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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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차 오프 모임 후기]
2018-01-13
티올(윤정욱)
생각하지 못한 이별은 늘 아쉽다. 이번 오프수업도 그렇다. 오늘이 지나면 내일이 오는 것처럼 이번 오프수업을 시작하면서도 막연히 다음을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이었다. 마지막 수업은 치열했다. 모두가 혼신의 힘을 다해 서로에게 피드백을 주었다. 지난 일 년 동안 연구원 과정을 갈무리하고 조언을 구하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서인지 발표자도 부담감이 컸다. 나 역시 다른 사람의 평가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성격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나는 아직 서툴렀고,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듣고 싶어했다. 남은 일년의 과정은 혼자 보내야 했기 때문에 더 간절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우리들의 마지막 수업은 시작 되었다.
마지막 수업하면 생각나는 문학 작품이 있다. 바로 알퐁소 도데의 단편소설 『마지막 수업』이다. 프랑스의 한 작은 마을에 사는 소년 프란츠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수업에 참석했다. 하지만 프란츠는 교실 분위기가 전과 같지 않음을 직감한다. 독일과 프랑스 사이의 전쟁으로 인해 더 이상 자신이 좋아하는 프랑스어 수업을 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어리둥절해 하는 아이들을 두고 독일군의 나팔소리는 보란듯이 울리고 만다. 울먹이는 선생님은 칠판에 ‘프랑스 만세’라는 글을 쓰고는 수업 종료를 알린다.
유럽에 알퐁소 도데의 『마지막 수업』이 있다면 유사한 작품으로 한국에는 심훈의 장편소설 『상록수』가 있다. 나라를 잃은 슬픔과 이를 지켜내기 위한 수단으로 민중의 계몽운동에 필사적이었던 주인공 채영신의 노력이 눈물겹다.
이 두 작품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감정을 꼽자면 단연 ‘슬픔’이다. 그것은 나라를 잃은 비극 상황 속에서 그 나라의 말까지 자유롭게 쓸 수 없는 비극적 고통이기도 하다. 또한 지키고 싶었던 것을 지키지 못한 상실의 아픔이다. 프랑스 사람들이 조국을 지키고자 했던 마음은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마음과 같다. 그렇다면 한 나라의 정체성은 무엇으로 지킬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그 나라의 언어를 지키는 일이다. 독일이 프랑스를 침공하자 마자 프랑스어 교육을 금지시킨 것도, 일본이 그 옛날 우리에게 강제로 일본어 교육을 실시한 것도 모두 사람들의 정체성을 빼앗고자 한 일이었다. 국민들의 정체성을 잃는 것은 나라 전체를 잃는 것 만큼 슬픈 일이다.
지난 열 번의 연구원 수업을 통해 내가 지키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그것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정체성은 어떻게 탐색하고 지켜나갈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고유의 언어를 통해 자아를 탐색하고 관찰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저마다의 조국이 있듯 우리는 모두 고유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조국을 잃은 슬픔과 진정한 자신의 정체성을 모른 채 살아가는 슬픔 가운데 어느 것이 더 무거운지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나는 마지막 수업을 통해 나를 좀 더 탐색해 보기로 했다.
나는 앞으로 더 많이, 더 자주 나를 관찰하고 그것을 글로 옮기려고 한다. 개인의 정체성을 가장 두드러지게 표현하는 것이 바로 ‘쓰기’다. 글로 표현되고, 구체화된 개인의 사고는 자신을 드러내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나는 나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 그리기 위해서는 일상 속에서도 두 가지 질문을 항상 놓지 않고자 한다. 그 질문은 바로 ‘나는 언제 가장 행복한가?’와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이다. 두 가지 질문은 나에게 든든한 힘이 될 것이다.
앞으로 일 년 간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나만의 언어로 풀어보고자 한다. 나는 일상 속에서도 나의 행복한 순간을 늘 잊지 않고 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