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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2일 09시 31분 등록

아직 배가 고프다.” 이 말 한마디로 8강에 오른 기적에 취해 있던 대한민국 국민의 허를 찔렀던 히딩크감독은 2002년 월드컵의 영웅이었다. 그런 그가 얼마 전부터 계속 언론을 통해서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다시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히딩크감독이 2018년 한국 축구국가 대표팀 감독을 맡고 싶다는 것이다. 팬 들은 열광했다. 다시 불러와야 한다는, 아니 모셔와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해 졌다. 9회 연속 월드컵에 진출했음에도 지지부진한 경기력으로 질타를 받던 축구 국가대표에 실망하고 있던 팬들이 다시 한번 영웅의 귀환 가능성 소식에 열광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히딩크의 복귀 소식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최근 어렵게 본선진출을 이룬 신임 감독에게도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인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다. 그리고 월드컵을 우리나라에서 개최할 당시 전폭적으로 국가대표팀을 지원을 한 그때와는 상황이 달라져서 히딩크가 온다 해서 당장 큰 변화를 가져올 수는 없다는 것이 두 번째로 많이 지적되고 있는 반론이다. 히딩크의 복귀 여부를 떠나서 이런 논의 자체가 축구협회에는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었다. 왜 팬들은 이제는 20여년 전이 되어 가는2002년 영웅의 복귀를 갈망했던가? 2002년 월드컵으로 이제 한국축구가 세계적인 반열에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으나, 그 이후 축구협회 내부의 갈등과 이기심으로 별다른 발전이 없는 현실에 대한 분노가 아닐까 싶다


영웅을 기다리는 마음의 배경에는 시대적인 혼란, 결핍, 해결되지 않는 현실과도 연결이 되어 있다. 이런 불만감이 한 순간에 일거에 해소되었으면 하는 모두이 마음이 응집되어 영웅의 출현을 고대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는 약간 다른 듯 하면서 비슷한 대중이 마음이 영웅을 보내주지 못하는 마음이다. 조선왕조의 부흥을 이끌었던 정조는 아쉽게 중단이 된 개혁정치로 인해 사후 끊임없이 독살설이 제기되고 있다. 독살설은 여러 소설과 영화의 소재로 다양하게 사용되면서 계속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신에게는 아직 열두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


이 말 한마디로 영웅을 넘어서서 우리 국민의 가슴 속에 신화적 존재가 된 이순신 장군은 죽음 또한 더욱 드라마틱하였다. 승리로 이끈 전쟁에서 화룡점정을 찍는 마지막 전투에서 사망한 장군이 전쟁이 끝날 때까지 자신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는 말로 생을 마감했다는 이야기는 그를 전설적 영웅의 반열에 올려 놓는 요인이 되었다. 그러나 너무나 극적이어서 였을까? 그의 죽음은 늘 미스터리한 의심을 사게 되었고 급기야 자살설 또는 전쟁 이후 은둔설까지 나오게 되었다.


이렇게 영웅들의 죽음에 의심을 하게 되고 안타깝게 생각하는 마음은 해결되지 않은 과제에 대한 아쉬움과 열망이 결합된 것이다.  정조의 죽음으로 미완으로 끝난 개혁정치는 결국 세도가들에게 정권을 넘겨주는 결과를 낳았고 급속히 조선왕조가 기우는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이순신으로 죽음으로 끝난 임진왜란에서 조선은 전쟁에서 결국 이겼음에도 다시 찾아온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불과 40여년 후에 일어난 병자호란을 맞이하면서 결국 청나라에 무릎을 꿇고 만다. 이는 전쟁에 이기고 지고의 문제보다는 임진왜란을 겪으면서도 당시 조선은 세계적 상황에 둔감하고 그 흐름을 잃지 못하여 또 한번의 패착을 놓게 된 것이다. 이런 영웅이 가고 난 이후 벌어지는 일들이 영웅의 부재를 아쉬워 하면서 갈망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언제까지 그 들을 그리워할 수는 없다.


다소 다른 이야기 해보자면 뭐 지상파 예능프로그램 중에 복면가왕이란 프로그램이 있다. 오직 목소리만을 듣고 평가를 하는데 그 동안 여러가지 편견으로 이미지 속에 가려져 있던 가수들을 발굴하는 것이 목표인 프로그램이다. 그 때문에 그 동안 주목 받지 못했던 인물이 우승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열광하게 되는 것 같다. 그 중에서 몇몇은 장기간 우승하면서 새로운 스타로 등극하게 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렇게 각광받던 가왕도 다시 또 새로운 인물의 등장에 의해서 퇴장하게 되고 새로운 우승자가 다시 스타로 등장한다. 끊임없는 경쟁 속에 새로운 스타가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처음 히딩크감독으로 돌아가서 이야기 해 보자. 히딩크감독이 우리나라의 축구역사를 새롭게 쓰고 패러다임을 바꾸는 성과를 이루었지만, 2002 2018년은 엄연히 다른 환경이며 주어진 과제가 다르다. 시대적인 요구가 다른 셈이다. 정조와 이순신 역시 아쉽게 이루지 못한 과업이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또한 그것은 영웅 한사람의 몫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한 영웅만을 기대하고 그리워할 수는 없다. 새로운 영웅은 우리들 속에서 새롭게 태어날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그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 우리가 영웅을 보내줘야 하는 이유이다.




IP *.144.58.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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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2 21:58:42 *.18.218.234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 "나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다"

두 영웅의 대사를 가지고 시대의 흐름과 영웅들의 뜨고 짐에 대한 통찰!

그러게요, 임진왜란 정유재란 끝나고 병자호란이 어인 말인지. 

오~하면서 읽었어요. ^^  글 흐름이 좋은디! 


정학씨는 연결성, 수집이 Top 5안에 드는 테마가 아닐 지 생각해봤는데 나중에 결과 알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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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4 05:33:06 *.106.204.231

지금 상황에선 히딩크가 와도 안되겠죠. 괜히 영웅 히딩크의 몰락만 예견될 뿐입니다.

히딩크로 인해 신태용감독이 힘들겠지만 영웅이 되기 위한 여정으로 생각하면 좋겠네요.

(개인적으로 이번 예선전은 정말 최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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