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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29일 06시 14분 등록

8월 오프모임 후기

사람이 살아가면서 내가 누구인가?’를 생각해보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또한 그것을 10페이지 이상 써본 사람은 또 과연 얼마나 될까? 아마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일 것이다. 그리고 아마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에 대부분의 사람은 “000에 다니고 있는 000입니다.”라고 얘기할 것이다. 나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누구냐?”라는 물음에 대한민국 해군 소령 김기상이라고 얘기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렇게 자기의 직업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생각해보면 그 직함이나 직업은 결코 나를 정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연구원 내신을 하면서 작성한 미스토리를 통해 그렇게 오랫동안 나를 생각해본적이 없었고 그렇게 쓸 말이 많은 인생을 살았는지 몰랐다. 누군가는 별거 아니네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생각한다. 별 볼일 없는 인생을 살아온 사람은 없다고. 연구원을 하면서 나는 깨달았다. 자신을 생각하고 정의하는 일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는 사실을. 그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글을 써 가면서 또는 생각을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이번 오프수업을 준비하면서 다시한번 미스토리를 읽었고 짧게 나마 나를 재정의했다. 약간의 낯간지러움이 있었지만 나도 꽤 괜찮은 인생을 살았고 나름 멋있는 놈이고 단점도 있지만 장점도 있는 그런 인간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작성했을 당시보다 훨씬 더 나를 이해하게 되었고 조금 사랑하게 되었다.

두번째 과제는 부모님이었다. 항상 감사한 마음이 앞선다. 그 어려운 시절을 감내하시고 나를 이자리에 있게 해주신 분이다. 사실 지금처럼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도 문제는 없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이런 보통의 부모-자식간의 관계를 넘어선 이상적인 관계를 꿈꾸고 있는 것 같다. 수업 때아버지에 대해 여러 얘기를 하면서 울컥했다. 살면서 아버지에 대해 그렇게 진솔하게 오랫동안 얘기해본 적이 없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이 교차했다. 그렇게 나는 아버지를 부정하고 아버지와 똑같은 삶을 살지 않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을 했나보다. 아버지와 달리 아이들과 더 잘 놀아주고 더 잘지내고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것은 내가 보기엔 그런 것이고 누구의 말대로 아이들 입장에서는 나의 아버지와 같은 모습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동기들의 부모님에 대한 기억을 들으면서 느꼈다. 지금의 동기들의 모습과 행동과 성격은 거의 다 부모님이 가지고있는 모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그렇게 아버지를 부정해도 나는 그의 모습을 닮아 있고 어쩌면 벗어날 수도 없는 것이다. 내가 먼저 아버지에게 다가가면 될 것인데 그게 그렇게 쉽지 않다. 아버지 나이 이제 칠순이 넘었는데 뭘 그리 기대하고 기다리는 것일까. 이제 아버지는 심하게 말하면 뒷방 늙은이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이제는 갑의 위치에 있는데 뭘 그리 두려워하고 다가가기를 어려워하는 것일까. 이젠 하루하루가 어제와 다른 사람인데 항상 떠나고 난 이후에 그리워하고, 하지 못한 것에 후회하는 짓을 하지말자고 다시한번 다짐해 본다. 작은 것부터 하나씩 해보자.

오프 수업은 항상 감추고 싶은 나의 모습을 다 까발리게 만든다. 그러한 것들이 싫을 때가 있지만 수업이 끝난 후에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내가 짊어지고 있는 나의 짐을 하나씩 벗어 던지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리고 타인의 삶을 통해서 나를 비춰보는 일석이조의 기회를 제공하고 타인을 타인같지 않게 만들어 준다. 그것은 아마 감춰둔 자신의 모습을 공유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7명의 타인의 삶을 들여다 본다.

역사가 깊은 모닝 이정학

모닝이라는 닉네임의 역사에 놀랐다. 21세기 르네상스적 삶을 꿈꾸는 사람다웠다. 그의 청첩장은 놀라웠고 감동이었다. 이 사람 정말 괜찮은 사람이다. 자신만의 색깔과 향기를 가지기를 원하는 남자이다. 45년을 숙성시킨 그는 아직 오크통에 있다고 하지만 이미 충분한 맛과 풍미를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그의 색깔은 물과 같은 무색이다. 한없이 맑고 투명하다. 어떤 것과도 섞일 수 있음은 물론이고 그냥 그렇게 혼자있어도 되는 것이다. 나는 그와 섞이고 싶다.

불을 품은 여자 김리아

()과 같다고 했지만 나는 한 개로도 모자랄 것 같다. 아마 2~3개는 더 있어야 할 것이다. 불같은 그녀가 늘 부럽다. 그리고 그러한 기질이 어디서 나왔는지를 이번 수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나의 이 기질도 부정할래야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를 통해서 장차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인생을 좀 더 행복하게 살아가야 할지를 그리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게 되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물질적인 것은 아니다. 바로 그 정신적인 그 무엇이다. 그녀의 기질인 불()과 정신적인 자유스러움이 부럽기만 하다. 그나저나 몸은 좀 괜찮아 지셨수?

크리스탈 이수정

 과거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모순덩어리로 생각했다면 이제는 그러한 모순조차 자기의 모습으로 받아들이고 공존해야 할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얼마나 큰 깨달음인가. 사람의 기질이 어디 가겠는가. 다만 거기서 얼마나 조화롭게 통제하느냐가 문제일 것이다. 그녀도 나와 같이 부모님과 부딪힌다. 정도의 차이이지 그녀의 모습에서 나를 본다. 하지만 칼럼 속에서, 이번 과제에서 그녀는 어머니와 다양한 시도를 통해 관계개선을 해나가고 있다. 어머니와 딸이라는 차이에서 오는건가.

이제 정말 장성한 장성한

한없이 어두운 터널 속에 있던 뚱뚱한 고양이 한마리가 이제 밝은 세상으로 걸어나오고 있다. 이제 그는 고양이가 아니다. 한 마리의 호랑이가 되어 있는 느낌이다. 거침이 없다. 이젠 그에게 우려의 시선을 보낼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선명한 빛을 지닌 정승훈

자기 자신을 가장 선명하게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이 웨버님이 아닐까 생각한다. 원칙주의로 자신을 정의한다는 것은 어려운 것이다. 원칙은 항상 흔들리고 무너지기 쉬운 것이다. 그것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많은 것의 희생을 필요로 할지 모른다. 그러한 것들로 인해 나는 그녀가 차갑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5개월이 지난 이 시점에 그녀만큼 따뜻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것을 위해 달려가는 그녀의 모습이 부럽기 그지 없다. 결혼과 양육으로 많은 가시밭길을 걸어왔던 그녀. 지금의 그녀를 있게 한 원동력일 것이다. (나도 이제야 조금 이해하고 있다.)

욕심쟁이 윤정욱

항상 그를 따라다니는 2개의 그림자가 보인다. 인도의 선재수련과 무전여행. 얼마나 큰 경험이었으면 그를 여기까지 오게 했을까. 우리 아이들에게도 기회가 된다면 한번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30대 초반.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싶을 정도다. 이런 나이에 이런 과정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변화를 추구하는 그의 40대가 너무 기대된다. 아직까지 결과물이 없어 고민하는 지금의 그이지만 이런 생각들이 나중에는 지금 본인이 기대하고 있는 이상의 엄청난 결과물이 나올 것이고 나도 그것이 기다려진다.

관계지향적 남자 송의섭

그는 딸 아이의 돌잔치로 이번 모임에 참석하지 못하였다. 결과적으로 이번 모임에 대한 사진 한장 남아있지 않았다. 그 누구도 생각을 못했다. 그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사진이었는데 그가 없으니 역시 사진이 없었다. 비록 한시간 이상을 그 덕분에 빨리 끝낼 수 있었다는 잠시의 기쁨은 이내 사라지고 없었다.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그는 그를 아는 많은 사람들에게 아마 많은 도움을 주고 있을 것이다. 아마 그것이 그의 매력일 것이다. 그 바쁜 와중에 자신을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에서 개인으로서, 가장으로서 고단함이 보이지만 그러한 고단함이 그를 오늘에 있게 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 내가 그가 가장 부러운 것은 아버님과의 관계이다. 나보다는 더 큰 어려움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관계개선을 이루었다. 몹시 부럽다. 형님덕분에 나도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어린 시절 그것이 부모님 사랑이든 관심이든 물질적이든 비물질적이든 어떠한 형태로 결핍을 느껴왔을 것이다.(때로는 과잉으로) 그러한 결핍이 우리에게 무의식적으로 내재되어 있다. 이 내재된 것들이 다시 우리 아이들에게 또는 자신에게 그러지 않도록 노력해왔다. 반면에 또다른 형태의 결핍이 아이들에게 주고 있는지 아닌지 더 많은 대화를 가져보는 시간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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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9 15:50:41 *.124.22.184

아버님 얘기하며 눈시울이 붉어지는 걸 옆에서 봤어요. 누구에게나 부모님은 이중의 감정이 있나봐요~

저 역시 그렇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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