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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29일 04시 07분 등록

또 다시 학교폭력위원회

11기 정승훈

 

고등학교 입학하고 별일 없이 지내던 어느 날 학교 학생 생활지도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혹시 무슨 일이 또 생겼나 싶어서 학교에서 연락이 오면 덜컥 겁부터 나더군요. 선생님 말씀은 학교 상담실로 오면 자세히 이야기해주겠다면서 시간과 장소를 알려줬어요. 알았다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어요.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에게 무슨 일인지 물었어요. 아들이 들려준 이야기는 시간이 좀 지난 일이었어요. 학기 초에 체육시간에 탁구를 팀별로 수행평가를 했대요. 다 끝냈는데 시간이 남으니 선생님은 자유 시간을 줬고 몇몇의 아이들이 서로 시합을 했대요. 먼저 시합을 하자고 한 같은 반 아이가 계속 시합에서 지니 돈 내기를 제안했는데 결국 졌다고 해요. 아들은 시합을 하지 않고 옆에서 구경만 했고요. 그 후 돈을 주지 않으니 아이들이 왜 돈을 안주냐고 했나 봐요. 용돈을 아직 못 받아서 그러니 조금 더 시간을 달라고 했고, 아들이 다른 친구들에게 이제 그만 달라고 해라라고 했대요. 이야기를 다 듣고는 좀 이해가 안 갔어요. 시합을 먼저 하자고 하고 내기도 먼저 하자고 했는데 게다가 아들은 시합을 하지도 않았는데 무슨 이유로 아들이 연관이 된 건지 알 수가 없었어요.

 

담임선생님께 전화를 드려 자초지종을 좀 더 들었더니, 선생님께서 반 아이들 전부에게 그 사건에 관련해서 아는 내용을 모두 적게 했대요. 그 내용을 상담선생님께도 전달을 했다고 하더군요.

 

201669830분 고등학교 상담실로 남편과 함께 갔어요. 조금 후에 아버님 한 분이 더 오셨어요. 생활지도선생님께서 아들에게서 들은 내용과 담임선생님께서 확인한 내용까지 말씀했어요. 그런데 결정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그 학생이 노트에 학교에 가기 싫다. 죽고 싶다.’라고 쓴 것을 부모님이 보게 되었고 너무 놀란 부모님이 아이와 함께 학교로 찾아와서 관련 학생들 중 몇 명을 지목해서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했다더군요. 시합을 같이 했던 학생과 우리 아들을 지목했다는 거죠. 선생님께서 찾아온 학부모님께 그 상황에 대해 설명을 다시 하고 좀 더 알아볼테니 돌아가 계시라고 했다더군요.

 

찾아온 학부모님은 너무 놀랐고 혹시 잘못 될까 걱정이 되었던 거죠. 그 학생이 초등학교 때도 왕따를 당해서 힘들어했던 경험이 있는데다 일반적인 아이가 아이었다고 하더군요. 상담선생님도 그 학생과 학부모의 말만 들었을 때는 우리 아들과 시합을 같이 한 아이가 너무도 괘씸했대요. 그런데 반아이들 전체 이야기와 찾아온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아이가 분명 자신이 지갑에서 돈을 꺼내서 줬음에도 다른 아이가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 돈을 가져갔다고 사실관계도 본인만의 생각으로 왜곡해서 기억하고 부모님이나 상담선생님께 말한 거죠. 용돈도 받지 않는 아이라 돈이 없는데 자꾸 돈을 달라고 하니 스트레스가 됐었나 봐요. 보통의 아이였다면 그런 이야기를 했을 텐데, 아들도 전혀 그런 사실을 몰랐고 오히려 언제까지 주겠다 그렇게만 하니 답답했다고 하더군요. 돈을 받기로 한 아이도 안 받아도 된다고 받지 않겠다고 했다나 봐요.

 

생활지도선생님도 상황을 전부 알게 되었으니 찾아온 학생과 부모님께 잘 말씀드리겠다고 했어요. 그 학생은 학교도 나오지 않고 집에 있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아들의 중학교 때에 있었던 일이, 왜 그랬는지 이번의 일이 있고 보니 아들의 성향을 알겠다고 했어요. 자신의 일이 아니어도 내 일처럼 나섰던 거죠.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한 아이에게 고통이었고 죽고 싶다고 느낄 정도였다고 하니 미안하고 그 부모의 심정이 어떨지 짐작이 갔어요. 내기에서 이긴 아이의 아버님은 아들이 고등학교 올라와서 맘 잡고 공부해서 성적도 많이 올랐는데 혹시라도 대학 진학에 문제가 생길까 걱정을 하더군요. 그 마음도 이해가 됐어요.

생활지도선생님께서 다시 연락주겠다며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믿고 돌아왔어요. 이번 일은 가해자, 피해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관계자일 뿐이라면서요.

 

 

그런데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다시 생활지도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학교로 다시 와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어요. 6141030분 고등학교 상담실로 남편과 같이 다시 갔어요. 남편이 항상 같이 가줘서 든든했어요.

생활지도선생님께서 찾아오신 부모님께 사실에 대해 알려드렸더니 다행히 부모님께서 이해하셨고 그냥 없었던 일로 하겠다고 하셨대요. 그런데 내기를 했던 학생의 아버님이 답답한 마음에 교육부 신문고에 사연을 투고하고 그 내용이 해당 교육청을 통해 학교로 연락이 왔대요. 예전에 이번 사건처럼 자살하고 싶다는 아이와 부모들끼리 잘 해결되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데 결국 그 아이가 자살을 했대요. 그래서 교육청에선 그냥 넘기지 말고 정식으로 학교폭력위원회를 열어서 학교가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노력했음을 남겨두어야 한다고 지침이 내려왔으니 학교폭력위원회를 열 수밖에 없다고 했어요.

 

상담실을 나서는데 신문고에 글을 올린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너무 미안해하셨어요. 본인이 일을 더 크게 만들었다며 열리지 않을 수 있었던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리게 됐다면서요. 짧은 순간이었지만 속으로 그런 마음이 없진 않았어요. 특히 아들은 그 당시 유예기간이라고 할 수 있는 1호 처분인 부모의 관리 하에 지도 중인 상태였으니까요. 일이 커지면 가중처벌을 받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하지만 처음 우리가 겪었을 때의 당황스러움과 걱정을 알기에, 우리 부부는 이렇게 될 줄 모르고 하신 일이고 잘해보려고 하신 일이니 미안해하시지 마시라고 했어요. 생활지도선생님도 상대 부모님도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하셨으니 크게 문제가 되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어요.

 

6204시 고등학교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렸고 3명의 학생과 부모들이 대기했어요. 그곳에 신고한 부모님이 오셔서 본인들의 심정을 이야기하고 아이들에게도 누가 누군지 물어보고 인사하며 아들이름을 말하며 누군지 물어보던 군요. 아들이 나서서 본인이라고 하자 자기 아들이 우리아들을 개인적으로 평소에 맘에 드는 친구라고 했대요. 그 얘기를 들으니 아마 그 아이가 우리아들이 맘에 드는 친구라 아들의 행동이 더 섭섭했나보다 싶기도 했어요. 그 부모님이 다시 한 번 본인은 처벌을 원치 않으며 자신의 아들이 다시 학교로 나오고 반아이들과 학교생활을 잘 했으면 한다고 말했어요. 우리 역시 바라는 바라고 이야기하며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우선 신고한 부모님이 먼저 들어갔다 나왔어요. 그리곤 각각의 학생과 부모가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린 곳으로 들어갔어요.

 

우리 차례가 되어 들어가니 학교 관계자와 지난 중학교 때 아들 사건 조사를 했던 학교담당 형사가 있었어요. 그 형사가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데 아들에게 협박했냐고 물어보더군요. 아들은 돈 언제 줄거냐 물어봤다고 대답했어요. 그랬더니 대뜸 말로 위협하는 것도 협박이다, 상대가 그렇게 느끼면 협박이다 라며 다시 확인을 했어요. 아들은 또박또박 위협하지 않았고 그냥 물어보기만 했다 라고 대답했어요. 아들은 나중에 집에 와서 너무 화가 나서 더 또박또박 이야기 했다고 하더군요. 그 형사의 태도와 질문을 들으며 다시 한 번 화가 났지만 그 자리에서 내가 화를 내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을 알기에 참고, 그저 선처를 부탁드린다는 말과 함께 아이들이 잘 지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고 나왔어요.

 

그날 학교폭력위원회 결과가 바로 나오지는 않는다고 하더군요. 시일이 지나고 결국 아무 문제없음으로 처리되었고 그에 따른 어떤 처벌도 없고 사건과 관련한 기록도 남지 않는다고 학교에서 연락이 왔어요. 담임선생님께서 그날 형사의 질문에 자기도 화가 났다고 하며 저에게 맘고생 했다며 위로를 했어요. 저 역시 선생님도 힘드셨을 텐데 잘 해결돼서 다행이라고 했어요.

 

그 학생은 다시 학교를 나왔고 아이들과 다시 생활을 했다고 해요. 반 아이들도 그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알게 되었으니 좀 더 신경 쓴다고 하더군요. 학교 선생님의 대처나 처리를 잘 해서 무엇보다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게 되어 너무도 다행스러웠어요. 나 역시 아들이 가해자가 되지 않아 너무 감사했어요. 처음부터 학교 생활지도선생님이 이야기했던 가해자 피해자가 아닌 관계자란 말에 얼마나 마음이 놓였는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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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30 18:02:11 *.75.253.245

칼럼 잘 봤습니다..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겪었을 어려움과 혼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어요.. 반성합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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