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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gum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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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9일 11시 40분 등록

#21. 군대에서 시작하는 변화이야기 I


사람들은 변화하기를 갈망한다. 나도 그래왔기 때문에 그동안 수많은 자기 계발서를 봐왔고 따라 해보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연구원 과정을 하고 있다. 그러나 자기 변화는 굉장히 어려운 것이다. 아니 어쩌면 불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의 성향은 이미 3살때부터 정해져서 변화하기 힘들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변화하고자 하는 열망은 죽을 때까지 사그라들지 않는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다가온다. 어쩌면 희망 고문이라고 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연구원을 시작하면서 이제서야 변화라는 것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다. 변화는 자기가 가진 것을 지금까지와는 달리 몽땅 180도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부정하고 싶고, 보이고 싶지 않은 부분 조차 역시 나임을 인정하고, 나를 가장 나답게 하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임을 말이다. 더 나아가 내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스스로 찾아가는 것임을 깨달아 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자기 변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 하는 몇가지 것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생활습관, 자아탐구 및 발견, 책 읽기, 여행, 사고와 사색 등이 있을 것이다. 나는 이런 자기변화를 시작해야 하는 가장 좋은 시점이 군대라고 생각한다. 물론 자기변화라는 것은 이른 시기에 하면 할수록 좋은 것이지만 우리의 사회 시스템 내에서 그나마 가장 빨리 할 수 있는 곳이 군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군대를 국가가 만들어 놓은 변화경영연구소라고 생각하고 싶다. 2년을 오롯이 혼자서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2년은 굉장히 긴 기간이다. 그리고 2년은 충분히 자기를 변화시킬 수 있는 그런 시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시간들이 잘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군대에서 시작할 수 있는 작은 변화부터 생각해보자. 가장 쉬운 사례를 하나로 들어보자. 바로 식습관이다. 군대 오기 전에 밖에서는 자기가 원하는 음식만 먹을 수 있고 그렇게 하더라도 큰 문제가 안된다. 그러나 군대에 들어오면 달라진다.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사먹을 수 없다. 그 좋아하는 치맥도 먹을 수 없다. 오로지 영내식당에서 나오는 세끼 밥 밖에는 없다. 뒤돌아서면 배가 고픈 그런 한창 나이에 배불리 먹지 않으면 고통이 따른다. 그래서 평소 먹지 않던 반찬들도 나오면 먹을 것이 이것밖에 없기 때문에 먹을 수밖에 없다. 그런 시간이 많아지다보니 편식은 있을 수 없는 얘기다.


이런 식습관은 바로 건강한 신체를 만드는데 좋은 여건을 조성한다. 식단 조절이 따로 필요없다. 이 세끼만 충분히 먹고 잘 갖춰진 체력단련실을 이용한다면 2년동안 남들이 부러워하는 몸을 충분히 만들수 있다. 체력단련실이 없더라도 그저 구보와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턱걸이 등 몸매를 만들 수 있는 조건은 갖춰진 셈이다. 이런 건강한 신체는 자기 변화를 위한 기초이다.


다음으로 기상시간과 취침시간이다. 부대마다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은 기상은 06:00, 취침은 22:00시이다. 취침은 점호 시간 기준이고 그 시간 이후에 공부할 사람은 더 공부할 수도 있고 쉴 수도 있다. 그러나 기상시간만은 정해져 있고 1365일 정해져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2년동안 이런 스케쥴에 따라 몸에 밴다. 즉 습관화가 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군대를 제대하면 가장 빨리 없어져버리는 습관 중 하나가 바로 기상시간이다. 불과 며칠만에 사라진다. 신기한 마법같지 않나. 2년동안 6시에 기상하는 사람이 단 며칠 만에 10, 12시를 넘어간다. 왜 일까? 우리 동기들에게 물어보았다. 가장 큰 이유는 자유의지와 강제성이었다. 즉 군대라는 곳에서의 기상은 본인의 자유의지보다는 강제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규칙이다 보니 그 규칙이 사라진 다음에는 지키기 어려운 것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군대처럼 생활이 규칙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에 나오면 각종 모임에, 과제에, 때로는 야근이 군대에서 2년동안 몸에 밴 생활을 하루아침에 바꾸어 놓는 것이다.


모임, 과제, 야근 등은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예전처럼 군대에서 고생했으니 그동안 못해본 것 다 해본다는 심산으로 시간을 허비하기에는 요즘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물론 한 두번이야 그럴 수 있지만 매일 있는 모임, 과제, 야근도 아닌데 며칠 동안의 일탈로 인해 2년의 습관을 버리기에는 아깝기도 하고 이는 얼마든지 조정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강제성이다. 나는 이 강제성에 대해 이렇게 얘기하고 싶다. 군대에서의 일들을 강제가 아닌 개인의 자유의지로 바꾸면 되는 것 아니냐고. 일어나야 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일어나고 싶어서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너무 말도 안되는 얘기일지 모르지만 사람의 마음가짐이라는게 누가 시켜서 하느냐와 자발적 자유의지로 하느냐는 굉장한 차이가 있다. 처음부터 자유의지로 무엇을 시작하기에는 어렵다. 여기에 강제성이 부여되면 일단 시작하기가 쉽다. 그리고 그것이 어느정도 자리를 잡으면 강제성을 빼고 그 자리에 자유의지를 집어 넣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연구원과정을 살펴보자. ‘과제를 과제로 생각하지 말고 해야한다라고 늘 얘기한다. 우리는 순전히 자유의지로 이 연구원 과정을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제의 마감기한이라는게 없다면 과연 우리의 자유의지만으로 완수할 수 있을까? 물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무너질 것이다. 이처럼 강제성과 자유의지가 적절히 조합을 이룬다면 큰 시너지 효과를 이룰 수 있고 제대 후에도 좋은 습관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이 연구원 과정을 통해 얻은 몇가지 습관들이 이제 나의 것으로 체화되어 평생을 같이 갈 친구가 된 것처럼 말이다.


단적인 예로 식습관, 기상시간 등을 들었지만 군대에서 자기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습관들은 이 밖에도 얼마든지 많다. 독서가 될 수도 있고, 인문학적 사고가 될 수도 있다. 대한민국에서 남자라면 군대는 반드시 한번은 거쳐야 하는 의식이다. 이 의식의 가운데 자기 변화를 위한 발판의 기틀을 마련하고, 더 나아가 인생과 함께할 그 무엇을 찾을 수 있다면 그 시간은 결코 헛되이 낭비하는 시간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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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9 12:30:56 *.18.187.152

국가차원의 변화경영연구소로서의 군대, 좋은 관점이어요. 기상씨 책 기대해봅니다. 물론 군대 관련 주제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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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9 14:51:35 *.124.22.184

코끼리와 벼룩의 저자가 이런 말을 하네요.

"나는 2년간의 군복무 과정을 선택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그 생활은 분명 재미있었을 것이고 또 사람 다루는 법, 문제 해결하는 법, 일을 해내는 법 등 다양한 것을 나에게 가르쳐주었을 것이다."

 

기상씨 칼럼 읽으니 딱 맞는 말이다 싶어요~

요즘 군대 칼럼은 우리 아들에게 읽어보게 하고 싶은 글들이에요. 내후년이면 친구와 동반입대한다고 하고 있거든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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