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윤정욱
  • 조회 수 922
  • 댓글 수 1
  • 추천 수 0
2017년 10월 29일 23시 55분 등록

<7년 차 직장인, 나는 아직도 월요일이 설렌다>

 

나는 7년 차 직장인이다. 까마득한 선배님들이 보기엔 아직 고만고만한 병아리로 보일 수도 있고, 갓 입사한 신입사원에게는 그저 부러운 선배로 보일 수도 있다. 대리로 진급 한지도 이제 4년이 되었다. 그리고 직장인이라면 누구에게나 3년에 한 번씩 찾아 온다는 퇴사나 이직의 유혹도 두 번이나 넘겼다. 그런데 나는 아직 우리 팀의 막내다. 문제는 당분간 신입사원이 새로 들어온 것 같지도 않다는 사실이다. 군대로 치면 제대로 꼬인 군번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어엿한 사회인으로서 개개인의 역량과 조직의 화합을 중시하는 회사라는 곳과 상명하복을 기본 원칙으로 하는 군대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어느 조직에서나 막내 생활은 여전히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7년 차 직장인인 나는 아직도 월요일 출근이 설렌다는 사실이다. 설레는 이유도 101가지나 된다. 누군가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 오히려 미친 것 아니냐고 오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해한다. 하지만 나의 말은 사실이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힘든 때도 분명 있었고, 나의 적성과 맞지 않는 것 같아서 그만두고 싶었던 때도 있었다. 특히 운전 면허만 취득하고 실제 운전 경험이 없었던 속칭 장롱 면허 소지자였던 나는 처음 해외영업팀으로 발령을 받고 나서, 해외 바이어들을 픽업해야 한다는 사실이 끔직하게도 싫었다. 아니 너무 두려웠다. 담당 부서를 배정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일이었다. 일본 바이어로부터 회사를 방문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오전 8시에 공항에 도착하는 그들을 픽업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었다. 한 시간이면 충분히 도착할 거리였지만, 운전이 서툴렀던 나는 새벽 4시에 길을 나섰다. 공항 가는 길은 너무 멀었고 주변의 차들은 무서웠다. 차 안에서 나는 속으로 몇 번이나 다짐했다. 이번 픽업만 마치고 회사를 그만두자고. 그만두고 앞으로는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되는 회사로 옮기겠다고. 당시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 이후 7년이라는 시간 동안 내가 회사 생활을 즐기고 있을 줄은.

 

직장인들이 고질병처럼 달고 사는 것이 있다. 바로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를 떨치기 위해 노력하다 더 스트레스를 받아 이제는 친구처럼 지낸다는 자조 섞인 말도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직장인들의 스트레스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과도한 업무, 열악한 복지, 실적에 대한 압박, 그 원인도 다양하다. 그 뿐만 아니라 직장 내의관계에서 오는 피로도 직장인들이 받는 스트레스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상사와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직을 결심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아무리 재주 많고 유능한 직장인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스트레스와 피로가 묵은 때처럼 조금씩 쌓이다 보면, 어느 샌가 녹이 슨 엔진처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과부하가 걸리기 쉽다. 거기서 멈추지 못하고 더 시동을 걸다가는 겉보기에는 멀쩡하다가 어느 한 순간 퍼져버린다. 바로 번아웃(Burn Out) 현상이다.

 

자동차의 녹슨 엔진처럼 누군가 직장인들의 가슴 속에 켜켜이 쌓인 녹을 알아보고 늦지 않게 제거해 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면 고성능 엔진 오일이나 연료 첨가제처럼 한 알 먹기만 하면 마음 속의 스트레스가 눈 녹듯 사라지는 그런 만병통치약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아쉽게도 그런 방법은 이 세상에 없다. 스트레스는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예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역시 사후 수리보다는 자가 진단을 통한 예방 정비가 훨씬 효과적이다. 직장인들이 받는 스트레스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직장인들의 스트레스는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스트레스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그 좋은 습관은 바로 직장생활을 즐기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3개월만 미친하고 즐겨보자. 직장 안에서 내가 관계하는 모든 것들을 사랑하기로 마음먹어보자.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만 하던 나의 행동과 태도가 직장 안에서 내가 관계하는 그것들을진심으로좋아하게 되는 단계까지 다다를 수 있다면, 우리가 가진 고민의 8할은 해결이 된다. 그렇다면 남은 2할은 어떡하냐고? 물론 제 아무리 좋아하려 애를 써도 정이 안가는 대상이 있을 수 있다. 어느 직장 상사의 얼굴이 떠오르는가? 도저히 마치지 못할 것 같은 업무가 떠오르는가? 그 때는 요령으로 버티고 즐기는만 하자. 그 이상 무리할 필요는 없다. 직장 생활의 금언으로 삼아도 좋을 말이 있다.

 

화내면 삼류다. 참으면 이류다. 그 와중에 즐기면 일류다

 

이제 갓 7년 차 직장인의 시선이 누군 가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한 개인의 경험이 성급하게 일반화 되는 것을 경계하는 마음일 것이다. 나의 경험이 무조건 정답이라고 억지를 부리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매주 월요일을 설레는 마음으로 7년 동안 같은 회사를 출근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이제 평생 직장의 개념은 사라진 지 오래다. 젊은 직장인들이여. 제발 좀 쫄지 말자. 직장에서 하고 싶은 말, 행동이 있으면 제발 좀 하면서 살자. 그런데 하나 명심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일과 동료, 그리고 상사를 대하는 나의 마음가짐과 태도는 평생 간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우리가 아무리 직장을 옮겨도 변하지 않는다. 진정 무서워해야 할 것은 바로 그 것이다. 이 점 하나는 쫄아도 좋다.

 

오늘도 확 그냥 다 엎고 때려치우고 싶은 당신, 삼류로 남고 싶은가? 아니면 어디 한번 즐기면서 일류로 거듭나고 싶은가? 나는 이제 당신에게 지난 7년 간 내가 직장에서 있으면서 겪었던 101가지 설레였던 경험을 들려주고자 한다. 당신의 현명한 선택과 건강한 직장 생활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IP *.39.131.142

프로필 이미지
2017.10.30 16:14:23 *.18.187.152

오~~  글에 살짝 유머감각이 ㅎㅎ '꼬인 군번' 

그러고 보니 변경연에서도 막내네.

이번 픽업만 마치고 회사를 그만두자고. 그만두고 앞으로는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되는 회사로 옮기겠다고. --> 여기서 웃었음. ㅎㅎ 소풍 때는 운전 공헌도 하시고.

월요일, 나는 오늘도 설렘. 뭐 그런 소제목도 좋을 듯.


101가지 에피소드 쓸라고요?

직장인들의 108 번뇌가 정욱씨 책 읽고 101 설렘으로 가는 건가요? *^^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812 칼럼 #24) 직장 생활에서 지치지 않는 TIP – 직장 상사 편 (윤정욱) [1] 윤정욱 2017.11.06 929
4811 <뚱냥이칼럼 #23> 그 모습 그대로에 행복했습니다 [2] 뚱냥이 2017.11.06 928
4810 (보따리아 열전/전성수) 나는 상속녀 file [4] 보따리아 2017.11.05 2591
4809 칼럼#24 학교폭력 사주? (정승훈) [2] 정승훈 2017.11.05 950
4808 # 24 -대동강 맥주보다 한국 맥주가 맛이 없다?(이정학) file [2] 모닝 2017.11.04 913
4807 #23. 군대에서 책 읽기는 가능할까? [2] ggumdream 2017.10.30 1601
4806 #23 정해진 미래, 그리고 그 미래를 살아갈 우리들_이수정 [2] 알로하 2017.10.30 967
4805 #23 - 모르고 지나가는 선택의 기회(이정학) [2] 모닝 2017.10.30 920
4804 여행과 책을 지나오면서 전문가에 관한 생각정리 file [1] 송의섭 2017.10.30 953
» 칼럼 #23) 7년 차 직장인, 나는 아직도 월요일이 설렌다_윤정욱 [1] 윤정욱 2017.10.29 922
4802 칼럼 #23 또다시 학교폭력위원회 [1] 정승훈 2017.10.29 906
4801 (보따리아 열전/안영학) 조선적(朝鮮籍) 안영학, 그의 경계를 넘는 소망을 응원하며 file [2] 보따리아 2017.10.28 941
4800 #22. 군대에서 건강하게 제대하기 [2] ggumdream 2017.10.16 950
4799 #22 다시 홍콩에서…_이수정 [2] 알로하 2017.10.16 944
4798 벼룩으로 가는 3가지 방향에 관하여 [1] 송의섭 2017.10.16 906
4797 #22 - 치료약이 없는 바이러스 file [2] 모닝 2017.10.16 914
4796 <뚱냥이칼럼 #22> 뚱냥이 에세이_가을하늘을 바라보며 외 1편 [3] 뚱냥이 2017.10.16 909
4795 칼럼 #22 레이스 달린 덧신_윤정욱 [3] 윤정욱 2017.10.16 907
4794 (보따리아 칼럼) 자다가도 떡이 생기는 마눌님 말씀의 비밀 [6] 보따리아 2017.10.15 1515
4793 칼럼 #22 나는 학교폭력 가해자의 엄마다 마지막편 (정승훈) [1] 정승훈 2017.10.14 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