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素田 최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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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은 보면 가슴이 풍성해진다. 가슴속에서 하고 싶은 일이 생겨나고 두 손을 모으게 된다. 대낮의 푸르름과는 달리 달밤은 광각과 넓은 시원함을 준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충만함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이번 추석은 쾌청한 날씨 덕분에 둥근 보름달을 깊이 채울 수 있었다. 채운 것은 보름달만이 아니다. 손아래 재종(再從)이 귀향을 하여 새 집을 지은 것이었다. 그것도 전통이 물씬 풍겨나는 흙집을 혼자서 완성하였다.
손아래 재종은 그 시대에 태어난 또래처럼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을 떠났다. 고향을 등지고 치열한 생존의 터전으로 나갔다. 특별한 기술이 없었던 동생은 미용기술을 배웠다. 미용실 직원으로 힘들게 일하면서 결혼을 하였고, 두 부부의 힘겨운 노력덕분에 그들만의 미용실을 차렸다. 그러기를 10여년, 동생은 우연히 일상 속에서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면서 어쩌면 평생을 가위와 미용실이라는 답답한 공간에서 지내야 할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곳을 벗어날 방법이 없을까? 라는 질문과 답을 찾기 시작하였다. 도시를 떠나 시골로 내려오면 우선 집을 지어야 하고, 무엇을 잘 만들고 다듬는 손재주, 그리고 흙이 그리워졌다고 한다. 흙집이라는 단어에 필이 꽂혔고 여기 저기 수소문을 하여 흙집을 짓는 학교를 들어가 기술을 배웠다고 한다. 6개월 정도 지도를 받으며 집 짓는 것을 배웠고 실습을 하였다. 작년 겨울에 미용실을 정리하고 시골로 내려왔다. 그들은 겨울 내내 산을 돌아다니면서 나무를 구하였다. 마음에 드는 나무를 고르고 베어 집터로 운반하였다. 흙집에 쓸 질 좋은 황토를 찾기 위하여 방방곡곡 돌아다녔다. 작년 구정 때 본 두 사람의 얼굴은 활력이 있었고, 꿈에 가득 찬 모습을 보았다. 미용실에 있을 때의 피곤절은 나약한 모습이 아니었다. 꿈을 이루기 위한 비장함과 즐거움, 그리고 답답한 미용실에서 느끼지 못했던 야성이 묻어났다.
흙으로 집을 짓는 것은 기존 집짓는 방법과는 달랐다. 대부분은 기초공사를 하고 나무나 철근을 이용하여 기둥을 세우고 벽을 쌓는다. 벽이 쌓아지면 대들보를 올리고 지붕을 만든다. 반면에 흙집은 기둥을 세우지 않고 오로지 흙과 나무를 이용하여 벽을 쌓는다. 하중을 견디기 위해서 일반 벽보다 더 두껍게 흙을 쌓고 흙벽이 지지하는 힘을 주기 위하여 중간 중간 흙벽 속에 나무를 넣는다. 둥그렇게 쌓은 다음석가래를 올리고 지붕을 완성한다. 대략 1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처음 집에 들어간 느낌은 푸근한 느낌이었다. 코를 자극하는 냄새도 없었고, 눈을 따갑게 하는 방해물도 없었다. 벽면도 도배를 하지 않고 흙벽을 그대로 놓았다. 벽면에는 나무의 둥근 무늬만 있을 뿐이다. 둥근 형태에 중앙에 거실을 주위로 방 3개와 주방, 그리고 욕탕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널찍한 거실에서 높은 천장을 마주하고 있으면 깊은 산속의 정취를 자아내게 하였다. 흙집의 가장 큰 비밀은 살아있다는 것이었다. 겨울의 한기와 여름의 열기를 벽이 흡수하고 완충지역을 만들어서 온도와 습도가 자동으로 조절된다고 한다. 음식냄새도 벽이 흡수하고, 그 뛰어난 흡수력으로 음악도 원음 수준으로 들을 수 있다고 한다. 가끔 아파트 광고를 보면서 자연주의와 친환경적인 공법을 장점으로 내세우지만, 콘크리트 벽과 붙이고 도배한 인공적인 물질이 과연 얼마나 유익한 것일지 의구심이 들었다. 아무래도 자연적인 소재가 아니고서는 인간의 몸에 좋을리 없다.
흙집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DNA에 적합한 집이라고 한다. 하기야 오랜 세월동안 조상들이 대부분 흙집을 짓고 살았기에 그 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동생의 말에 의하면 다른 공사장을 가보면 인상이 굳어있고, 싸움이 자주 일어난다고 하다. 반면 흙집을 짓다보면 좀처럼 화를 내지도 않고, 몸은 고되지만 기분은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끼리 의사소통도 잘 되고 늘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먼지가 많지만 기침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흙이 주는 기가 사람의 몸을 정화시키고 자연이 주는 무한한 에너지를 느낄수 있다고 한다.
흙집을 짓는 것이 보기에는 쉬워보여도 그리 만만치가 않은 작업이었다. 6개월의 교육과 실습을 했다고 하지만, 건축에 대한 기본지식도 전무한 상태였다. 설계도를 그리고 자로 재면서 짓는 것이 아니라 눈대중으로 맞춰야 하고 집에 적합한 흙과 나무를 구해야 했다. 지난 겨울에 온 산을 이 잡듯 뒤지면서 나무를 하였고, 좀 더 좋은 흙을 구하기 위하여 전국을 돌아다녔다고 한다. 흙집 짓는 동기생 100명 중 집을 직접 집을 짓는 사람은 한 두 명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사실 나 자신도 동생이 어설프게 학원을 마치고 집을 짓는다 고 얘기를 했을 때는 반신반의하였다. 집을 지어본적도 없고, 그냥 6개월 정도 배워서 정말 집을 지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멋진 집을 얻었지만,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었던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지은 것이 아니라 자연에서 얻었다는 말에서 그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흙에 대한 믿음과 다시는 자신을 가로막는 미용실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다시 흙을 잡았다고 한다. 무너지면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쌓았다고 한다. 흙의 단단함은 바로 자신들의 단단한 마음에서 나왔다고 한다. 바로 그 마음이었다.
모든 변화는 마음에서 온다. 마음이야 말로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힘이 머무는 장소이다. 그리고 실재한다. 그러므로 형태가 없고 보이지 않지만 마음의 세계는 물리적 세상에 못지 않게 ‘실재하는 세상’인 것이다. (월드클래스를 위하여 369p)
변화의 순간에 그들은 한 마음이 되었고, 역경이 있을 때 마음을 공고히 하였다. 흙집에 지은 경험담과 에피소드는 힘든 여정과 끝내는 꿈이 이루어지는 훌륭한 풍광을 만들었다. 자리가 점점 더해지면서 나는 그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사랑, 꿈에 대한 사랑, 흙에 대한 사랑이 느껴졌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흙집이라는 실체가 된 것이다. 어느새 그들은 둥근 보름달이 되어 있었다. 눈이 부시지 않은 은은한 빛과 넓은 세상을 환하게 넉넉한 빛으로 고루고루 비추는 달빛이 되었다. 올 추석 보름달은 어느 해보다 더 크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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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아래 재종은 그 시대에 태어난 또래처럼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을 떠났다. 고향을 등지고 치열한 생존의 터전으로 나갔다. 특별한 기술이 없었던 동생은 미용기술을 배웠다. 미용실 직원으로 힘들게 일하면서 결혼을 하였고, 두 부부의 힘겨운 노력덕분에 그들만의 미용실을 차렸다. 그러기를 10여년, 동생은 우연히 일상 속에서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면서 어쩌면 평생을 가위와 미용실이라는 답답한 공간에서 지내야 할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곳을 벗어날 방법이 없을까? 라는 질문과 답을 찾기 시작하였다. 도시를 떠나 시골로 내려오면 우선 집을 지어야 하고, 무엇을 잘 만들고 다듬는 손재주, 그리고 흙이 그리워졌다고 한다. 흙집이라는 단어에 필이 꽂혔고 여기 저기 수소문을 하여 흙집을 짓는 학교를 들어가 기술을 배웠다고 한다. 6개월 정도 지도를 받으며 집 짓는 것을 배웠고 실습을 하였다. 작년 겨울에 미용실을 정리하고 시골로 내려왔다. 그들은 겨울 내내 산을 돌아다니면서 나무를 구하였다. 마음에 드는 나무를 고르고 베어 집터로 운반하였다. 흙집에 쓸 질 좋은 황토를 찾기 위하여 방방곡곡 돌아다녔다. 작년 구정 때 본 두 사람의 얼굴은 활력이 있었고, 꿈에 가득 찬 모습을 보았다. 미용실에 있을 때의 피곤절은 나약한 모습이 아니었다. 꿈을 이루기 위한 비장함과 즐거움, 그리고 답답한 미용실에서 느끼지 못했던 야성이 묻어났다.
흙으로 집을 짓는 것은 기존 집짓는 방법과는 달랐다. 대부분은 기초공사를 하고 나무나 철근을 이용하여 기둥을 세우고 벽을 쌓는다. 벽이 쌓아지면 대들보를 올리고 지붕을 만든다. 반면에 흙집은 기둥을 세우지 않고 오로지 흙과 나무를 이용하여 벽을 쌓는다. 하중을 견디기 위해서 일반 벽보다 더 두껍게 흙을 쌓고 흙벽이 지지하는 힘을 주기 위하여 중간 중간 흙벽 속에 나무를 넣는다. 둥그렇게 쌓은 다음석가래를 올리고 지붕을 완성한다. 대략 1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처음 집에 들어간 느낌은 푸근한 느낌이었다. 코를 자극하는 냄새도 없었고, 눈을 따갑게 하는 방해물도 없었다. 벽면도 도배를 하지 않고 흙벽을 그대로 놓았다. 벽면에는 나무의 둥근 무늬만 있을 뿐이다. 둥근 형태에 중앙에 거실을 주위로 방 3개와 주방, 그리고 욕탕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널찍한 거실에서 높은 천장을 마주하고 있으면 깊은 산속의 정취를 자아내게 하였다. 흙집의 가장 큰 비밀은 살아있다는 것이었다. 겨울의 한기와 여름의 열기를 벽이 흡수하고 완충지역을 만들어서 온도와 습도가 자동으로 조절된다고 한다. 음식냄새도 벽이 흡수하고, 그 뛰어난 흡수력으로 음악도 원음 수준으로 들을 수 있다고 한다. 가끔 아파트 광고를 보면서 자연주의와 친환경적인 공법을 장점으로 내세우지만, 콘크리트 벽과 붙이고 도배한 인공적인 물질이 과연 얼마나 유익한 것일지 의구심이 들었다. 아무래도 자연적인 소재가 아니고서는 인간의 몸에 좋을리 없다.
흙집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DNA에 적합한 집이라고 한다. 하기야 오랜 세월동안 조상들이 대부분 흙집을 짓고 살았기에 그 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동생의 말에 의하면 다른 공사장을 가보면 인상이 굳어있고, 싸움이 자주 일어난다고 하다. 반면 흙집을 짓다보면 좀처럼 화를 내지도 않고, 몸은 고되지만 기분은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끼리 의사소통도 잘 되고 늘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먼지가 많지만 기침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흙이 주는 기가 사람의 몸을 정화시키고 자연이 주는 무한한 에너지를 느낄수 있다고 한다.
흙집을 짓는 것이 보기에는 쉬워보여도 그리 만만치가 않은 작업이었다. 6개월의 교육과 실습을 했다고 하지만, 건축에 대한 기본지식도 전무한 상태였다. 설계도를 그리고 자로 재면서 짓는 것이 아니라 눈대중으로 맞춰야 하고 집에 적합한 흙과 나무를 구해야 했다. 지난 겨울에 온 산을 이 잡듯 뒤지면서 나무를 하였고, 좀 더 좋은 흙을 구하기 위하여 전국을 돌아다녔다고 한다. 흙집 짓는 동기생 100명 중 집을 직접 집을 짓는 사람은 한 두 명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사실 나 자신도 동생이 어설프게 학원을 마치고 집을 짓는다 고 얘기를 했을 때는 반신반의하였다. 집을 지어본적도 없고, 그냥 6개월 정도 배워서 정말 집을 지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멋진 집을 얻었지만,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었던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지은 것이 아니라 자연에서 얻었다는 말에서 그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흙에 대한 믿음과 다시는 자신을 가로막는 미용실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다시 흙을 잡았다고 한다. 무너지면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쌓았다고 한다. 흙의 단단함은 바로 자신들의 단단한 마음에서 나왔다고 한다. 바로 그 마음이었다.
모든 변화는 마음에서 온다. 마음이야 말로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힘이 머무는 장소이다. 그리고 실재한다. 그러므로 형태가 없고 보이지 않지만 마음의 세계는 물리적 세상에 못지 않게 ‘실재하는 세상’인 것이다. (월드클래스를 위하여 369p)
변화의 순간에 그들은 한 마음이 되었고, 역경이 있을 때 마음을 공고히 하였다. 흙집에 지은 경험담과 에피소드는 힘든 여정과 끝내는 꿈이 이루어지는 훌륭한 풍광을 만들었다. 자리가 점점 더해지면서 나는 그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사랑, 꿈에 대한 사랑, 흙에 대한 사랑이 느껴졌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흙집이라는 실체가 된 것이다. 어느새 그들은 둥근 보름달이 되어 있었다. 눈이 부시지 않은 은은한 빛과 넓은 세상을 환하게 넉넉한 빛으로 고루고루 비추는 달빛이 되었다. 올 추석 보름달은 어느 해보다 더 크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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