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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30일 11시 50분 등록

#23. 군대에서 책 읽기는 가능할까?

 

군대를 다녀왔던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하나같이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이라고 얘기한다.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물어봐도 똑같은 대답일 것이다. 그러나 그 힘듦에는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사관학교 선배들을 만나면 대부분 이렇게 얘기한다. “너희들은 참 좋은 시설에 생도생활을 했네. 그때는 구타도 없었고 공부만 했던거 아니냐는 식으로 말이다. 돌이켜보면 내 사관학교 시절이 쉬웠던가? 결코 그렇지 않았다. 그 선배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겠지만 그 시절 나는 순간순간 너무 힘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졸업 후 어느 순간 나도 그 선배들과 똑같이 되어 가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사관학교 후배들을 만나 생도시절 얘기를 들으면 저게 사관학교야 캠퍼스야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렇다. 어차피 사람들은 자기가 겪은 시선으로 자기의 경험을 기준으로 평가하고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 군 생활을 하는 젊은이에게 분명 군대는 힘들게 다가온다. 그러나 분명 예전의 군대처럼 억압받고 모든 것을 구속하는 그런 곳은 아니다.

예전 군대에서 과연 책을 읽는다는 것이 가능했을까? 더군다나 이병과 일병이 손에 책을 잡는 것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상병 고참정도가 되어야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그렇지 않다. 20년의 군생활동안 많은 병사들을 옆에서 지켜봐왔다. 직접적인 지휘를 하지 않았을 때는 주로 행정병들과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를 했다. 아침에 사무실로 출근할 때 대부분의 병사들의 손에는 책 한권이나 영어책이 들려져 있었다. 그러나 책은 안타깝게도 대부분 무협지였다. 그러면 난 꼭 한마디를 한다. “그런거 읽어봐야 도움도 되지 않을거 왜 읽어? 차라리 고전을 읽는게 어때

해야 될 행정업무를 제외하고는 병사들은 근무시간이 곧 자유시간이었다. 그래서 병사들은 주로 책을 읽거나 영어공부를 하거나 개인적인 일들을 하곤 한다. 그렇다고 해서 간부들이 뭐라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부대를 지휘할 때 제대하는 병사들에게 꼭 해주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책 선물이었다. 그 당시 베스트셀러를 한 권씩 사서 선물하는 것이었다. 그 책 한권으로 사람이 바뀔 수는 없겠지만 책을 통해서 그동안 군 생활을 돌이켜보고 의미있는 대학생활을, 인생을 살았으면 하는 취지에서 였다. 책을 받아든 그들의 속내는 내가 알 수 없지만 그냥 그렇게 하는 것이 기분이 좋았다.

나는 부대별로 출장도 많이 다녔었고 해군이었지만 육군, 공군부대도 방문하는 기회가 많았다. 놀라운 것은 부대마다 도서관이 있는 것이다. 비록 수많은 장서를 보유한 건 아니였지만 웬만한 유명한 책들은 대부분 보유하고 있어 병사들이 읽기에는 부족하지 않았다. 그리고 군에서는 진중문고라고 해서 장병들의 정서 함양과 고양 증진 및 건전한 국가관 확립을 위해 매년 10~20여종의 양질의 우량 도서를 선장하여 각 군의 중대급에 배부하고, 내무반, 휴게실에서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우리 사무실에 책이 배부되었을 때 그 목록은 시중의 베스트셀러를 포함해 좋은 책들이 많았다. 그래서 병사들보다 오히려 내가 그 책을 잘 활용한 기억이 난다.

또한 1250운동이라 해서 1년에 책을 50권을 읽으면 휴가를 보내주는 프로그램.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면 휴가를 보내주는 프로그램 등 장병들에게 책을 읽히기 위한 많은 운동들이 행해지고 있다. 또한 독서동아리 활동은 아마 가장 군대에서 추전하는 활동일 것이다. 요즘 내가 변경연 활동을 제외하고 하는 대표적인 일이 독서모임이다. 그런데 이 모임이 상당히 재미있다. 내가 책을 원래부터 좋아했지만 잘 읽지는 못했다. 그리고 조금만 어려운 책을 읽어도 이 책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부터 해석자체가 안되는 것은 물론이고 과연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뭘까 하고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독서모임과 변경연 활동을 통해서 진정한 책 읽기가 어떤 것임을 깨달아 가고 있다. 그래서 책 읽기가 더욱 재미있다. 그런 재미를 우리 병사들에게 하나라도 알려주고 싶고 가능하면 동아리 활동을 외부에서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지역사회의 독서모임과 군대 독서모임과의 연계활동은 각자에게 책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것은 물론이고, 봉사라는 이름으로, 젊은이들에게 책읽기의 소중함과 재미를 일깨워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거라 생각을 해본다.

군대와 도서관, 책은 어찌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군은 생각하는 집단이 아니기 때문일까. 그런데도 불구하고 군대에서 왜 이렇게 독서활동을 장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와 똑같을 것이다. 책은 좋은 것이고 책을 통해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책을 읽음으로써 병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많은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병사들에게 많은 시간은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군대는 결코 책 읽기와 거리가 동떨어진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기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책을 접할 수 있고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은 충분히 조성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자기자신이 준비가 안되어 있을 뿐이다. 그들에게 나는 내가 쓴 책을 통해 조그마한 힘이 되고 싶고 계기를 심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가져본다.

IP *.106.20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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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30 14:31:36 *.75.253.245

축하드려요! ^^


이제 형님이 잡은 주제로 칼럼이 나오네요.. 부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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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30 14:32:46 *.18.187.152

담백하니 좋은 글이네요. 책 집필동기로 어울리는 내용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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