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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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연의 연구원 생활을 시작한지 1개월이 지났다. 연구원 선발 레이스를 위해 자기소개서를 준비하기 시작한 때가 2월이니, 변경연을 머리 속에서 하루도 잊지 않고 지내온 시간이 3개월 정도 되었다. 3개월 동안 난 무려 20여 페이지가 훌쩍 넘는 방대한(?) 분량의 자기소개를 썼으며, 9권의 두꺼운 책을 읽고 북리뷰를 썼으며, 나의 장례식 스피치를 썼으며, 이번 컬럼을 포함해 7편의 컬럼을 썼다. 평생 이렇게 정기적으로 그리고 많은 글을 써본 적이 있었던가? 물론 없었다. 운이 좋았던 건지 나빴던 건지 모르겠지만 결코 없었다.
난 연구원 생활을 왜 시작했을까? 이유는 많다. 사부님을 뵙고 싶었고, 사부님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싶었고, 그냥 읽으라면 절대 안 읽을 것 같은 책들을 1년 내내 한번 읽어보고 싶었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도 글을 써보고 싶었다. 글을 써서 나중에 책을 내고, 반드시 사부님과 같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것이 아니다. 물론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글을 통해 나 자신에 대해 그야말로 제대로 한번 알아보고 싶었다. 자기 자신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많은 문제를 만들어내는가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는지 그리고 앞으로는 무슨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야 될지 등등 글을 통해 한 번 찾아보고 싶었다. 나 자신에 대해 탐구하는 것. 글을 쓰는 것보다 좋은 방법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잘 쓰지는 못하지만, 말보다는 항상 글이 편했다. 아마도 말솜씨가 좋은 편이 아니라 더욱 그런 듯하다. 나는 말을 한마디 하기 위해서 많은 생각을 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는 항상 문구점에서 편지지를 사고, 한자 한자 정성스레 손으로 꾹꾹 눌러가며 편지를 보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글을 써야 내 생각이 정리되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가능했다. 학교 다닐 때도, 시험 보는 건 싫었지만, 레포트를 쓰는 건 좋았다. 학점에 상관없이 맘 편하게 할 수 있었다. 다행이 시험을 보는 것보다 성적도 잘 나와 주었다. 그렇다고, 평소 일기를 쓰거나 메모를 열심히 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연구원 생활을 시작하고 이렇게 주말이면 하루 종일 글쓰기를 해야 한다. 컬럼이란 것, 다른 연구원들은 술술 잘도 쓰는 것 같아 보이는데, 나만 그렇지 않은 것 같이 느껴질 때도 있다. 일요일 오후가 되어 가는데도 컬럼을 쓸 주제가 떠오르지 않으면 불안, 초조해진다. 물론 그러한 불안감이 기분 나쁘지는 않다. 약간의 스릴이라고 해야 할까? 즐길만한 불안감이다.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를 고통에 비유하곤 한다. 글쓰기 뿐 만이 아니라, 모든 창작의 과정이 그러할 것이다. 나의 경우 글쓰기를 고통이라고 느낄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마감시간에 맞추어 글을 써야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일주일 내내 따라다닌다. 일주일 내내 따라다니는 그 부담감은 일요일에 과제를 올리고 난 후, 바로 또 새로운 부담감으로 교체된다. 또한 글을 쓰는 것은 좋던 싫던 나를 드러내기 마련이다. 나의 좋은 점만 드러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게 될 수 없다는 것을 이 짧은 연구원 생활을 통해서도 깨달았다. 알랜 치넨 역시 그의 저서 ‘인생으로의 두 번째 여행’을 통해 책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교묘하게 빼먹기 위해 노력했으나, 그것이 헛수고였음을 밝히고 있다. 작가로 활동하는 사람이 그렇다는데, 나같은 초짜는 오죽 하겠는가?
알낸 치넨은 고통은 치유와 한 통속이라 했다. 고통이 곧 치유의 능력이란다. 고통을 통해 인간은 타인에 대한 동정심을 느끼고,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기성찰과 자기변형의 과정을 통해 그동안 깨닫지 못한 것들에 관심을 갖게 된다고 한다. 질병은 개인에게는 자신을 삶을 반성하게 하고, 자신의 어두운 부분인 잘못과 단점, 악덕을 반성하게 한다. 신체적 증상은 생활 속에서 애써 피하려고 하는 많은 문제들을 인정사정없이 드러낸다. 즉, 인간은 고통을 통한 치유의 과정을 통해 시선을 각자의 내면으로 향하도록 변화하며, 그 내면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갈 자원들을 발견 한다는 것이다.
글쓰기는 나 스스로가 껴안은 나의 질병이요 고통이다. 사실이 그렇다. 이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컬럼이건 북리뷰이건, 글을 쓰기 위해서는 항상 안테나를 내 가슴속 깊은 곳으로 향하고, 잠깐 동안 불이 들어오는 그 때를 기다려야 한다. 흔한 말로 그 분이 오실 때를 기다리는 거다. 그동안 그 불이 수없이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눈치채지 못한 채 살아왔을 것이다. 내 내면의 소리들을 물고기 낚듯이 제대로 낚아 올려야 할 것이다. 그래서 저 깊은 곳에서 내가 하는 소리에 항상 귀 기울이게 된다. 이런 생활이 1년 이상 지속된다면, 내가 애초에 글쓰기를 통해 얻고자했던, 나 자신에 대한 전문가가 되는 것은 어느 정도 달성할 것이라 본다. 글쓰기를 통해 나 자신을 치유해가는 과정, 이 1년의 과정이 지나면 난 얼마나 호전되어 있을지 사뭇 기대된다. 어디서 들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말이 떠오른다. 고통과 쾌락은 한 끗 차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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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연구원 생활을 왜 시작했을까? 이유는 많다. 사부님을 뵙고 싶었고, 사부님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싶었고, 그냥 읽으라면 절대 안 읽을 것 같은 책들을 1년 내내 한번 읽어보고 싶었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도 글을 써보고 싶었다. 글을 써서 나중에 책을 내고, 반드시 사부님과 같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것이 아니다. 물론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글을 통해 나 자신에 대해 그야말로 제대로 한번 알아보고 싶었다. 자기 자신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많은 문제를 만들어내는가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는지 그리고 앞으로는 무슨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야 될지 등등 글을 통해 한 번 찾아보고 싶었다. 나 자신에 대해 탐구하는 것. 글을 쓰는 것보다 좋은 방법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잘 쓰지는 못하지만, 말보다는 항상 글이 편했다. 아마도 말솜씨가 좋은 편이 아니라 더욱 그런 듯하다. 나는 말을 한마디 하기 위해서 많은 생각을 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는 항상 문구점에서 편지지를 사고, 한자 한자 정성스레 손으로 꾹꾹 눌러가며 편지를 보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글을 써야 내 생각이 정리되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가능했다. 학교 다닐 때도, 시험 보는 건 싫었지만, 레포트를 쓰는 건 좋았다. 학점에 상관없이 맘 편하게 할 수 있었다. 다행이 시험을 보는 것보다 성적도 잘 나와 주었다. 그렇다고, 평소 일기를 쓰거나 메모를 열심히 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연구원 생활을 시작하고 이렇게 주말이면 하루 종일 글쓰기를 해야 한다. 컬럼이란 것, 다른 연구원들은 술술 잘도 쓰는 것 같아 보이는데, 나만 그렇지 않은 것 같이 느껴질 때도 있다. 일요일 오후가 되어 가는데도 컬럼을 쓸 주제가 떠오르지 않으면 불안, 초조해진다. 물론 그러한 불안감이 기분 나쁘지는 않다. 약간의 스릴이라고 해야 할까? 즐길만한 불안감이다.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를 고통에 비유하곤 한다. 글쓰기 뿐 만이 아니라, 모든 창작의 과정이 그러할 것이다. 나의 경우 글쓰기를 고통이라고 느낄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마감시간에 맞추어 글을 써야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일주일 내내 따라다닌다. 일주일 내내 따라다니는 그 부담감은 일요일에 과제를 올리고 난 후, 바로 또 새로운 부담감으로 교체된다. 또한 글을 쓰는 것은 좋던 싫던 나를 드러내기 마련이다. 나의 좋은 점만 드러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게 될 수 없다는 것을 이 짧은 연구원 생활을 통해서도 깨달았다. 알랜 치넨 역시 그의 저서 ‘인생으로의 두 번째 여행’을 통해 책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교묘하게 빼먹기 위해 노력했으나, 그것이 헛수고였음을 밝히고 있다. 작가로 활동하는 사람이 그렇다는데, 나같은 초짜는 오죽 하겠는가?
알낸 치넨은 고통은 치유와 한 통속이라 했다. 고통이 곧 치유의 능력이란다. 고통을 통해 인간은 타인에 대한 동정심을 느끼고,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기성찰과 자기변형의 과정을 통해 그동안 깨닫지 못한 것들에 관심을 갖게 된다고 한다. 질병은 개인에게는 자신을 삶을 반성하게 하고, 자신의 어두운 부분인 잘못과 단점, 악덕을 반성하게 한다. 신체적 증상은 생활 속에서 애써 피하려고 하는 많은 문제들을 인정사정없이 드러낸다. 즉, 인간은 고통을 통한 치유의 과정을 통해 시선을 각자의 내면으로 향하도록 변화하며, 그 내면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갈 자원들을 발견 한다는 것이다.
글쓰기는 나 스스로가 껴안은 나의 질병이요 고통이다. 사실이 그렇다. 이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컬럼이건 북리뷰이건, 글을 쓰기 위해서는 항상 안테나를 내 가슴속 깊은 곳으로 향하고, 잠깐 동안 불이 들어오는 그 때를 기다려야 한다. 흔한 말로 그 분이 오실 때를 기다리는 거다. 그동안 그 불이 수없이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눈치채지 못한 채 살아왔을 것이다. 내 내면의 소리들을 물고기 낚듯이 제대로 낚아 올려야 할 것이다. 그래서 저 깊은 곳에서 내가 하는 소리에 항상 귀 기울이게 된다. 이런 생활이 1년 이상 지속된다면, 내가 애초에 글쓰기를 통해 얻고자했던, 나 자신에 대한 전문가가 되는 것은 어느 정도 달성할 것이라 본다. 글쓰기를 통해 나 자신을 치유해가는 과정, 이 1년의 과정이 지나면 난 얼마나 호전되어 있을지 사뭇 기대된다. 어디서 들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말이 떠오른다. 고통과 쾌락은 한 끗 차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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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ㅎㅎㅎㅎㅎ, 막 웃음이 나온다.
지환, 미안허이. 하지만 이 웃음은 동병상련의 웃음이야. 이해하게나.
난 지환이는 큰 고민하지 않고 글을 아주 쉽게 써댈 수 있는 재주를 갖은 사람 같다고 생각 했거든..... 지환의 글을 보면 재미나게 쓰고, 또 읽기 쉽게 쓰고...해서 그런 생각을 갖게 만들거든... 그런데 내가 느끼는 초조함이나 중압감을 비슷하게 느낀다고 하니, 이걸 어쩌나. 반갑구먼.
나도 그런 부담감을 자주 느끼곤 하는데, 그럴 땐 이런 주문을 가끔 생각한다네.
"즐기자. 잘 안돼더라도 즐기면서 가자. 어차피 즐겁자고 사는 인생 아닌가!"
우리 같이 즐기면서 재미나게 가보세. ㅎㅎㅎ
지환, 미안허이. 하지만 이 웃음은 동병상련의 웃음이야. 이해하게나.
난 지환이는 큰 고민하지 않고 글을 아주 쉽게 써댈 수 있는 재주를 갖은 사람 같다고 생각 했거든..... 지환의 글을 보면 재미나게 쓰고, 또 읽기 쉽게 쓰고...해서 그런 생각을 갖게 만들거든... 그런데 내가 느끼는 초조함이나 중압감을 비슷하게 느낀다고 하니, 이걸 어쩌나. 반갑구먼.
나도 그런 부담감을 자주 느끼곤 하는데, 그럴 땐 이런 주문을 가끔 생각한다네.
"즐기자. 잘 안돼더라도 즐기면서 가자. 어차피 즐겁자고 사는 인생 아닌가!"
우리 같이 즐기면서 재미나게 가보세.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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