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香山 신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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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마지막 책이었던 '월드 클래스를 향하여'를 지나고 보니 벌써 연구원 생활 1년 차의 절반이 지났습니다. 반환점을 돌았다는 생각을 하니 감개무량합니다. 처음 연구원에 응시하면서 막막하지만 희망으로 가득했던 순간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연구원이 되기 위해 저의 이야기를 쓰고 또 몇 권의 책에 대한 리뷰와 칼럼으로 밤을 꼬박 새웠던 치열함이 떠오릅니다. 그때는 정말 간절히 연구원이 되기를 원했습니다. 혹시 그때만한 절실함을 잃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4월 달의 주제였던 '미래'를 시작으로 우리는 '역사', '인물', '개인', '경영자' 그리고 '경영학'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었습니다. 매달마다 그 달의 재미가 쏠쏠했지만 그 중에서도 9월은 특히나 그 즐거움이 더했습니다. '경영학'이란 주제는 그리 낯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분야와 관련해서 그리 많은 책을 읽지도 않았고 그러다 보니 별다른 생각이나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사실 그래서 9월이 시작되기 전에는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두려움이 그리 오래 가지는 않았습니다.
뉴욕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피터 드러커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가 이야기하는 지식노동자의 미래 앞에서 전율했습니다. 날아가는 긴 비행 시간 동안 한 순간도 잠들 수 없었습니다. 그가 전해주는 메세지는 간결하고 또 강렬했습니다. 왜 사람들이 그에게 열광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는 '변화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뉴욕에 도착한 후의 일정은 가히 살인적이었습니다. 낮에는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오후에는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곳들을 둘러보는 빡빡한 하루하루가 이어졌습니다. 몸은 피곤했지만 즐거웠습니다. 그런 하루의 끝에 호텔로 숨어들면 어김없이 톰 피터스의 책으로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올 칼라로 만들어진 책은 선동적이었습니다. 그는 한 순간도 제 심장을 가만 놔두지 않았습니다. 그는 저에게 '변화하라'고 소리 질렀습니다.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서 만난 찰스 핸디는 친근했습니다. 무엇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차분히 공감을 이끌어내는 그의 스타일이 마음이 쏙 들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누군가와 많이 닮았다는 점도 선뜻 그를 향해 마음을 열게 했습니다. 그는 '열정'에 대해서, 그리고 낮에도 꿈을 꾸는 사람들의 위험함에 대해서 말해주었습니다.
다음으로 만난 짐 콜린스는 그 치밀함과 완벽함으로 저를 압도했습니다. 커다란 팀을 이끌며 방대한 자료를 다루는 그의 노련함에 감탄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철저하게 준비하고 완벽한 결론을 이끌어낸 그의 스타일은 제가 쓰게 될 책에 많은 아이디어를 주었습니다. 그는 변화의 한가운데에 우뚝 서있는 '원칙'이 있음을 알려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부님의 책, '월드 클래스를 향하여'를 읽는 동안에는 많은 감탄과 공감이 쏟아졌습니다. 그리고 답답함과 절망이 이어졌습니다. 경영학이라는 학문이 가질 수 있는 부드러운 가능성에 눈이 떠졌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오늘을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과 '월드 클래스' 사이의 차이는 쉽게 극복할 수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책을 모두 읽고 나니 '목표'가 생겼습니다. 앞에 펼쳐진 어려움을 넘어설 '오기'가 피어 올랐습니다.
9월의 저자들과 함께 한 시간은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지난 한달 동안 여러 개의 기업들이 제 마음 속에 세워지고 또 허물어졌습니다. 세계적인 경영학의 구루들은 제가 만든 기업에 대해 도란도란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소프트웨어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때로는 출판사를 세워보기도 했고, 친구들과 함께 멋진 '와인 바'를 열기도 했습니다. 새롭게 무언가를 만들고 이를 경영하는 상상이 제 안에 잠자던 열정을 흔들어 깨웠습니다. 그래서 더 행복해졌습니다.
그런데 이 행복한 상상에서 한발 물러나 살펴보니 제 상황은 아주 형편없습니다. 저는 어느새 아침에 일어나 글을 쓰는 바람직한 일상에서 멀어졌습니다. 지하철에서 쫓기듯이 책을 읽었고, 주말에 몰아서 과제를 했습니다. 덕분에 아내와 아이는 주말마다 저를 위해 이곳 저곳으로 자리를 피해주기 일쑤였습니다. 아이는 여전히 방문을 두드리며 '아빠'를 불러댔고, 그때마다 가슴이 아팠습니다.
월드 클래스의 기업을 경영하기에 앞서 제 하루와 저의 가족을 경영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제는 밤을 새워 칼럼을 써야 한다는 유혹을 뒤로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글 쓰는 시간을 새벽으로 옮기기 위해서입니다. 매번 먼저 잠자리에 들던 아내와 분위기 있는 취침등 아래 얼굴을 마주하고 누웠습니다. 그런데 그만 이야기의 꽃이 피어버렸습니다. 하하~ 하루의 경영을 온전히 제 것으로 만드는 것이 월드 클래스의 기업을 경영하는 것만큼이나 어렵습니다. 연구원 생활의 복판에서 다시 새롭게 시작합니다.
IP *.227.22.57
4월 달의 주제였던 '미래'를 시작으로 우리는 '역사', '인물', '개인', '경영자' 그리고 '경영학'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었습니다. 매달마다 그 달의 재미가 쏠쏠했지만 그 중에서도 9월은 특히나 그 즐거움이 더했습니다. '경영학'이란 주제는 그리 낯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분야와 관련해서 그리 많은 책을 읽지도 않았고 그러다 보니 별다른 생각이나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사실 그래서 9월이 시작되기 전에는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두려움이 그리 오래 가지는 않았습니다.
뉴욕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피터 드러커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가 이야기하는 지식노동자의 미래 앞에서 전율했습니다. 날아가는 긴 비행 시간 동안 한 순간도 잠들 수 없었습니다. 그가 전해주는 메세지는 간결하고 또 강렬했습니다. 왜 사람들이 그에게 열광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는 '변화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뉴욕에 도착한 후의 일정은 가히 살인적이었습니다. 낮에는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오후에는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곳들을 둘러보는 빡빡한 하루하루가 이어졌습니다. 몸은 피곤했지만 즐거웠습니다. 그런 하루의 끝에 호텔로 숨어들면 어김없이 톰 피터스의 책으로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올 칼라로 만들어진 책은 선동적이었습니다. 그는 한 순간도 제 심장을 가만 놔두지 않았습니다. 그는 저에게 '변화하라'고 소리 질렀습니다.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서 만난 찰스 핸디는 친근했습니다. 무엇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차분히 공감을 이끌어내는 그의 스타일이 마음이 쏙 들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누군가와 많이 닮았다는 점도 선뜻 그를 향해 마음을 열게 했습니다. 그는 '열정'에 대해서, 그리고 낮에도 꿈을 꾸는 사람들의 위험함에 대해서 말해주었습니다.
다음으로 만난 짐 콜린스는 그 치밀함과 완벽함으로 저를 압도했습니다. 커다란 팀을 이끌며 방대한 자료를 다루는 그의 노련함에 감탄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철저하게 준비하고 완벽한 결론을 이끌어낸 그의 스타일은 제가 쓰게 될 책에 많은 아이디어를 주었습니다. 그는 변화의 한가운데에 우뚝 서있는 '원칙'이 있음을 알려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부님의 책, '월드 클래스를 향하여'를 읽는 동안에는 많은 감탄과 공감이 쏟아졌습니다. 그리고 답답함과 절망이 이어졌습니다. 경영학이라는 학문이 가질 수 있는 부드러운 가능성에 눈이 떠졌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오늘을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과 '월드 클래스' 사이의 차이는 쉽게 극복할 수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책을 모두 읽고 나니 '목표'가 생겼습니다. 앞에 펼쳐진 어려움을 넘어설 '오기'가 피어 올랐습니다.
9월의 저자들과 함께 한 시간은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지난 한달 동안 여러 개의 기업들이 제 마음 속에 세워지고 또 허물어졌습니다. 세계적인 경영학의 구루들은 제가 만든 기업에 대해 도란도란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소프트웨어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때로는 출판사를 세워보기도 했고, 친구들과 함께 멋진 '와인 바'를 열기도 했습니다. 새롭게 무언가를 만들고 이를 경영하는 상상이 제 안에 잠자던 열정을 흔들어 깨웠습니다. 그래서 더 행복해졌습니다.
그런데 이 행복한 상상에서 한발 물러나 살펴보니 제 상황은 아주 형편없습니다. 저는 어느새 아침에 일어나 글을 쓰는 바람직한 일상에서 멀어졌습니다. 지하철에서 쫓기듯이 책을 읽었고, 주말에 몰아서 과제를 했습니다. 덕분에 아내와 아이는 주말마다 저를 위해 이곳 저곳으로 자리를 피해주기 일쑤였습니다. 아이는 여전히 방문을 두드리며 '아빠'를 불러댔고, 그때마다 가슴이 아팠습니다.
월드 클래스의 기업을 경영하기에 앞서 제 하루와 저의 가족을 경영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제는 밤을 새워 칼럼을 써야 한다는 유혹을 뒤로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글 쓰는 시간을 새벽으로 옮기기 위해서입니다. 매번 먼저 잠자리에 들던 아내와 분위기 있는 취침등 아래 얼굴을 마주하고 누웠습니다. 그런데 그만 이야기의 꽃이 피어버렸습니다. 하하~ 하루의 경영을 온전히 제 것으로 만드는 것이 월드 클래스의 기업을 경영하는 것만큼이나 어렵습니다. 연구원 생활의 복판에서 다시 새롭게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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