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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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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25일 07시 42분 등록

얼마 전, 어릴 적 절친들을 만나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가족이야기가 나왔다.

아들 둘 다 의사로 둔 친구가 제일 신나게 말을 많이 한다. 들어보니 그럴 수 밖에 없다.

큰 아들은 병원의 한 달 인건비로 00만원이 나간다, 둘째 아들은 자신에게 백지수표에 해당하는 카드를 주었으며, 의사 며느리는 자기 아들에게 벤츠를 사주었다는 것이다. 둘 다 개원해서 엄청난 돈을 벌고 있으며, 어느 새 최고급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둘째 아들은 애기도 벌써 둘을 낳아 양가 부모가 이리저리 돌봐주고 입주 도우미도 있어 한 달에 얼마를 준다는 등 자식들의 성공에 대한 뿌듯함이 온 몸에서 풍기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어려운 살림 속에서도 시어머니를 수 십년간 모시고 살았고, 어려운 시동생들을 도와 결혼자금까지 대주는 등 갖은 고생을 한 것을 알고 있기에 드디어 그 결실을 보는구나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의사가 되려면 학교 공부에. 인턴 레지던트과정에  10년 이상을 노력해야 한다. 교육비도 엄청나게 든다. 잠도 제대로 못 잔다. 혹 실수할까 늘 공부해야 한다. 사람의 생명을 쥐고 있기 때문에 의사 자신도 고통 속에서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엄마인 그녀도 의사란 고달픈 삶을 선택한 자식들을 위해 불철주야 뒷바라지 해 왔다.

또 옛 부모님들이 그러셨듯이 그녀도 절약 절약하며 살았다.

요 몇 년 전까지도 그녀의 차는 빨간색 제일 작은 차, 티코였던가를 타고 다녔다. 누가 뭐래도 그녀는 주차하기 편하다며 그 차를 끌었었다. 심지어 내가 입던 헌 옷 까지 입겠다고 가져간 적도 있었다. 나보다 키가 훨씬 큰 그녀였지만 내게는 팔이 길어 접어 입던 것을 가져간 것이다. 그런 삶을 두 아들이 보았기에 아들들이 부모를 위한다고 생각한다.

두 아들은 나중에 의료선교사로 갈 것이라며 더욱 뿌듯해한다.


그렇지만 남편은 과로와 피로 탓인지 신장에 탈이 났다고 한다. 그래서 아무 음식이나 먹으면 안 되기에 하루 세끼 꼬박 식사를 준비해야 된다니 잠시라도 그녀가 게으름을 떨 시간은 언제 주어질까. 이렇게 아버지들이 자기 인생을 사는 것이기도 하지만 자식을 위해 일하다 병들기도 하는데  이상한 유머로 아버지들, 남자들의 사기를 은연중에 꺾는 많은 말들을 하거나 퍼뜨리는 자들을 나는 미워한다.

또 의사 형제나 며느리들 사이에 혹여 작은 경쟁이라도 일어날까 말 한마디, 행동하나 조심하면서도 기본은 엄격하게 이끄는 그녀를 보면 제대로 된 가정교육 현장을 보는 것 같다.




또 한 친구도 두 아들 중 한 아들이 의사여서 그녀의 얘기를 열심히 듣는다.

벌써 혼자가 된 이 친구는 한 아들과 함께 살면서 또 다른 아들이 혹여 싫어하지 않을까  이런 저런 고민을 하지만 남편이 돌아갔어도 아들들이 그 여백을 채워주고 있었다.

그녀를 보면 이 세상에 가장 귀한 일은 가정을 이루어 후손들을 키워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구저러구 말 말고 자식을 잘 키우는 일이다. 요즘 결혼도 안한다, 애도 안 낳는다 하는 풍조를 걱정한다. 장례식장에서 그래도 울어주는 사람, 끝까지 옆을 지켜주는 사람, 이해해주고 알아주는 사람은 가족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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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사촌 오빠는 일요일마다 자기 아버지를 뵈러 오면서 '우리는 여기가 교회야' 하는 말을 한다.

겉으로는 웃었지만 이 말이야말로 우리가 소홀히하던 가족간의 사랑이 무엇인지를 재확인시켜 주었다.

요 얼마전 혼자 된 이모 옆에는 두 아들이 번갈아가며 엄마 옆을 지킨다.

외사촌 동생이 '엄마는 일찍 아버지를 따라가지 마세요, 이제 혼자 편히 쉬고 계시는데' 해서 웃었다.


글을 쓰다보니 부끄러운 마음 한량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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