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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뚱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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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3일 23시 28분 등록

더 크게, 더 많이, 더 자주

 

 

어머니: 여보~! 저기가 개그맨 김학래가 하는 중국집이야!

 

아버지: …… … …

 

어머니: 네 아버지 안 들리시나 보다. 밥 먹으라고 몇 번을 말해도 못 들으신다.

 

어머니: (더 크게) 여보~!! 여기~ 여기가 개그맨 김학래가 하는 중국집이에요!

 

아버지: ?? 개그맨 막내라고?

 

어머니: (더 크게) 아니~!! 왼쪽 편 저기가 김학래가 하는 중국집이라고!! 저기가 그렇게 잘 된데!

 

아버지: 저기라고? 요새 김학래 방송에 많이 나와!!

 

개그맨 김학래가 운영하는 중국집이 백미러에서 희미해 져 가듯,

아버지의 귀에서도 어머니의 목소리가 그리고 나의 목소리가 희미해 져 간다.

 

아버지,

들리실 때까지 더 크게 말씀 드릴게요.

몇 번이든 귀찮지 않습니다. 더 많이 말씀 드릴게요.

제 목소리가 잊혀지지 않게 더 자주 말씀 드릴게요.

 

------------------------------------------------------------------------------------------

 

인덕션아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인덕션아, 지금까지 내가 살던 집은 가스렌지였어.

라면을 끓이건, 찌개를 끓이건 모든 것이 빨리 끓었지.

심지어 내가 원하는 대로 불 조절이 가능했어.

 

하지만 지금의 집으로 이사와서 만난 너는 참 답답했어.

넌 너무 느렸어. 언제 끓어 오를지도 모르는 너가 답답했어.

그래서 매번 너를 욕했지. 항상 너에게 불만만 가지고 있었어.

 

오늘 알았어. 내 기준으로 너를 대했다는 것을.

너는 그저 넌데 말이야.

 

너가 천천히 끓어오르는 동안 나는 집안 정리를 할 수 있었어.

너가 느리게 뜨거워지는 동안 나는 다른 어떤 것에 집중할 수 있었어.

너가 찬찬히 달궈지는 동안 나는 미처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었어.

나는 너로 인해 여유를 가질 수 있었어.

 

인덕션아 미안해.

난 너에게만 조급했어. 너에게만 성급했어.

만약 너가 가스렌지였으면, 나는 그 많은 것을 하지 못했을거야.

불에만 매달려 차분하지 못 했을거야.

 

너가 나에게 적응하듯 나도 너에게 맞게 생활하면 되는거였어.

10, 15분 늦게 먹는다고 죽지 않는데, 나는 너의 느림에, 답답함에

죽도록 매달렸어.

 

인덕션아 고마워.

집에서도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해줘서.

다시 한 번 느림을 알게 해줘서.

 

 

IP *.140.6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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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4 10:38:42 *.70.47.196
글 좋네.
그래도 인덕션은 답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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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7 17:27:08 *.36.153.193
와~! 연대선배님! 감사합니다^^
네 ㅋㅋㅋ 가스렌지가 낫긴 하죠 ㅎㅎ

그래도 인덕션에게 너무 뭐라고 안하려구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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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4 12:24:12 *.106.204.231

이거 진짜 좋네~~ 


애들이 묻는 것에는 그렇게 살갑게 대답 하면서 정작 부모님이 물어보시는 것에는

왜그리 퉁명스러운지. 성한이를 통해서 쬐금 반성한다.

나도 더 크게, 더 많이, 더 자주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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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7 17:32:21 *.36.153.193
맞아요~! 우리 너 어릴때 물어보면
다 대답해줬어~ 라고 억울하실거
같아요^^ 형님 함께 실천해 봅시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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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4 15:40:25 *.226.22.184

집사람이 인덕션으로 바꾸자고 그러는데 바꾸지 말아야겠다. ㅎ

성한이의 글을 보니, 이젠 왠지 많은면 화해의 모드가 잡히는거 같네.

걍 내 생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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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7 17:34:01 *.36.153.193
ㅎㅎㅎ 인덕션으로 바꾸진 마세요 ㅋ
그냥 같이 사니 함께 적응하자는 거지
굳이 바꾸실 필요는 없습니다 ㅋㅋㅋ

화해의 모드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ㅋ

아직 내공이 부족해서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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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8 09:27:04 *.222.255.24

인덕션 한번도 안 써봤는데 이런 점이... ㅋㅋ

그런데 음식은 빨리 조리하는 것보다 천천히 조리하는 게 더 맛있대요. 오븐처럼...

혹시 인덕션도 그렇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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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9 09:46:18 *.36.139.156
인덕션은 아예 늦게 뜨거워져서 ㅋㅋ
흐음... 천천히 조리라...
이말 너무 좋은데요??

음식은 사람이고 조리는 삶으로 생각해도 좋을 거 같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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