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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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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28일 11시 41분 등록

[돈돈돈. 돼지 삼형제]

지난주 목요일이었다. 업무협의차 강남의 모은행 PB센터를 방문하게 되었다.

PB센터. 여러분은 PB센터란 곳에 대해서 많이 듣기는 했지만 아마도 거의 방문한 적은 없을 것이다.(회원의 자격으로 방문한 적이 있다면 대단한 부자임에 틀림없다. 좋겠다. 부럽다. 나와 친분을 맺고 싶은 생각은 없는가? -_-;;) PB는 Private Banking의 약자로써 소위 부자라고 하는 사람들의 개인자산을 별도로 관리하고 불려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PB센터는 최근 시장에서 유행 중인 귀족 마케팅 즉, 프리미엄 마케팅의 필요성에 의해 생겨난 조직이다. 현재 각 은행별로 많은 자금을 투입하여 조직 확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더 많은 귀족들을 예치하기 위해 이전투구 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이 PB센터의 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 5억원 이상의 돈을 이 은행에 예치하여야만 한다. 다른 타은행의 경우 예치조건이 10억원 이상이어햐 함을 비교할 때 이 은행은 파격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 이 은행에서는 좀 더 높은 계층의 귀족을 유치하기 위해 금융자산 30억원 이상의 Hihg - Class 고객을 별도로 유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흠.. 30억원이라.. 1개은행에만 적용되는 사항이기 때문에 타 은행, 증권사의 예치금액, 부동산 자산인 집, 토지 금액까지를 합칠 경우 최소 70-80억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해야만 High - Class 고객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있다 하겠다.

난 태어나서 처음 PB센터란 곳을 들어가 보았는데, 한마디로 으리으리했다. 일단 입구부터 보안장치에 의해 회원이 아니라면 출입이 불가능하도록 해 놓았으며, 내부에는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게시하여 갤러리에 온 것과 같은 효과도 내고 있었는데, 이 전시 작품들은 고객대상으로 판매도 이뤄진다고 한다. 참고로 내가 방문했던 방의 그림(미술 문외한이라 누구의 작품인지는 잘 모르겠다) 가격은 무려 삼천만원이란다. 순간 그 작품을 떼어서 창문으로 뛰어 내리고픈 충동이 일었으나, 무사히 잘 넘겼다.^^ 역시 난 변경연 4기 연구원 특히, 돈관리 연구원으로서의 자격이 충분하다.

업무협의차 만난 PB센터의 팀장은 처음부터 ‘돈’에 대해서 강조했다. 돈만 있으면 자신들과 같은 PB들이 자산관리에서부터 투자상담 그리고 사소한 개인일까지 다 봐준다고 한다. 한마디로 돈만 많으면 세상 편하게 살 수 있고 대접받으며 살 수 있다고 돈이 최고라며 돈에 대한 칭찬을 엄청 해댄다. 돈돈돈. 豚豚豚. 돼지 삼형제. 돼지 몰러 나간다~ 돈돈돈. 그러면서 5억만 있으면 된단다. 5억만 이 은행에 예치해 놓으면 귀족과 같은 대접을 받으며 세상을 내려다보며 살 수 있단다.

한때 돈 모으기에 대한 열풍이 분 적이 있었다. 소위 ‘10억 만들기’에서부터 시작하여 ‘나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식의 재테크 서적의 홍수 그리고 모 카드회사 광고카피 조차도 ‘부자되세요~’ 였다. 부자가 트렌드였다. 부자가 되는 것이 삶의 목표였고 살아가는 목적이었다. 그만큼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글자 그대로 ‘자資(돈)’가 ‘본本(근본)’이 될 수 밖에 없는 세상인 것이다.

나 또한 ‘돈’에 대한 끝없는 욕망을 드러낸 적이 있었다. 구체적으로 돈을 얼마나 모을 것인가 하는 연도별 계획까지 세웠으니까. 어디 한번 보자. 프로젝트명이 거창하게 ‘50세까지 40억원 모으기’였다. 07년인 작년에는 계획상으로 최소 5억을 모아야만 했다.(-_-;;) 08년인 올해는 7억(헉..), 09년엔 10억(산 over 산)... 그리고 50세가 되는 2017년엔 40억을 모을 예정이었다. 왜 40억 이었을까? 그당시 어느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얼마의 금액이면 평생 일하지 않고 쓰면서 살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해 대다수의 사람들이 최소한 20억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대답하였다. 그래? 난 단순했다. 그러면 난 거기에 따블. 그래서 40억이었다. 명쾌하지 않은가?^^

지금은 연구원 생활을 하면서 내 삶에서 돈의 중요성이 다소 희석되고 있는 느낌이다. 돈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게 있다. 바로 생명이다. 삶이다. 일상이다. 돈으로 바꿀 수 없는 건 역시 시간이다. 유한성의 한계를 가진 인간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건 역시 인간의 마음이다. 요즘 많은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꿈을 잊은채 ‘돈’을 목표로 목적으로 삶을 희생하고 있다. 또한 많은 중년들이 도박, 투기에 빠져 삶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위대한 신화학자 조셉 캠벨은 자신의 소명을 다하는 삶을 살았다. 사회가 원하는 삶,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 자신의 본 모습을 위장하는 삶이 아닌 즉, 외면을 중시하는 삶이 아닌 순수한 내면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삶을 살았다. 그러한 결과로 그는 죽을 때까지 이 세상 가장 위대한 신화학자로서의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도 외면이 아닌 내면의 목소리에 관심을 기울여야만 한다. 요즘 같은 혼란의 시대에 그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있어 본인이 그 목소리를 감지하고자 하는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못한다면 점점 듣기 어려워질 것이다. 고로 우리는 항상 스스로를 닦고 영혼과 교감할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만 한다. 그것이 캠벨이 말한 천복을 쫓는 방법이기도 하다. 사는 것 참 어렵다. 하지만 ‘돈’에 휘둘리는 삶, ‘돈’에 의해 가려지는 삶의 모습은 무척 안쓰럽게만 보인다. 명심하자. 돈은 돈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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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2008.04.28 13:45:48 *.97.37.242
돈에 대해 초연한 걸 보니 재무팀장은 잘 뽑았네 ㅎㅎㅎ

그런데, 지난번 퀴즈 정답 발표는 않하는가? 궁금허이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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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8.04.28 14:33:54 *.244.220.254
ㅎㅎㅎ 그래도 '돈'은 중요해요.
조셉 캠벨 말따나 생명의 자기유지를 위해 살아있는 생명을 먹을 수 밖에 없는 치열한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사부님의 밥벌이만큼 치열한 것은 없다는 말씀에 백번 공감합니다. 그래도 형님의 따뜻한 삶에 대한 시각, 돈에 대한 눈빛에 많이~ 공감한답니다.

참고로 은행의 PB들의 자산 포트폴리오는 화려한 외양만큼 내실은 별반 차이가 없답니다. '전문가'라는 브랜드에 절대 기죽을 필요없습니다. 그러면 국내 PB들이 이미 모두 부자가 되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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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우
2008.04.28 14:46:04 *.122.143.151
정산형님.. 지난번 퀴즈 정답, 지난번 칼럼 댓글로 올려 놨습니다. 참고하셔여~ ㅋ

거암, 맞다, 돈, 밥벌이는 중요하다. 또한 그것이 더욱 더 중요한 이유는 '가족'이 있기 때문이지. 나야 굶어도 가족은 굶길 수 없지. 쉽지 않은 현실이다. 그래서 돈과 소명에 대한 적절한 균형이 필요한 것이고, 그 균형점을 찾기 위해 우리 창조적부적응자들은 더욱 더 치열하게 실험을 하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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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
2008.04.28 17:15:26 *.127.99.34
저도 돈 개념이 없어서
돈에 관한 책을 3권이나 사다왔는데
읽을 엄두를 못내는 걸 보면
돈과 저는 서로 원하지만(나만?)
끌리는 사이는 아닌가봐요.

재우님
40억, 꿈대로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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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쟁이
2008.04.28 20:13:26 *.52.236.185
내가 누군가의 손을 잡기 위해서는 내 손이 빈 손이 되어야 한다. 내 손에 너무 많은 것을 움켜쥐지 말아야 한다. 내 손에 다른 무엇이 가득 들어 있는 한, 남의 손을 잡을 수 없다. 소유의 손은 반드시 상처를 입으나, 텅 빈 손은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한다.

정호승 시인의 산문, <빈 손은 사람의 생명을 구한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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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신글과 어울리는 내용이라고 생각했어요.
자기 자신의 생명을 구하는 것도 어쩌면,
텅 빈 손일 지 모르니까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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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박
2008.04.30 07:15:14 *.218.204.42
ㅎㅎㅎㅎ 돈모으기 열풍이던 때가 정말 있었죠. 요즘도 그다지 식은 것 같진 않지만.. 말씀하신대로 돈에 대한 목표달성치는 늘 부족했던 것 같아요. 늘 허황된 숫자를 늘어놓기만 했죠.

요즘 [신화의 힘]을 읽고 있는데, 정말 좋네요.
형 글을 읽으면서 어젯 밤에 읽은 이 구절이 떠올랐어요.

"천복 같은 것과는 상관없이 성공을 거두는 사람도 있겠지요. 그런 성공으로 사는 삶이 어떤 삶일까 한번 생각해보세요. 평생 하고 싶은 일은 하나도 못해보고 사는 그 따분한 인생을 한번 생각해보세요. 나는 학생들에게 늘, 너희 육신과 영혼이 가자는 대로 가거라, 이런 소리를 합니다. 일단 이런 느낌이 생기면 이 느낌에 머무는 겁니다. 그러면 어느 누구도 우리 삶을 방해하지 못합니다."

그 실만은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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