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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14일 22시 50분 등록

나는 학교폭력 가해자의 엄마다(마지막)

11기 정승훈

 

 사건이 있고 해가 바뀌었어요. 아들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근처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했어요. 법원 판결이 나고 입학을 하게 되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중학교 담임선생님께 문자로 결과를 알려드렸더니, 다행이라며 고생하셨다고 앞으로 좋은 일 많을 거라며 위로해주셨어요. 그동안 중간 중간 계속 연락을 드렸었어요. 선생님께서 궁금해 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문제아라는 낙인이 찍힌 채 학교생활을 하는 아들이 되지 않았으면 했어요. 선생님께 공감을 받고 격려를 받으면 아들이 덜 힘들겠다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저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201632일 아들 입학식에 갔어요. 교문을 들어서서 건물입구로 들어가는 데, 아들 사건을 조사했던 형사가 학교 담당 형사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세워져 있었어요. 그 현수막을 보며 이렇게 또 만날 수가 있지. 참 악연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설마 무슨 일 있겠어.’하며 강당으로 들어갔어요. 3개월 후 직접 보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

 

 38일 법원 판결내용을 가지고 보호관찰소를 방문했어요.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면서도 창피한 마음이 들었어요. 가해자 엄마로 온 것이 여전히 불편하고, 담당자가 나를 어떻게 볼까 생각할 필요도 없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작성한 서류를 제출했어요. 담당자는 빨리 받는 게 좋다고 하며 월요일마다 개시 교육이 있고, 사회봉사 전에 개시교육 2시간을 먼저 들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수업시간 중일 테니 학교에 제출할 서류도 작성해준다고 해서 알겠다고 하고 돌아왔어요. 아들에게도 알려주고 담임선생님이 알게 될 텐데 괜찮겠냐고 물어봤어요. 아들은 없는 사실도 아니고 어쩔 수 없지 않냐 면서 괜찮다고 했어요. 학교 담임선생님께 전화를 드려 방문해서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하고 약속을 잡았어요.

 

 그러다 하루는 아들이 집에 왔는데 화가 많이 났더라구요.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학교에서 담당 형사를 만났대요. 그런데 자기가 화장실 갔을 때 다른 학생에게 아들이름을 대면 몇 반이냐고 물어보고 교실로 와서는 아들을 찾았대요. 그러다 화장실에서 나오는 아들을 보곤 잘 하고 있지?” 라는 말을 하곤 갔고 그 모습을 다른 학생들과 상담선생님이 봤다더군요. 같은 반 아이들이 왜 그러냐며 물어보고 상담선생님도 네가 저 형사를 어떻게 아냐고 물었대요. 아들이 대답을 못하자 상담선생님은 알겠다. 대답을 못하는 거 보니 좋은 일은 아니구나하며 갔다더군요. 아들 이야기를 듣는데 나도 화가 났어요. 아들이 잘못한 건 맞지만 이제 입학해서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그것도 직접 찾아다니며 자기가 알고 있다는 걸 밝힌 이유가 무엇인지, 본인이 아는 척해서 아들이 겪을 일은 생각도 안하는 건지. 아들과 같이 화를 내며 엄마가 그 형사에게 전화할까. 이건 충분히 해도 된다고 생각해. 앞으로 다시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할게. 화를 내려고 하는 게 아니라 정중히 부탁할거야.’ 했지만 아들이 그냥 두라고 하더군요. 저녁에 퇴근한 남편에게도 이야기했더니 남편도 너무 화가 난다며 한 번 더 그런 일이 있으면 본인이 가만있지 않겠다고 했어요.

 

 311일 담임선생님을 만나러 갔어요. 사회봉사 40시간을 받으려면 학교수업을 빠져야 하니 미리 말씀드리려고 한 거였어요. 그러려면 그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를 다 해야 했어요. 교사가 된지 이제 채 2년도 안된 선생님이 상담기간도 아닌 입학하자마자 학부모가 찾아뵙고 드릴말씀이 있다고 해니 무슨 일인지 걱정을 많이 했다더군요. 자초지종을 다 말씀드리고 마지막엔 학교담당 형사와 있었던 일도 말씀드렸어요. 이야기를 마치니 선생님이 눈물을 글썽글썽하며 아들이 했을 맘고생을 생각하니 속상하다고 했어요. 저는 이제 담담히 처벌만 받으면 된다 생각하고 있는 시기였는데 제3자가 같이 속상해주니 또 위안이 되더군요.

 내가 담임선생님은 알고 계셔야할 것 같아 말씀드린다고 했더니, 그럼 자기만 알고 있겠다고 했어요. 내가 상담선생님께도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형사와 마주친 상황을 봤으니 선생님이 말씀해주셨으면 한다고요. 담임선생님도 형사와 있었던 일을 듣고는 아들과 제가 화가 났을 만 하다고 했어요. 선생님을 만나고 와서 아들에게 담임선생님과 이야기한 내용을 말했더니, 선생님이 자신의 맘을 알아준 것을 고마워하는 눈치였어요.

 

 그런데 같이 처벌을 받은 아이들도 사회봉사를 당연히 빨리 받을 줄 알았는데, 학교에 알리고 싶지 않다면서 여름방학에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 중 한 엄마가 보호관찰소에 가서 그렇게도 가능하다고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314일 동부관찰소를 재방문해서 여름방학에 받겠다고 했더니, 담당자가 안 된다고 하더군요. 다른 엄마가 전한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없을 때 다른 사람이 처리한 것이라면서 그렇게는 안 된다고 하더군요. 이런 건 미루다보면 안 받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처분이 더 강해진다는 거였어요. 결국 꼭 그 때 받게 하겠다는 부모의 각서를 쓰게 하고서야 여름방학에 받으라고 했어요. 학교 담임선생님께는 여름방학에 받게 되었다고 말씀드렸어요.

 

 711일 동부관찰소에서 연락이 왔는데, 725일 개시교육을 받으라고 하더군요. 방학을 하고 마지막 주인 7252~4시에 아들은 개시교육을 받았어요. 그리고 그 다음 날인 726일부터 81일까지 5일간 8시간씩 사회봉사 40시간을 했어요. 뭘 했냐고 물으니 쇼핑백 접기를 했다고 하더군요. 자기 엄청 잘 한다며, 거기서 만난 사람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어요. 학생과 성인이 같이 사회봉사를 하는 거였어요. 그곳에서 봉사하면 봉사시간으로 인정된다며 학교 봉사도 거기 가서 하면 된다고도 했어요. 워낙 낙천적이고 사람들 사귀는 걸 잘 하는 아들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이 정도라곤 생각을 못했어요.

 

 이로써 사건 발생 12개월이 지나 모든 것이 끝이 났어요. 모든 사고는 일어나지 않은 것이 가장 좋지만, 사고가 일어나면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만 힘든 것이 아니라 가해자와 가해자 가족 모두 힘든 것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다 끝이 난 지금도 가까운 친인척에게는 이것과 관련해서 말하지 못했어요. 아니, 오히려 못하겠더군요. 자식 잘못 키워 그렇다고 생각할 것 같고, 아들에 대해서도 문제아라고 여길 것 같아서 숨기게 되더군요. 아마 성인이 되어 자기 자리를 잡으면 그 땐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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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8 05:25:33 *.106.204.231

아드님과 웨버님 힘든 시간이었고 기억하고 싶진 않겠지만 나름 얻은 것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아드님 앞날에 좋은 밑거름이 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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