역시 어린 시절의 상처와 가슴에 묻어두었던 것들을 내놓으며 나 자신을 정의했다. 나의 약점과 강점도 나 자신이고, 인정받고 칭찬받고 싶었던 어린 나도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이유였다. 점점 편해지고 가벼워지고 있다. 나 자신과 타인에 대해서.

너무 단호한 원칙들은 나뿐만 아니라 남들을 힘들게 한다는 것을, 유연한 생각이 결코 나약하거나 자존감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견고한 틀을 지키려고 애쓸수록 내 옆을 같이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생각을 물어보고 내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것들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아무리 나이가 어리더라도 말이다.

 

 일요일, 늦잠자고 일어난 아들에게 수업하고 느낀 점들을 이야기했다. 나의 양쪽 부모님, 아들에겐 친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할머니가 어떻게 다른 지, 어떻게 나의 칭찬과 인정의 욕구를 채우게 되었는지 이야기했다. 양쪽 집에서 살아 본 아들은 무슨 말인지 알겠다며 마치 친구처럼 나를 이해했다. 일하는 엄마로 갑작스런 하굣길 비오는 날 우산 없이 집으로 갈 때의 나의 상황을 듣고는 괴롭고 슬펐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얼마 전에도 몇 번 비 맞고 들어 왔던 아들이 생각나서 물어봤다. 너는 그렇지 않았냐고. 그런데 아들은 옷이 젖어서 그렇지 시원하고 좋았다고, 자긴 초등학교 때도 그랬다며 웃으며 나간다.

 어느 새 부쩍 큰 아들이 키만 큰 게 아니라 생각도 컸다. 성한이 그랬다.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고. 타고난 성격과 기질이 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본인이 자각하고 그러지 말아야지 노력하면 관계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얻게 된다. 그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 된다. 그렇게 선순환이 되면 어느 새 달라진 자신과 마주한다. 내 자신 괜찮은 사람처럼 느껴진다.

 

 저녁을 먹으며 교육팀 선배님들이 내게 그랬다. 처음보다 표정이 많아졌다고. 내가 내 표정을 보지 못하니 알 수 없으나 맞을 거다. 길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매달 수업을 통해 나를 찾아가고 못난 나를 인정하는 것이 전혀 부끄럽지 않고, 동기와 선배를 통해 점점 괜찮은 내가 되어가고 있다.

 

IP *.124.22.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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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30 10:31:53 *.146.87.17
웨버누님은 괜찮은 사람이 아닙니다.

'괜찮다'라는 단어로는 담을 수가 없는 분입니다!

처음 뵈었던 면접여행 때 부터 그런 분이셨습니다!

아참... 저는 개인적으로 오프과제와 지난 '내로남불'

칼럼이 좋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7.08.30 13:00:35 *.124.22.184

성한이 날 좋게 보는 거지. ㅎㅎㅎ 여하튼 기분은 좋다.

 

'내로남불'이 아니라 '거위의 꿈' 아니었어?

나도 지나고 보니 거위의 꿈은 내가 쓴 게 아닌 것 같아~  어떻게 그렇게 썼나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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