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香仁 이은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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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진한 향이 베란다까지 다가왔다. 부엌으로 걸어 가 머그컵 두 잔을 가득 따라 제이미쪽으로 간다. 늘 그렇듯 부스스한 머리에는 여지없이 까치집까지 생겨있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환해지며 나를 들썩들썩 하게 하는 남자다. 책상에 앉아 인터넷으로 한국 관련 기사를 읽고 있다.
“뭐 재밌는 거 있어?” 커피를 오른 쪽에 놓으며 말을 건넸다.
“으음, 여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사진이 실렸네.”
제이미가 가리키는 곳을 흘깃 보는 데 나도 모르게 어! 하는 탄성이 나온다. 낯익은 얼굴이 부드럽게 활짝 웃고 있다. 이거 이거 혹시 얘 아니야..어어 종윤이, 신종윤이네..
“왜 그래?”
“이 사람, 나 아는 사람이야..”
“정말? 잘 봐봐, 이 사람을 당신이 어떻게 안단 말이야?..”
“당신은 어떻게 알아? 아니 이 사람이 당신이 말하는 그 사람이었어?”, 오마이 갓.
나는 부리나케 얼굴을 화면에 가까이 대고 기사를 읽기 시작했다.
화면에는 한 남자의 인터뷰와 그의 일곱 번 째 책에 관해 쓰여 있었으며 거기엔 내가 알던 얼굴 하나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가 출판사 경영과 더불어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번엔 본인이 직접 쓴 책으로 100만부 돌파라는 화제와 문학상 수상작에 당당히 그의 이름이 올라있었다. 게다가 신종윤 라이프 스타일이 최신 한국 사회에서 트렌드가 되고 있다는 기사였다. 이런, 이런..드디어 해냈구나..
신문 한 면을 거의 다 차지할 만큼 대문짝만하게 나온 사진과 깨알 같은 기사에는 그간의 삶의 궤적을 총망라 하고 있었다. 일인 기업에서 경매관련 책 쓰기로 시작해 카페경영, 건강하고 날씬한 요리 책, 아이들을 위한 책 발간과 더불어 체중을 10키로나 감량하고 현재 유지 중이라는 내용이다. 볼라 볼 만큼 날씬해진 몸에 트레이닝 복을 입고 한 손엔 책을 또 한 손엔 프라이팬을 들고 있는 사진이다. 주부 팬과 남성 팬을 비롯하여 아이들이 열광하니 이런 완벽한 남성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일부 가부장적인 시시한 남자들이 신종윤 안티 카페까지 만들어 공방이 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순간 그와 만났던 날들과 우리가 원하던 꿈을 이루고자 고생하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10년 전 한국에서 만났던 신종윤. 우리는 그때 습작을 위해 구본형 선생님 문하에서 땀을 흘리며 평생 처음 해보는 책 읽기와 글 쓰기를 훈련 중이었다. 물론 그때도 이미 그의 실력은 출중했고 아마 책을 낸다면 가장 먼저 내지 않을까 하던 기대주였다. 뭐든지 잘 하는 사람, 그런데 정작 본인은 그렇지 않다며 늘 겸손해하던 그런 사람이었다.
덩치가 커다랗고 소년 같은 마음을 가진 그는 늘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여 주위를 즐겁게 해주곤 했다. 돌 지난 아이의 재롱으로 행복에 겨워하는가 하면 날씬한 와이프를 대동하고 나타나 열심히 사랑하는 젊은 부부의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못하는 게 없어 보이는데 요리실력까지 출중하고 게다가 감수성이 풍부하여 곧잘 사람들을 울고 웃기는 글을 썼다. 몇 번인가 나도 그의 글을 읽으며 눈물을 훔친 기억이 있다.
어느 날인가 내 사무실에 왔을 때 복분자주를 권했더니 석 잔을 마시고 가서는 누나가 이 술을 마시고 시를 쓰는 마음을 이해하겠다며 짧은 메시지를 보내오던 따뜻한 가슴의 소유자였다. 그에게는 특이하게도 금방 사람을 무장해제시키는 편안함이 있었다. 무슨 말을 해도 될 것 같은 넉넉함과 각종 정보에 통달해 있는 인재였으며 말 없는 일꾼이기도 했다. 나는 그렇게 커다란 남자를 마치 막내 동생 대하듯 종윤아~ 종윤아~하며 이름을 부르며 무거운 짐을 들게 하기도 하고 가끔 숙제가 어렵다고 징징대기도 했다. 그때마다 네~누나. 하하 누나~하며 잘 받아주곤 했는데 그 덩치만큼 생각하는 것도 의젓하고 듬직한 동생이었다는 기억이다.
그러다 이듬해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파리로 가서 색채공부를 하면서 제이미를 만났고 다시 뉴욕으로 오는 바람에 오랫동안 그들과는 연락이 뜸한 상태로 지냈다. 각각 원하는 삶을 살고 있노라 바람결에 듣기는 했지만 워낙 거리가 멀다 보니 어쩌다 한국에 잠깐 들러 안부 인사 하는 정도가 고작이었던 것이다. 그런 그를 여기서 이렇게 화면에서 만나게 되니 감격이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남편인 제이미의 취미 중 하나는 달리기로 세계 마라톤 대회에는 꼭 참가하는 편이다. 지난 번 한국 방문도 춘천 마라톤 출전 때문에 갔었고 그 때 한 남자와 만났다고 한다. 무릎 통증이 심해지는 바람에 중간에 쓰러졌는데 누군가 부축하고 격려해 준 덕에 완주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영어가 출중한 한국사람과 가끔 대화를 하고 메일을 주고 받는다는 것을 알았지만 설마 그 고마운 사람이 종윤일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다.
제이미는 내가 그와 잘 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 듯 연신 싱글 벙글이다. 가끔 제이미가 자전거로 세계를 여행하고 싶다고 말하고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러도 다니길래 그러려니 했는데 그와 연결된 한국의 그 남자가 바로 신종윤이었다는 사실이다. 참 세상이 좁구나. 이런 인연이 다 있을까..우리는 그 날 이 신기한 만남에 대해 아침도 거르면서 이야기 꽃을 피워 나갔다. 제이미는 종윤의 축하파티에 가보지 않겠냐는 나의 들뜬 제안에 야호를 내지르며 기뻐했다. 이런 면에서 제이미와 나는 천생연분이다.
친구와의 점심 약속을 일부러 32번가의 한인타운으로 정하고 시간보다 빨리 집을 나섰다. 부리나케 서점에 들르니 작가상 수상작에 신종윤의 이름이 커다랗게 걸려있고 그의 책이 피라미드처럼 쌓여있었다. 뉴욕 맨하튼의 한 가운데서 종윤이가 당당하게 웃고 있었다. 카운터 앞에서는 사람들이 저마다 그의 책을 손에 들고 줄을 서 있었다. 아아 종윤아..너무 기뻐 눈물이 나온다. 참 반갑다. 종윤아, 누나는 네가 자랑스럽구나..
오랜만에 서울에서 만난 그의 출판 기념 파티에는 반가운 얼굴들이 참석했다. 이미 작가로써 입지를 굳힌 그리운 얼굴들과 여전히 건강하고 밝게 웃고 계시는 선생님, 그리고 반짝이는 새내기들의 눈빛이 가득한 곳이다. 주인공 종윤이가 등장하면서 나는 또 한 번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덧 의젓하게 성장한 주원이와 여전히 아름다운 부인 곁에 둘의 유전자를 꼭 빼 닮은 여자아이가 앙증맞게 그들 사이를 누비고 있는 것이다. 저들이 이 아름다움을 일구어 냈구나……저이들이 이 멋진 일을 해냈구나..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지는 게 있다면 이런 모습일 것이다. 박수에 힘이 들어가고 와인 잔이 부딪히면서 그가 인사 하는 모습에서 그간의 노고가 전해져 오는 소리가 들렸다.
행복이 감기와 같은 게 하나 있다면 그것은 전염성일지도 모른다. 뉴욕으로 돌아오면서 제이미와 나는 행복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음을 알았다. 우리는 비행기에서 내내 계속 웃고 즐거워했다. 미국에서도 팬 사인회와 강연회가 있을 예정이란다. 그가 오는 날을 기다리며 맛있는 와인을 고르는 재미가 남아있을 것 같다. 뉴욕에서는 우리 집 이층 방에서 머물게 해야겠다. 녀석이 해 주는 맛있는 요리와 와인과 끝도 없는 수다가 이어지겠지..
영어로만 말하던 제이미가 요즘 들어 계속 한국 말로 말을 걸어온다. 한글 일기를 쓰는가 하면 한글 인터넷도 꼭 보고 있다. 웬일로 그렇게 열심히 하냐고 묻자 씨익 웃고 있다. 새로운 꿈이 하나 생겼는데 그건 바로 종윤의 영어판 책을 내는 것이라며 매력적인 눈을 반짝거린다. 하긴 제이미는 문학이 부전공이었니 어울리는 일이다. 언젠가 뉴요커들이 제이미가 번역한 그의 책에 열광하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재미있고 신나는 상상이다.
책상에 앉아있던 제이미가 갑자기 나를 큰 소리로 부른다.
“어 왜?”
종윤의 스캔들 기사가 또 나왔다며 가리킨다. 요즘 종윤은 연예인 버금가는 스타로 파파로치가 늘 그를 둘러싸는 바람에 여기저기서 사진이 찍히는 듯, 연예 신문 가십거리를 장식하고 있다. 어떤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인과 뜨겁게 포옹을 하는 사진이다. 이런 이런…어쩌자구....
“음..이 여자 아주 섹시한데…. ㅎㅎ”
“그러게..어 꽤 괜찮은데..?? ㅋㅋ”
제이미가 죽는다고 웃어대고 있다. 얼짱 각도에서 찍힌 내가 그 사진 속에 있었다. 아마도 그 날 헤어지는 순간, 번갈아 포옹을 할 때 찍힌 모양이다. 둘 다 킬킬거리며 머리를 컴퓨터에 들이민다. 허파 속에 들어간 바람은 하루 종일 그 상태로 그들 곁에서 떠나질 않았다.
(끝)
-------------------
과제를 수행하다 보니 상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잠시 사랑해야 글이 나올 것 같았다. 유부남 오래 붙잡고 있어봐야 좋은 거 하나도 없고 주원이랑 그의 짝꿍이 눈에 걸려 딱 하루만 그를 생각하고 썼다. 넉넉한 주원맘의 이해를 구하며..
근데, 어 잠깐…그러고 보니 나를 쓰게 되어있는 그 남자. 그도 이런 감정이 들면 워쩐디야..에고..그 남자야. 부탁이니 날 사랑하지 말아다오. 암만 봐도 우린 영 아니여~~~~
IP *.48.38.252
“뭐 재밌는 거 있어?” 커피를 오른 쪽에 놓으며 말을 건넸다.
“으음, 여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사진이 실렸네.”
제이미가 가리키는 곳을 흘깃 보는 데 나도 모르게 어! 하는 탄성이 나온다. 낯익은 얼굴이 부드럽게 활짝 웃고 있다. 이거 이거 혹시 얘 아니야..어어 종윤이, 신종윤이네..
“왜 그래?”
“이 사람, 나 아는 사람이야..”
“정말? 잘 봐봐, 이 사람을 당신이 어떻게 안단 말이야?..”
“당신은 어떻게 알아? 아니 이 사람이 당신이 말하는 그 사람이었어?”, 오마이 갓.
나는 부리나케 얼굴을 화면에 가까이 대고 기사를 읽기 시작했다.
화면에는 한 남자의 인터뷰와 그의 일곱 번 째 책에 관해 쓰여 있었으며 거기엔 내가 알던 얼굴 하나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가 출판사 경영과 더불어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번엔 본인이 직접 쓴 책으로 100만부 돌파라는 화제와 문학상 수상작에 당당히 그의 이름이 올라있었다. 게다가 신종윤 라이프 스타일이 최신 한국 사회에서 트렌드가 되고 있다는 기사였다. 이런, 이런..드디어 해냈구나..
신문 한 면을 거의 다 차지할 만큼 대문짝만하게 나온 사진과 깨알 같은 기사에는 그간의 삶의 궤적을 총망라 하고 있었다. 일인 기업에서 경매관련 책 쓰기로 시작해 카페경영, 건강하고 날씬한 요리 책, 아이들을 위한 책 발간과 더불어 체중을 10키로나 감량하고 현재 유지 중이라는 내용이다. 볼라 볼 만큼 날씬해진 몸에 트레이닝 복을 입고 한 손엔 책을 또 한 손엔 프라이팬을 들고 있는 사진이다. 주부 팬과 남성 팬을 비롯하여 아이들이 열광하니 이런 완벽한 남성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일부 가부장적인 시시한 남자들이 신종윤 안티 카페까지 만들어 공방이 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순간 그와 만났던 날들과 우리가 원하던 꿈을 이루고자 고생하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10년 전 한국에서 만났던 신종윤. 우리는 그때 습작을 위해 구본형 선생님 문하에서 땀을 흘리며 평생 처음 해보는 책 읽기와 글 쓰기를 훈련 중이었다. 물론 그때도 이미 그의 실력은 출중했고 아마 책을 낸다면 가장 먼저 내지 않을까 하던 기대주였다. 뭐든지 잘 하는 사람, 그런데 정작 본인은 그렇지 않다며 늘 겸손해하던 그런 사람이었다.
덩치가 커다랗고 소년 같은 마음을 가진 그는 늘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여 주위를 즐겁게 해주곤 했다. 돌 지난 아이의 재롱으로 행복에 겨워하는가 하면 날씬한 와이프를 대동하고 나타나 열심히 사랑하는 젊은 부부의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못하는 게 없어 보이는데 요리실력까지 출중하고 게다가 감수성이 풍부하여 곧잘 사람들을 울고 웃기는 글을 썼다. 몇 번인가 나도 그의 글을 읽으며 눈물을 훔친 기억이 있다.
어느 날인가 내 사무실에 왔을 때 복분자주를 권했더니 석 잔을 마시고 가서는 누나가 이 술을 마시고 시를 쓰는 마음을 이해하겠다며 짧은 메시지를 보내오던 따뜻한 가슴의 소유자였다. 그에게는 특이하게도 금방 사람을 무장해제시키는 편안함이 있었다. 무슨 말을 해도 될 것 같은 넉넉함과 각종 정보에 통달해 있는 인재였으며 말 없는 일꾼이기도 했다. 나는 그렇게 커다란 남자를 마치 막내 동생 대하듯 종윤아~ 종윤아~하며 이름을 부르며 무거운 짐을 들게 하기도 하고 가끔 숙제가 어렵다고 징징대기도 했다. 그때마다 네~누나. 하하 누나~하며 잘 받아주곤 했는데 그 덩치만큼 생각하는 것도 의젓하고 듬직한 동생이었다는 기억이다.
그러다 이듬해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파리로 가서 색채공부를 하면서 제이미를 만났고 다시 뉴욕으로 오는 바람에 오랫동안 그들과는 연락이 뜸한 상태로 지냈다. 각각 원하는 삶을 살고 있노라 바람결에 듣기는 했지만 워낙 거리가 멀다 보니 어쩌다 한국에 잠깐 들러 안부 인사 하는 정도가 고작이었던 것이다. 그런 그를 여기서 이렇게 화면에서 만나게 되니 감격이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남편인 제이미의 취미 중 하나는 달리기로 세계 마라톤 대회에는 꼭 참가하는 편이다. 지난 번 한국 방문도 춘천 마라톤 출전 때문에 갔었고 그 때 한 남자와 만났다고 한다. 무릎 통증이 심해지는 바람에 중간에 쓰러졌는데 누군가 부축하고 격려해 준 덕에 완주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영어가 출중한 한국사람과 가끔 대화를 하고 메일을 주고 받는다는 것을 알았지만 설마 그 고마운 사람이 종윤일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다.
제이미는 내가 그와 잘 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 듯 연신 싱글 벙글이다. 가끔 제이미가 자전거로 세계를 여행하고 싶다고 말하고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러도 다니길래 그러려니 했는데 그와 연결된 한국의 그 남자가 바로 신종윤이었다는 사실이다. 참 세상이 좁구나. 이런 인연이 다 있을까..우리는 그 날 이 신기한 만남에 대해 아침도 거르면서 이야기 꽃을 피워 나갔다. 제이미는 종윤의 축하파티에 가보지 않겠냐는 나의 들뜬 제안에 야호를 내지르며 기뻐했다. 이런 면에서 제이미와 나는 천생연분이다.
친구와의 점심 약속을 일부러 32번가의 한인타운으로 정하고 시간보다 빨리 집을 나섰다. 부리나케 서점에 들르니 작가상 수상작에 신종윤의 이름이 커다랗게 걸려있고 그의 책이 피라미드처럼 쌓여있었다. 뉴욕 맨하튼의 한 가운데서 종윤이가 당당하게 웃고 있었다. 카운터 앞에서는 사람들이 저마다 그의 책을 손에 들고 줄을 서 있었다. 아아 종윤아..너무 기뻐 눈물이 나온다. 참 반갑다. 종윤아, 누나는 네가 자랑스럽구나..
오랜만에 서울에서 만난 그의 출판 기념 파티에는 반가운 얼굴들이 참석했다. 이미 작가로써 입지를 굳힌 그리운 얼굴들과 여전히 건강하고 밝게 웃고 계시는 선생님, 그리고 반짝이는 새내기들의 눈빛이 가득한 곳이다. 주인공 종윤이가 등장하면서 나는 또 한 번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덧 의젓하게 성장한 주원이와 여전히 아름다운 부인 곁에 둘의 유전자를 꼭 빼 닮은 여자아이가 앙증맞게 그들 사이를 누비고 있는 것이다. 저들이 이 아름다움을 일구어 냈구나……저이들이 이 멋진 일을 해냈구나..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지는 게 있다면 이런 모습일 것이다. 박수에 힘이 들어가고 와인 잔이 부딪히면서 그가 인사 하는 모습에서 그간의 노고가 전해져 오는 소리가 들렸다.
행복이 감기와 같은 게 하나 있다면 그것은 전염성일지도 모른다. 뉴욕으로 돌아오면서 제이미와 나는 행복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음을 알았다. 우리는 비행기에서 내내 계속 웃고 즐거워했다. 미국에서도 팬 사인회와 강연회가 있을 예정이란다. 그가 오는 날을 기다리며 맛있는 와인을 고르는 재미가 남아있을 것 같다. 뉴욕에서는 우리 집 이층 방에서 머물게 해야겠다. 녀석이 해 주는 맛있는 요리와 와인과 끝도 없는 수다가 이어지겠지..
영어로만 말하던 제이미가 요즘 들어 계속 한국 말로 말을 걸어온다. 한글 일기를 쓰는가 하면 한글 인터넷도 꼭 보고 있다. 웬일로 그렇게 열심히 하냐고 묻자 씨익 웃고 있다. 새로운 꿈이 하나 생겼는데 그건 바로 종윤의 영어판 책을 내는 것이라며 매력적인 눈을 반짝거린다. 하긴 제이미는 문학이 부전공이었니 어울리는 일이다. 언젠가 뉴요커들이 제이미가 번역한 그의 책에 열광하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재미있고 신나는 상상이다.
책상에 앉아있던 제이미가 갑자기 나를 큰 소리로 부른다.
“어 왜?”
종윤의 스캔들 기사가 또 나왔다며 가리킨다. 요즘 종윤은 연예인 버금가는 스타로 파파로치가 늘 그를 둘러싸는 바람에 여기저기서 사진이 찍히는 듯, 연예 신문 가십거리를 장식하고 있다. 어떤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인과 뜨겁게 포옹을 하는 사진이다. 이런 이런…어쩌자구....
“음..이 여자 아주 섹시한데…. ㅎㅎ”
“그러게..어 꽤 괜찮은데..?? ㅋㅋ”
제이미가 죽는다고 웃어대고 있다. 얼짱 각도에서 찍힌 내가 그 사진 속에 있었다. 아마도 그 날 헤어지는 순간, 번갈아 포옹을 할 때 찍힌 모양이다. 둘 다 킬킬거리며 머리를 컴퓨터에 들이민다. 허파 속에 들어간 바람은 하루 종일 그 상태로 그들 곁에서 떠나질 않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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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를 수행하다 보니 상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잠시 사랑해야 글이 나올 것 같았다. 유부남 오래 붙잡고 있어봐야 좋은 거 하나도 없고 주원이랑 그의 짝꿍이 눈에 걸려 딱 하루만 그를 생각하고 썼다. 넉넉한 주원맘의 이해를 구하며..
근데, 어 잠깐…그러고 보니 나를 쓰게 되어있는 그 남자. 그도 이런 감정이 들면 워쩐디야..에고..그 남자야. 부탁이니 날 사랑하지 말아다오. 암만 봐도 우린 영 아니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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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인
이 글을 쓸때 그렇게 즐거웠던 이유는 그럼 다른데 있었다는 것일까? 조사하면 다 나오는구나..그럴 의도는 전혀 없었는데 말야.하하(긁적긁적),
어쩜 종윤씨는 현실에서 이보다 훨씬 우리를 감동먹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가끔 종윤씨에게 놀라는 것은 그대의 글에는 "감동"이 있다는 거지요. 그거 사실 참 하고 싶지만 잘 안되거든요. 출중한 능력 많이 많이 발휘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숲속의 향기님. 안녕하세요. 처음 뵙네요.
같이 설레이셨다니 신종윤님의 글을 좋아하시는 분 같습니다.
참 반갑고 제 글도 편안하게 읽어주셨다니 저도 기쁘네요. 자주 뵙지요..
어쩜 종윤씨는 현실에서 이보다 훨씬 우리를 감동먹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가끔 종윤씨에게 놀라는 것은 그대의 글에는 "감동"이 있다는 거지요. 그거 사실 참 하고 싶지만 잘 안되거든요. 출중한 능력 많이 많이 발휘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숲속의 향기님. 안녕하세요. 처음 뵙네요.
같이 설레이셨다니 신종윤님의 글을 좋아하시는 분 같습니다.
참 반갑고 제 글도 편안하게 읽어주셨다니 저도 기쁘네요. 자주 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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