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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7일 11시 17분 등록

나는 학교폭력 가해자의 엄마다(3)

11기 정승훈

 

 검찰 형사조정위원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법원으로 사건이 넘어가고 나니 또다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어요. 다시 1130230분에 청예단으로 가서 변호사와 상담을 했어요. 법원에서의 판결이 어떻게 되는 지 궁금했어요. 판결은 그날 바로 나는 것인지, 가해자 처분이 똑같은지, 필요한 소명서류는 무엇인지, 재판에서 억울함을 표명할 수 있는 건지, 재판이후 과정은 어떻게 되는지, 민사소송을 해올 경우 어떻게 되는지, 요구 금액을 다 들어줘야 하는지에 관해서였어요.

변호사는 재판 판결은 그날 바로 나며, 가해자 처분이 같지 않을 수 있으며, 소명 서류는 탄원서와 선행상이나 자원봉사 같은 것들이 도움이 되며, 억울함을 표명할 수는 있으며, 재판 판결은 보호관찰처분이 나올 수 있겠다고 했어요. 민사소송을 해올 경우 피해자가 청구하고 싶은 만큼 금액을 할 수 있지만 판결이 어떻게 나느냐에 따라 일부 승소일 땐 상대방에게 비용을 물어줘야 하며 인지대도 들고 피해사실에 대해 피해자 쪽에서 증명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청구한 금액을 100% 다 받을 수도 없다고 했어요.

법원은 피해자의 진정한 사과와 반성, 합의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니 합의 의사가 있음을 보이기 위해 공탁을 하라고 하더군요. 공탁을 통해 재판장에게 설득할 수 있지만 피해자가 수령하지 않으면 참작되지 않는다고 했어요. 공탁 금액으로 얼마 정도면 되겠냐는 물음에 300만원이면 되겠다고 하더군요.

또다시 걱정이 시작됐어요. 피해자 엄마가 어떤 생각인지, 법원의 판결은 어떻게 날지, 언제 재판이 있을지 알 수 없었어요.

 

 법원으로부터 1214일부터 16일까지 서울남부청소년비행예방센터에서 3일간 하루 종일 상담조사와 교육을 받고, 부모도 2시간 30분의 교육을 받으라는 우편이 왔어요. 부모 교육은 필수는 아니지만 권고사항이고 법원에 결과가 통보된다고 하더군요. 법원에서 지정한 기관의 교육은 교육청에서 연결된 교육과도 달랐고 검찰에서 받으라는 교육과도 전혀 달랐다고 하더군요. 쉬는 시간에도 다른 사람과 말도 하거나 교류를 해도 안 되고 교육받는 중에 딴 짓을 하거나 떠들어도 안 되며, 출결, 수업태도, 생활태도, 교우관계 등 항목별 벌점사항이 있고 벌점이 40점 이상이 되면, 3번 이상 지각하면 퇴교 조치되며 법원에 통보된다고 하더군요. 보호관찰소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기관에 계신 분이 약간은 겁을 줄 요량으로 말을 했는지 아들은 절대 가지 않아야 한다더군요. 교육 끝나는 날 교육이수 확인서를 받아 학교에 제출하면 출석으로 인정해준다고 해서 받아서 학교에 제출했어요.

 

 재판에 도움이 될 만한 소명 자료로 탄원서를 작성하고 아들 담임선생님을 찾아가 서명 부탁드렸어요. 담임선생님도 이렇게까지 일이 커지고 길어질지 몰랐다며 합의금액을 듣고는 놀라더군요. 다른 선생님들도 서명 받아 줄 테니 서명 용지 두고 가면 나중에 아들 편에 보내주겠다고 하시며 잘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선생님께서 그렇게 말씀해주니 그나마 아들이 학교 생활하는 데 힘들지는 않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이긴 했어요. 활동하던 시민단체의 간사들과 가까운 회원들에게도 서명을 받았어요. 특히 부모의 보호 능력에 관한 자료가 중요한데, 생계와 관련된 소득에 관한 서류인 사업자 등록증이나 부모의 학력 등을 증빙할 서류도 준비했어요. 부모의 경제적 여력과 아이를 보호할 만한 환경인지를 본다는 거죠. 피해자와 합의 하기 위해 노력한 부분들도 포함해서 준비할 수 있는 서류는 다 준비해서 1223일 가정법원에 등기 우편으로 제출했어요.

1231일에 가정법원에 가서 재판과 관련된 서류를 열람하고 다시 동부 법원으로 가서 공탁을 신청했어요. 공탁을 하기 위해 피해자의 주소를 알아야하고 그러려면 재판 서류 열람 복사해서 검찰에 제출하면 동사무소에 주소를 알려줘도 된다는 검찰에서 발부한 서류를 보여줘야 주소를 확인할 수 있어요. 공탁 서류를 작성하기까지 복잡한 과정을 거치고 서류 작성도 복잡했어요. 자세히 설명도 해주지 않으니 몇 번이나 다시 쓰고 틀린 부분 다시 알려주면 또 고치고 마지막으로 은행에 돈 예치하고 확인되면 검찰에서 공탁됐다는 서류를 발부해줬어요. 우리는 4,000만원에 합의가 되진 않았지만 합의할 의사가 있음을 공탁으로 밝힌 거였는데, 오히려 나중에 피해자 엄마는 화가 났다고 하더군요.

 

 피해자 엄마가 300만원의 공탁 금액을 알고 더 이상 우리와 개인적으로 연락하고 싶지 않다며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하더군요. 본인은 좋게 해결하려고 조사관이 연락 왔을 때도 잘 얘기했는데, 변호사 비용도 물어야 할 거라면서 민사소송이든 손해배상이든 하겠다고 앞으론 변호사와 이야기하라고 했어요. 변호사가 전화 와서 얼마를 합의금으로 줄 수 있냐고 물어보더군요. 피해자가 원하는 금액이 있을 텐데 저희가 금액을 이야기한다고 그 금액을 받을 건 아니지 않냐고 하고 의뢰인과 상의해서 알려달라고 했어요. 알았다고 하더니 그 이후론 연락이 없었어요.

 

 112일 서울가정법원에 출석하라는 소환장이 왔어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폭행)’의 사건명이었어요. 일명 집단폭행인거죠. 재판을 기다리며 복도에 앉아있는데 초등학생도 있더군요. 자전거를 훔쳤는데 신고를 해서 재판을 받게 됐대요. 14세 미만이면 소년 재판에 바로 오고, 14세 이상이면 검찰로 가서 기소유예가 되면 그걸로 끝이지만 기소가 돼서 죄가 무거우면 형사 법원으로, 죄가 가벼우면 소년재판으로 온다고 지난 번 부모 교육받을 때 들었던 기억이 났어요. 우리 앞에 재판을 받은 또 다른 학생은 부모가 아닌 할머니와 온 것 같았어요. 재판장에 들어간 학생은 나오지 않고 법원직원이 학생 소지품 일부를 주며 관찰소로 바로 갔다고 알려줬어요. 황망해하던 할머니를 보며 혹시라도 아들도 저렇게 되는 건 아닌가 걱정됐어요.

 

 우리 차례가 돼서 아이들과 들어가니, 판사는 사건에 대해 읽으며 맞는 지 확인하고 세 집 중 한 집은 재산이 많네 하며, 같이 합의 볼 생각하지 말고 집안의 경제사정에 따라 아이들을 위해 각자 1:1로 합의를 보라고 하더군요. ‘피해자는 맞았으니 얼마나 힘들었겠냐, 가해자는 여러 명이니 서로 의지도 되고 의논도 하고 했을 거 아니냐, 그러니 위안도 됐을 거라는 데 어의가 없더군요. 그럼 가해자 부모는 힘들어야 하는 건 당연한 건가요. 오히려 마음 위안을 받은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껴야한다는 건데, 피해자의 억지스런 과한 합의금은 전혀 문제 삼지 않고, 동기나 폭행의 정도는 고려사항도 아니더군요. 하지만 재판에 그것도 가해자 부모로 와 있으니 그저 잘못했고 선처를 바란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어요. 그러면서 교육받는 동안 졸았던 아이에게 화를 내며 반성하지 않았다며 잠이 오더냐고 했어요. 마지막으로, 한 번도 피해자와 만나 제대로 서로의 심정을 이야기할 시간이 없었으니 심리전문가 등과 함께 그런 시간을 마련할거라며 화해 공고 절차를 거치라며 심의를 마쳤어요.

 

 이젠 기다림의 시간이 익숙할 만도 한데 그렇지 않더군요. 마음이 안정이 안 되니 무엇도 손에 잡히지 않아서 500조각 퍼즐을 하루에 두 개씩 완성하며 시간을 보냈어요. 화가 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고 감정조절이 안 돼서 울컥울컥 했어요.

다시 시간이 지나고 2293시에 다시 법정에 출두하라는 소환장이 왔어요. 당연히 피해자와 만나는 것인 줄 알고 갔는데, 지난번과 같은 법정으로 들어갔어요. 지난 번 판사가 아닌 다른 판사가 심리를 진행했어요. 지난번엔 다 같이 들어갔는데 이번엔 한명씩 들어오라고 하더군요. 그동안 합의가 됐는지 물어보고 아들에게도 다시 지금의 심경에 대해 질문을 하더군요. 아들의 잘못했다는 대답을 듣고, 판사가 마지막으로 한 말은 아무리 동기가 선하더라도 폭력은 안 된다.”였어요. 법정에서 나와서 아들은 판사의 그 말 한 마디가 그동안 힘들었던 것을 다 만회해줬다며 웃었어요.

 

 법원의 판결은 1호 보호자 등에게 감호 위탁(6개월), 3호 사회봉사 40시간의 처분을 받았어요. 1년의 가까운 시간이 지나 판결을 받고나니 이젠 정말 끝이구나 싶으며 그동안 마음 졸였던 시간들에 대한 보상인 듯 가벼운 처분이 감사했어요. 아들이 걱정한 보호관찰소에 들어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너무 다행이었죠. 6개월 동안 보호자의 지도하에 아무 일없이 지내야하고 만약 그 기간 중에 다른 일이 생기면 가중처벌을 받게 되는 거죠. 아들에게도 강조하며 어떤 일에도 관련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하며 귀가 시간도 철저히 지키게 했어요. 아들도 나의 규제를 당연하게 받아들였어요. 졸업 전에 판결이 나서 천만다행이었어요. 학생생활기록부에도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말에 다시 감사했어요.

 

이제 정말 사회봉사만 받으면 모든 게 끝이다 했는데 또 다른 일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그땐 몰랐어요.

IP *.124.22.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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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8 14:15:39 *.44.153.208

마음 고생 많으셨겠습니다. 소송은 그 자체가 사람을 지치게 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아들과 관련된 소송이었으니 더욱 더 애가 타셨을 것 같습니다,

근데 판결나면 다 끝난게 아닌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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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9 12:27:46 *.124.22.184

빨리 끝낼 수 있는 방법은 알았지만 선택하지 않은 거죠. 차라리 돈 주고 합의볼 걸 그랬나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아들이 '폭력'은 안 된다를 알게 되서 그만큼 값진 건 없다고 봐요. 과정이 너무 길어서 힘들었어요.

 

그 사건은 끝났어요. 다른 게 또 있어서....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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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0 05:16:47 *.106.204.231

500조각의 퍼즐이 웨버님의 심정을 대변해주네요. 물론 경험하지 않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이번 재판 건으로 아드님이나 웨버님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해요. 애들 키우는 입장에서 간접경험 제대로 되네요. 다음 사건 기대하면 안되는데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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