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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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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16일 00시 22분 등록

변신과 둔갑


학자들은 이 세상의 생명 있는 수많은 것들을 분간하기 쉽게 끼리끼리 정리, 분류해 놓았다.
스웨덴의 린네에 의하면 인간의 경우, 진핵생물 (Eukaryota), 동물 (Animalia), 척삭동물 (Chordata), 포유 (Mammalia), 영장 (Primates), 사람 (Hominidae), 사람 (Homo), 사람(으로서 -Homo sapiens)이라고 분류한다.

그러나 항상 예외는 있는 법이라서 분류되지 않는 것들도 있다.

왜냐하면 이런 분류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했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명의 분류표는 임의적, 자의적이어서 생명에 대한 과학의 분류는 끊임없이 변해왔다.

결론은 어떤 기준으로도 모든 생명체를 포괄하는 분류표를 만들 수는 없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정치인들은 곧잘 사람들을 분류한다. 정치하기 쉽게 블랙리스트를 만들기도 하고,
어떤 정치인은 분류를 하다하다 과감하게도 사람인 국민들을 개, 돼지로 혼동하여 분류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런 류의 정치인들은 스스로가 개, 돼지여서 그들 눈에는 개, 돼지만 보이는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개, 돼지를 정치인으로 뽑은 사람들도 개, 돼지인지 아니면 사람으로 둔갑한 개, 돼지를 몰라보고 뽑은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異性간의 미남미녀에 관한 분류방식도 상당히 자의적이어서 결혼이 가능한 것이다.


자의적인 분류방식에 따라 나는 사람들을 변신한 자와 둔갑한 자로 분류한다.
오랜 세월동안 직업상 수많은 사람들을 겪으면서 얻은 결론이다.
조금 더 세밀하게 분류하자면
변신한 자, 변신했지만 분장하고 있는 자, 변신하려고 몸부림치는 자, 변신하는 척 하는 자, 둔갑의 명수인 자, 둔갑이 취미인 자,

둔갑에다 변장까지 한 자, 아예 동물 그 자체인 자 등이다.

그 중에서도 변신했지만 분장한 사람은 내게 가장 감동적이고 신비로우며 그 누구도 흉내조차 낼 수 없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 사람은 바로 양반집 자손으로 당대의 파락호, 난봉꾼 소리를 들어가며 뒤로는 묵묵히 독립운동 자금을 대던 안동 사람 김용환 (1886~1946) 이다. 
 

그는 10세 때 섬나라 일본 양아치들에게 할아버지가 무릎을 꿇고 욕을 당하던 그 뼈아픈 광경을 본 직후 바로 변신해서 철저하게

분장한 삶을 살다 갔다.
그가 24살이 되던 1910년 경술년, 나라가 일본에게 강제 합병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는 1911년 김상태 의병진에 참가하였고 만주독립군에게 군자금을 전해주다 발각되어 체포를 당해 고초를 치룬 적도 있었다.
그는 몇 번의 옥고를 치르다 석방된 후 조선 독립운동이 가망 없다고 낙담했는지 주구장창 노름을 즐겼다.
전 재산을 노름으로 이렇게 저렇게 잃고 막판에는 딸의 시댁에서 장롱 사주라고 보내 온 돈 마저 노름으로 탕진했다.

문중은 물론 온 동네방네 난봉꾼이라는 손가락질과 욕을 들었지만 그는 계속 노름으로 살았다.

그런데 그의 사후 밝혀진 것은 노름에서 쓴 돈 모두는 독립을 위한 군자금으로 들어갔다는 것이었다.

가족도 몰랐다. 1995년 건국훈장애족장이 수여되고, 잃었던 가옥도 후손들 품으로 돌아왔다.

나중에 그 따님은
'우리 아베 참봉 나으리

--중략--
그러면 그렇지 우리 아배 참봉 나으리 내 생각한대로, 절대 남들이 말하는 파락호 아닐진데'
라는 시를 지어 아버지께 바쳤다.
경상북도 독립운동기념관에 김용환의 일대기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몸은 대전 현충원에 모셔져 있다.


변신하는 척 하는 자는 의외로 귀여운 10대들에게서 다수 일어난다.
부모님 보는 앞에서는 착한 척, 말 잘 듣는 척, 공부를 열심히 하는 척 하다 부모님의 눈길에서 벗어나자마자 바로 동물의 길로 접어드는 학생들이 그 예다.
벌건 대낮에 음란 만화나 동영상을 돌려보는 남학생들, 그 순수하고 막 피어나는 꽃봉오리 피부에 화학제품인 화장품을 덕지덕지 바르는 여학생들, 약한 자들만 골라 폭력을 저지르는 학생들, 심지어 어른 흉내, 폭력영화 흉내를 내는 학생들 등이 있다.
그래도 이들은 언제든 변신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기 때문에 희망이 있다.


뱀이 작가나 감독으로 둔갑한 경우도 많다.
아담과 하와를 유혹한 말솜씨로 그럴 듯하게 쓰기는 하나, 삶 자체가 비도덕적인 사람들이 그들이다.

창조한다는 미명하에 듣도 보도 못한 지저분한 글을 쓰는 작가나  감독이 그들이다.


가장 문제는 둔갑의 명수거나 둔갑이 취미인 자들이다.
구미호가 사람으로 변신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의 수가 많을수록 나라는 어지럽다.
어떤 직업에도 이런 둔갑한 자들은 꼭 있다.
심지어 파충류가 성직자로 둔갑한 경우도 있다.

잡아도 바로 꼬리를 떼고 달아난 후 곧 꼬리를 재생시켜서 못 알아보게 만드는 기술도 갖고 있다.


가끔 돼지가 의사로 둔갑한 경우도 있다. 과잉진료를 하거나 제 배를 불리려고 환자를 힘들게 하는 자들이다.

하이에나가 정치인으로 둔갑한 경우는 제일 황당하다.
이들은 애국자도 몰라보고 그저 물어뜯으려고만 한다.
이순신 장군을 사형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자들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남이 이루어 놓은 것을 제 것으로 꽉 물고 놓지 않는다.

형상 자체도 지저분할 뿐 아니라 무는 힘이 누구보다 강하다보니 순한 동물들은 그저 피하는 도리 밖에 없다.

그런 힘으로 떼를 지어 다니며 악한 콧김을 내뿜는다.


사람들은 대체로 정치인들을 둔갑의 명수라고 본다.
아첨의 말과 탐심의 탈을 쓴 자들이 그들이다.
이 자들은 자기의 둔갑을 남들이 알아차릴까봐 남도 둔갑시키고자 애쓰는 자들이다.
이렇게 동물이 정치인으로 둔갑한 자들이 쓰는 수법은 독초를 뿌려서 마비시키는 것이다.
독초는 책임전가, 선동, 조작, 유언비어, 밤, 스포츠, 등을 잘 섞어서 만든다.
대체로 마음이 여리거나 울분에 차 있는 자들이 이 독초에 마비되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둔갑한 자들이 너무 많이 떠든다는 점이다.


변신한 자는 희귀성 때문에 사람들 눈에 띄고 존경받는다.
아무나 못 한다. 엄청난 수련과 노력, 깨달음이 필요하다.
때로 김용환처럼 변신 후 변장했기에 몰라보는 경우도 있어서 분류할 때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막무가내 분류는 정말 조심해야 한다.


하나님의 인간에 대한 분류는 이렇게 제멋대로인 분류와는 다르다.
사람의 눈으로 동식물을 봤을 때 같은 품종은 다 똑같이 보이듯이
어쩌면 하나님 눈에도 인간은 다 똑같아 보이시는 것 같다.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의인과 악인, 정확하게 표현하면 용서받은 죄인, 그냥 엄청 죄인으로 분류하신다.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분류에 반발하며 하나님이 눈에 안 보인다고 덤비다가 파멸의 길을 가기도 한다.

 하나님께서 마시라고 하는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를 거부한 결과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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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6 08:16:52 *.124.22.184

이렇게 변신과 둔갑을 구별해본 적이 없는데, 시대와 분야를 넘나들며 예시를 들어주시니 이해가 잘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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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6 10:39:06 *.103.3.17

글을 보니 얼마전 아이들과 함께 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1994년에 나온 애니메이션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이 생각나네요. 극중에는 너구리들이 무분별한 건설로 파괴당하는 보금자리를 지키고자 여러가지 모습으로 둔갑을 해서 인간들에게 대항을 하는 내용이 나오거든요. 인간이 성심껏 빌면 어느 정도는 하늘이 이뤄주시던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는 너구리와 여우가 사람으로 둔갑할수 있었다고 합니다. ㅎㅎ  마지막 내용은 결국 너구리들이 사람으로 둔갑해서 사람사이 사이 어울리며 살아간다 뭐 그런 내용입니다.  오늘날에도 인간으로 변신하고 둔갑한 짐승들이 도처에 어슬렁거리는 것 같습니다. 개중에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에 나오는 인간보다 나은 너구리들과 같은 이들이 그래도 많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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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6 21:41:25 *.140.208.61
아토스 혜홍샘, 이야기를 끌고 가는 솜씨가 오비디우스급이신듯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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