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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24일 11시 28분 등록
현재 남성 중심의 성문화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여성들은 폭력에 대한 제어나 자기 방어가 어렵기 때문에, 다양한 여성폭력의 경험으로부터 자신을 분리시키려 한다. 그것은 남성 중심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한 여성들의 무의식적인 행동이다. 자신을 몸에서 ‘분리시킴으로써’ 스스로를 폭력 경험 이전의 상태로 보존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노력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분리는 여성의 몸과 마음의 분리라는 개인적 억압으로 연결된다. 개인적 억압에서의 몸과 마음의 분리는 폭력의 상처를 겪는 과정에서 여성 피해자들이 살아남기 위한 적응의 ‘전략’이다.

이 무의식적인 분리는 여성들이 스스로의 내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바라보는 통로를 가로막게 되고, 그것은 일상의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스트레스는 감정을 자극하는데, 몸은 그 자극을 줄이기 위해 긴장되고 굳어진다. 이렇게 몸이 굳어지고 긴장되면 자신의 몸을 느끼지 못하고,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억압, 부정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들은 자신감을 상실하게 하고 다른 사람과 접촉하는 것도 어려워져 대인 관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된다. 무의식적으로 끊임없이 반복되는 분열과 스스로의 억압은 그들의 내면과 몸에 그대로 기억되고 남겨지게 된다. 몸에 체화된 기억과 정서들은 스스로 직면하여 만나주고 표현해 내지 않으면, 몸과 마음을 떠나지 못한 채 고착되어 일상을 지배하게 된다.

따라서 춤(움직임)을 통한 작업은 이러한 여성폭력 피해자들을 치유하기 위해서 명상과 동작 치료의 골격을 응용하여 만들었다. 여기서 명상은 자기 스스로의 수행을 통해 의식(구체적으로 몸, 마음, 행동)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으로서, 그 수행은 주의를 비분석적 방식으로 집중하는 것이다(김정호, 1997). 이는 서양의 분석 위주 상담 및 심리 치료와 가장 다른 점이기도 하다.

명상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절대적 의미의 명상과 상대적 의미의 명상이 그것이다(장현갑, 2000). 심리학에서 다루는 명상은 후자의 것으로, 존재를 제한시키는 주관적 편견과 선입견에서 벗어나 보다 밝고, 자유롭게 사물을 볼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특히 현대의 명상은 마음의 안정과 신체적 건강, 스트레스 해소 등의 보편적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명상은 이완 상태와 의식을 변경할 수 있는 상태를 가능하게 하며, 고통을 완화시키고 심리적 성장을 촉진시킨다. 자신의 가능성을 최대한 신장하려는 역동적이고 능동적인 노력을 하고, 개인의 의식을 보다 확장시키는 과정이기에 상담 및 심리 치료와 동일한 효과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명상은 체험적이고, 자신을 수용함으로서 통찰을 얻는 형태로 효과를 나타낸다는 점에서 특이하다(변미혜, 2004). 이러한 명상을 함께 활용한다면 그 효과는 더욱 증대되고, 치유 과정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창작과 치유의 연결선은 모든 것에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김진숙, 1993). 여기에는 채워지기 위하여 비워야 한다는 이치와, 잠재력 만나기라는 개념도 포함된다.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도록 동작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춤으로 인한 치료 효과는 마음의 자유를 얻는 상담의 효과나 명상의 효과와 통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춤은 언어가 나타나기 이전의 고대 사회부터 인간의 의사소통이 동작을 통해 이루어졌다. 타인의 동작을 모방하면서 서로 조화와 일치됨을 알게 되고, 공감이 형성되고 대화가 가능했다. 이러한 신체를 도구로 사용하는 예술은 무용이었고, 인간의 움직임을 통한 동작 예술은 신으로부터 인간에게 가져다 준 하나의 선물로 간주되었다.

Winnicott(1971)는 무용/동작 치료의 역할을 창작 행위 자체가 가지는 치유성과 저항심을 저하시켜 치료 관계를 성립시키는 것, 그리고 심리 역동의 구조를 재정비하는 것으로 보았다. 내면의 무의식 세계와 외부의 의식 세계가 만나는 지점을 변화의 공간이라 하면서, 모든 치료 현상이 일어나는 곳이라 하였다. 또한 Duggan(1981)도 “복잡한 신체와 정신의 상호 작용을 인식하고 신체 운동 수준에 대한 중재를 통해서 정서적, 인지적 및 신체적 기원을 갖는 장애를 다룬다는 점에서 총체적인 접근”으로 무용/동작 치료를 정의한다. Jung도 무용/동작 치료의 치료 요인으로 ‘인간 정신이 개념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행위와 행동 위에 존재 한다’라고 제시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무용/동작치료의 기본 가정이다. 인간은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서 신체를 지지하고, 힘을 공유하며, 균형과 이완, 집중, 유연성과 자발적인 행동을 익혀나간다(임용자, 2001)는 것이다.

무의식 속에 억압된 사고와 감정이 신체적 증상으로 전화된다고 하여 신체적 역할을 가장 중시한 게슈탈트 심리 치료에서도, 심리 현상 내에서 소외된 신체 과정을 포함하여 ‘지금-여기’의 자각 과정에서 신체 자각은 치료에 중요한 부분으로 되어있다. 무용 치료에서는 치료 과정에서 동작의 창작성이 치료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인식하였으므로 즉흥적인 무용의 측면을 중시한다. 치료를 위해 개인의 무의식적 감정에 접근하는 방법에 창의적 동작을 도입하는 것이 중요한 목적이 된다(임용자, 2001). 또한 Costonis(1978)는 개인의 행동 변화를 위해 도입되는 동작이 문화적 또는 예술적 측면에서의 무용 기술에만 국한하지 않고, 내담자의 일상 생활의 움직임을 리듬 있게 확장한 보다 넓은 범위의 동작 유형을 치료에 적용하는 것이라 하였다(변미혜, 2004, 재인용).

이와 같이 무용/동작 치료에 있어서 중요한 점은 자기 자신을 경험할 수 있는 개인의 능력을 확장시켜 준다는 것이다. 이 신체의 움직임은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자각하고 행동하는 통찰의 한 형태로 나타난다. 또한 움직임은 정상적인 대화에서 발견되는 상호 작용적인 동시성과 유사하며 이는 대화와 같다. 이런 무용/동작 치료에 대한 기본 골격이 춤(움직임)을 통한 작업의 기본적인 바탕이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몸의 움직임은 변화의 수단이 되고 변화의 초점이 된다. 성폭력 피해자들도 자신의 피해 경험을 자신의 몸의 움직임을 통해 표현하며 이러한 피해자들의 독자적이고 창의적인 움직임이 피해자들에게 전달되면서 치유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즉 피해자들의 창작 활동은 ‘지금-여기’의 분노의 표현이자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삶의 표현이 된다. 또한 어느 피해보다도 몸의 경험을 수반하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안전한 공간에서 다양한 움직임을 통해 방어를 최소화 하면서 참여자의 몸을 여는 것이 본 프로그램의 목적이다. 춤(움직임)은 성폭력 피해자들, 나아가 여성들의 내면과 몸과의 관계를 인식하고 자신들의 감정과 몸의 변화의 초점이 된다. 춤(움직임)을 통해서 피해자들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몸을 사용하여 과거를 넘어 현재까지 스스로 억압하던 방식을 변화시키고 인식하도록 도와준다. 여성의 삶의 경험에서 성폭력 피해 경험만을 분리시켜 다루기보다는 그 내용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몸을 움직이고, 확장시켜 자신의 몸을 발견하도록 돕는다.

‘춤(움직임)’은 삶의 가장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며 총체적인 자기표현 방법이며, 생명의 본성적인 표현, 즉 자신의 모두를 그대로 드러내는 행위이다. 자신의 내면과 몸의 관계를 인식하게 되는 순간부터 여성들은 자기 자신의 신체적 조건이나 심리적 현상을 그대로 경험하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느낌, 생각, 행동 등 여러 가지 심리적인 현상 또한 자기의 것으로 인정하고 책임지는 연습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연습들은 과거와 미래 속에서 바라보는 ‘지금’을 현실로 인정하고 이에 직면하는 힘을 주체적으로 찾아가게 된다. 즉 자기 자신을 경험 할 수 있는 개인의 능력을 확장시켜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 확장은 타인과의 관계 또한 확장시켜나가는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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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7.12.25 17:19:39 *.131.127.91
동작치료에 대해서 좀 기억이 있는데...
춤테라피 ... 그렇군요.

생각 (피해의식)으로 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은
생각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이거나 다른 시각으로 바라 볼 수
있는 것인데 ...

움직임치료로서 춤은 건강하지요
긍정적이고 건전하고 ...

정서행동을 통해 인지평가를 재구성하는 것이니까
움직임을 느끼게 되면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겠군요

자아를 강화하여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대체하여 새롭게 하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입니다.

과거를 묻어두는 것이 아니라
분해해서 없애버릴 수 있는 방법이죠...

' Rebirth '
다시 태어나는 거... 괜찮은 방법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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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
2007.12.26 13:58:59 *.236.47.54
백산님은 누구보다도 '몸'에 대해서 자신만의 경험과 철학을 가지고 계신분일거란 생각을 늘 했었지요.

현재 제가 일하는 분야에서는 내담자의 상대화에 초점을 맞춘 여러가지 아이디어들이 생겨나고 있어요.
음.. 여기서 이걸 다 나열할 수 없지만..
백산님 다음에 뵈면 이런저런 이야기 나어 보았음 합니다.
한해 맛깔스럽게 마무리 하세요. ^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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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7.12.29 00:07:54 *.131.127.42
소현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소매틱스 (somatics) 에 대해 참고 하시면
도움이 되실거같군요.

감각-운동 주체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때문에
한 번 찾아보심 많은 참고가 되실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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