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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1일 11시 35분 등록

 

어느덧 또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다. 물리적으로는 어제와 다를 것 없는 하루지만, 그래도 11일이 되면 지난 해를 반성하고, 앞으로의 1년 동안 해야 할 일 등을 생각하고 다짐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아마도 다이어트, 금연과 더불어 전 국민의 새해 결심 탑 3 안에 드는 것이 영어공부가 아닐까 싶다. 영어 시험을 보는 학생이나 취업 준비생은 그렇다쳐도, 일적으로나 사적으로나 영어를 쓸 일이 거의 없는 성인들까지도, 왜 연초마다 영어공부를 다짐하며 돈과 시간, 에너지를 쓰고 얼마 안 가서 실망하고 포기하는 일을 반복하는 걸까?

영어는 항상 해야만 하는 저의 목표이자 로망이어서, 오랜만에 뭔가 빠져서 열심히 할 것이 있다는 게 참 좋았었는데…...”

학생 때 못 했던 사람은 영어가 콤플렉스로 남고, 반면에 열심히 했던 사람은 열심히 했으나 제대로는 못하는, 그만큼 이루고 싶은 로망, 또는 평생의 숙제로 남아 구천을 떠도는 원귀처럼 우리를 따라다닌다.

원귀를 그대로 두면 평생 괴로울 뿐이다. 이제 원귀를 떠나 보낼 씻김굿을 준비해보자. 하루에 10분씩 너도 나도 한다는 동영상 교제를 따라해도 되고, 영어책 한권을 통째로 외워서 회화에 써먹어도 괜찮다. 기초가 부족한 성인이나 여행이나 외국인과의 기본적인 대화를 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이런 방법이 효율적일 수 있다.

 

그런데 학교 다닐 때 문법을 열심히 공부했었고, 어느 정도 기본이 갖춰진 성인에게는 좀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쓰기를 권하고 싶다. 너무 오래 돼서 문법이고, 단어이고 다 잊은 것 같겠지만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좋은 부싯돌로 불을 붙이고 기능을 잘 하는 부지깽이를 갖추면 곧 활활 타오를 가능성을 갖춘 사람들이다. 말하기도 있고 독해도 있는데, 왜 하필 우리말로도 하고 싶지 않은 쓰기일까?

기존의 문법을 강조하는 영어교육에 대한 반대급부로 한동안 영어 교육의 중심은 회화, 즉 말하기였다. 문법적으로 맞든 틀리든, 정확한 표현이든 아니든지 간에 외국인이 알아듣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교육이 성행해 왔다. 하지만 문법적 기반을 갖추었고, 인문적 교양이 있는 성인에게 의사 소통만하면 된다는 식의 영어 교육은 매우 비효율적이다. 이런 교육이 지속될 경우 오히려 나중에는 자존감을 떨어트릴 수도 있다. 반면에 쓰기는 한 사람의 언어 능력을 발휘하는 최종 단계이자 지적 능력을 집약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다. 또한 컨텐츠를 소비하는 것만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 중요한 시대에 아주 잘 맞는 능력이라고 하겠다.

글을 쓰기위해서는 먼저 적절한 표현, 생각들을 찾으려고 읽기, 듣기 등 보다 철저하게 본인과 주변을 탐구하게 된다. 즉 영어로 글을 쓰려면 이미 알고 있는 문법을 활용하는 것은 물론, 읽기, 듣기, 말하기 등 다른 영어 학습방법도 더 강화하게 된다. 그리고 글을 쓰는 동안 자기 생각을 담은 적절한 영어 표현을 고심하면서 머릿속에는 이미 학습의 내용이 체계적으로 정리되는 과정이 이루어지다보니, 이보다 더 완성된 영어 학습법은 없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해도 어떻게 우리말보다 영어로 쉽게 글을 쓸 수 있을까?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영어로 글을 쓸 때 좀 더 솔직해졌다. 우리말로 글을 쓸 때는 우선 자기 검열의 과정을 거쳐서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연히 글이 겉돌거나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영어로 쓸 때는 이 과정이 생략됐다. 내 생각과 느낌을 좀 더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단어와 표현을 찾게 되고, 그러다 보니 하고싶은 말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글을 쓸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우리 말이 아니기에 좀 틀려도, 실수해도 괜찮다는 뻔뻔함이 필요하다. 좋은 글을 쓰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영어 학습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 연습을 하다보면 어느새 영어로 나의 이야기(MeStory)를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IP *.222.25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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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1 22:43:00 *.18.222.45

오~~ '씻김굿'과 '뻔뻔함'이 마음 속에 새겨지는 글이네요. 영작문에 필요한 태도로 자신감이 아닌 '뻔뻔함'이라! 저도 외국인을 상대로 메일 쓸 때엔 죽이 되건 밥이 되건 어케든 써나갔는데,  메일에 한국인을 cc로 넣는 순간 경직되고 문법 검열을 했던 경험이 있어요. 뻔뻔함에서 오는 검열무시, 쉬운 글쓰기. 이거 좋네요. <뻔뻔한 당신, 영작문에 소질있다>, <뻔뻔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영어 글쓰기>. 


창선배의 '알로하는 뻔뻔해서 잘할거야'에서 감 잡은 겁니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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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3 07:06:36 *.106.204.231

저 역시 영어에 대한 로망은 어떤 주제든 프리토킹이 가능한 그 날이 와야 없어질듯 합니다. 영어를 못하는 이유가 여럿 있겠지만 뻔뻔함은 중요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이 뻔뻔함은 영어뿐만 아니라 글쓰기 등 다른 모든 분야로의 확장이 가능할 듯합니다. 누나를 보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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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4 18:33:18 *.129.240.30

<뻔뻔한 시리즈~~~!!!> 괜찮은데요. 내 책 제목도 좀 추천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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