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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30일 10시 14분 등록

1999년에 졸업하고 사회에 처음 발을 내 딛으면서 들어가게 된 회사는 당시 한창 절정기에 있었던 PC통신 회사였다. 기자 시험을 준비하면서 만일 소위 언론고시에 안되면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당시 막 신 사업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인터넷을 하면 향후에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을까?란 막연한 생각을 했다. 그래서 언론사와 함께 인터넷 관련 회사에도 지원을 하게 되었는데 우연치 않게 털컥 합격이 된 것이다. 당시 나는 인터넷 회사는 컴퓨터를 그래도 아주 잘 다루고 사람들을 위주로 뽑지 않을까란 추측을 했었다. 그래서 내가 합격한 것이 아주 신기했었다.


당시 1997접속이란 영화가 나오면서 불기 시작한 PC통신 붐은 당시 시대적인 하나의 현상으로 까지 주목 받았다. 누군가를 직접 대면하고 만나는 것이 아니라 통신망을 통해서 만날 수도 있다는 것은 지금은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시절엔 하나의 센세이션한 새로운 현상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우연치 않게 나는 시대적인 변화의 큰 흐름 이었던 인터넷 산업에 말을 들여 놓게 되었고 하루 하루 숨가쁘게 바뀌고 있었던 현장에 있게 되었다. 입사 후 얼마 지나지 않으면서부터 ADSL이라는 서비스가 나오면서 새로운 문화적 트렌드였던 PC통신은 서서히 또 다른 새로운 서비스에 위협을 받기 시작하는 기존의 서비스가 되어 있었다. 당시 PC통신은 그 자체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었지만 막 시작된 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한 망을 제공하는 역할도 하고 있었다. 실제로 많은 이용자들은 전화선을 이용하여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해 PC통신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 그러나 ADSL은 전화선을 이용하지 않으면서도 빠른 인터넷 접속을 제공하는 서비스였다. 전화요금 폭탄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이용자들에겐 꿈과 같은 이야기였다. 거기에 한메일이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인터넷 산업은 급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하였다. ADSL서비스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회사의 매출은 눈에 뜨게 줄기 시작하였다. 이로 인해 신입사원들을 중심으로 한 젊은 직원들은 PC통신도 인터넷을 위주로 한 서비스로 재편해야 한다고 조금씩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회사의 임원들은 그래도 아직까지 매달 고정적인 수익이 꼬박꼬박 나고 있는 PC통신을 쉽게 버릴 수 없었다. 그쯤 동기 중에 한 명이 생겨 난 지 얼마 되지 않은 한** 이란 게임회사로 옮기기 위해 사표를 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회사 선후배들은 한 목소리로 그 동기에게 "화투나 치면서 평생 코 묻은 돈 받으면서 살거냐?"면서 뜯어 말리고 설득을 하였다. 아직 어리지만 무모하게 회사를 그렇게 옮겨 다니면 안 된다는 것이 설득의 중심이었다. 결국 그 동기는 사표의사를 철회하고 회사에 남기로 결정을 하였다.


그러나 불과 3년 후 그 회사는 인수합병을 통해서 국내 인터넷 산업을 대표하는 한 회사가 되었고 우리 모두는 그를 보내주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되었다. 그 친구에게 원망 아닌 원망을 들은 것은 당연하였다.


그렇게 다시 한 9년여가 흘렀을 쯤 여기저기에서 모바일 시대란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애플사가 내놓은 아이폰이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는 기사가 간간히 올라오더니 어느 순간 매일매일 관련 소식이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당시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제공하는 한정된 서비스만을 이용하던 나로서는 도무지 그 개념이 잘 잡히지가 않았다. 도대체 이 조그만 화면으로 뭘 할 수 있단 말인지? 계속 관련 기사를 보다가 우리나라에도 아이폰이 개통한다는 소식에 제일 먼저 신청을 해서 써 보았다. 스마트폰이란 것을 처음 써 보면서 ~~! 이래서 다들 모바일 모바일 하는구나!”란 감탄을 했다. 회사도 빠르게 대응하자고 연일 대책 회의를 하고 아이디어를 쏟아 내기 시작하였다. 그러고 있을 즘에 카**이란 서비스가 나왔다면서 여기저기서 초대장 문자를 보내 댔고 우리는 너도나도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서비스를 사용하기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기를 다시 10여년이 지난 오늘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모바일 시대가 되었고 그 사이 나온 몇몇의 서비스들은 이제 우리 삶 속에 없어서는 안될 하나의 공공재가 되어 버렸다.


그 당시 어떤 분석 글에서 우리나라 경제 규모에서 10만명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하나의 현상이 되어서 주목받기 시작하고 기사가 나오게 되고 100만명이 이용하면 하나의 사회적 트렌드가 된다고 했다. 그리고 1천만명이 이용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그냥 사회적 문화, 즉 우리 생활 속에 자리잡고 뿌리 내리게 된다는 것이었다.


돌이켜보면 근 20여년간 그렇게 우리 생활에 뿌리 내린 몇몇의 사회적인 큰 변화들이 있었다. 그런데 나는 2000년 무렵 인터넷 혁명(?)때는 나이가 어려서 아직은 뭘 몰랐다고 하고 2010년 무렵 모바일 혁명(?)때는 아직 준비가 안 되어서 그냥 보냈던 것 같다고 변명하고 싶다. 근데 향후 10년 내 또 올 큰 변화에는 나중에 뭐라고 또 변명을 해야 하나?


그래도 인생에 3번은 기회가 온다는데 2번은 이리저리 그냥 날라 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도 나름대로 그 변화의 중심에 있었는데 말이다. 남자 인생의 전성기라는 40대도 벌써 중반에 들어섰는데, 이제 3번째 큰 변화는 내 인생 전성기에 맞이 하여 온 몸으로 그 큰 변화의 기쁨과 혜택을 누려야 할텐데 말이다. 아직 준비가 덜 된 느낌과 마음 자세, 어떤 변화가 올 지 모르는 멍한 머리 속. 괜시리 안달만 내는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이를 어쩌나만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본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그것이 큰 변화였고 어떻게 우리를 바꿔 놓을지를 아는 것은 조금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뒤 돌아 보았을 때이다. 그 당시엔 뭔가 큰 파도가 오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우왕좌왕하다가 시간만 보냈던 것 같다. 파도가 휩쓸고 난 후 그 파도가 무엇이었는지를 알게 된 것 같다. 변화는 나를 휘감고 가지만 그 흐름을 잡으려면 나를 지나치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인지 알려면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그럼 뭘 준비하고 있어야 하는가? 그것은 자신의 인생 철학, 가치관의 문제일 것이다.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 인생을 살 것인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으며 어떤 삶을 살 것인가?가 먼저 스스로 정의되어야 할 것이다. 사람은 나무와 같다는 말이 있다. 세상에서 같은 나무는 없다. 모두 제 각각 고유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각자 타고난 나무는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나무를 어떻게 가꾸느냐는 개인 스스로의 몫이다. 그 나무가 자라나서 풍성한 숲을 이룰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겐 그늘이 될 수 있는 나무가 될 수도 있다. 반면 열매 하나 자라나지 않는 앙상한 가지만 유지할 정도로 빈약한 나무가 될 수도 있다. 모두 타고난 바를 어떤 식으로 키워나가느냐에 달린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 어떤 방향으로 그리고 어떻게 키워나갈 것인가를 정의 내렸다면 본인이 결정 내린 방향으로 가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면서 정진해야 한다. 순간 순간 선택의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때 어느 쪽으로 갈 것인가 역시 어느 방향이 자신이 정의 내린 나의 방향과 일치하느냐가 최고의 우선 순위가 될 것이다. 그렇게 선택 선택하면서 갈래 길을 따라 가다 보면 어느 순간 기회의 순간이 또 올 것이다. 스쳐 지나가는 것은 아주 순간이다. 그 순간에 팔을 쭈욱 뻗어 잡아야 한다. 평소 길러놓은 팔 힘이 없다면 아마도 빠른 흐름에 뒤로 내 동댕이 쳐질지 모른다. 그러니 이 악물고 잡아 채서 나가 떨어지지 않을 힘을 이제부터라도 길러 놔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그때가 선택의 기회였음을 깨닫고 후회하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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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30 14:47:13 *.18.187.152

ADSL 을 지금 들으니 추억처럼 소환된다는 게 신기하네요. 그 땐 최신이었는데.

"화투나 치면서 평생 코 묻은 돈 받으면서 살거냐"에서 빵 터졌습니다. ㅋ

최근 20여년의 변화상이 필름처럼 촤르륵 펼쳐지는 글이네요. 재미있게 읽었어요~

과거를 회상하며 '그 때의 미래였던 현재'를 바라보면 미래에 대한 통찰이 좀 생길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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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30 18:12:31 *.75.253.245

마지막 세 번째 대세가 될 '그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 (감이 오게 된다면 공유 좀 부탁 드립니다 ㅎ)


파도에 파묻혀 사는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네요. 아무래도 하늘 높이 날아 올라야 이리 저리 치는 파도가 눈에 들어오려나 봅니다 ㅠ


칼럼 잘 봤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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