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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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여파로 사월마다 있는 아버지의 장례미사를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미사는 없어져도 추모의 마음은 변함이 없길 바라며 저는 사월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많은 모임들이 미뤄지거나 취소되면서 여유시간도 많이 생기게 되어, 그 일환으로 몇 달 전부터 생각해왔던 프로젝트를 좀 더 깊이 생각해보았습니다.
그것은 아버지께서 보내시던 마지막 마음편지의 주제와 관련이 있었습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보내시던 마음편지는 ‘내 영혼을 바꾼 불멸의 문장’이라는
주제로 꾸려져 있었습니다. 변화경영사상가였던 아버지에게 영감을 주었던 책들에 대한 감상과 질문이 주를
이루고 있었지요. 그 중에 절반 정도는 시의 형태로 쓰여 있습니다. 제
눈길을 끌었던 것은 이 부분이었습니다. 시적인 배열로 적힌 글을 통해 저는 책의 저자들이 전하는 깊고
고요한 곳에서부터 흘러 넘치는 메시지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사회라는 무리의 요구 대신 자신의 목소리를 따라 가라, 자신의 인생이
아닌 것은 모두 버리고 오직 나의 삶만을 남겨 힘껏 살아가라.. 간단한 문장이지만 일상 속에서 얼마나
쉽게 잊혀지는 말입니까. 거기에 시의 형태로 적혀 있으니, 메시지가
책을 읽을 때보다 더 쉽게 마음 속으로 날아들어 왔습니다.
아버지는 매일
쓴 글들을 다듬어 마음편지나 칼럼에 넣곤 하셨습니다. 마음편지에 썼던 글들은 단초가 되어 다음 책에
활용되곤 했습니다. 즉 마지막에 보내셨던 주제와 관련된 편지들은 아버지가 끝마치시지 못했던 원고였던
것이지요. 저는 이 원고를 마무리 지어보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일상적으로 생기는 작은 시험대에도 쉽게 주눅들고 긴장하는 제 자신을 위해서 말이죠. 고전에서 퍼올린
불멸의 문장들로 적힌 독서시가 나의 삶을 더욱 깊고 자유롭게 만들어줄 수 있다면, 그리고 이 문장들을
주문처럼 늘 기억하고 다닌다면, 정말 제 삶에서 삶이 아닌 것들을 떨쳐낼 때 큰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의 첫 번째
책을 쓰면서 저는 아버지와 함께 보낸 소중한 기억들을 많이 있어 부족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움을 굳이 대자면, 그것은 아버지로부터 직접 배울 수도 있었을 것들, 특히 글에 관한 가르침을 배울 기회를 영영 놓쳐버린 것이었습니다. 아버지와
딸이 함께 완성한 책을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그럴 기회는 없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쓰시고자
했지만 마무리되지 못한 미완성 원고가 있으니, 그것을 제가 이어 써보고 싶다는 마음도 생겼습니다.
기특한 동기였지만, 고전과 독서시에 대한 고민과 아이디어가 많이 필요한 주제이다 보니, 원고를
붙잡고 있다가 어영부영 시간이 많이 흘러버렸습니다. 아마 저도 모르게 너무 진지하게 생각해버린 모양입니다. 아버지께서는 무슨 일을 하든 즐겁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늘 말씀하셨습니다.
부담이 너무 크면 상상력이 줄어들게 마련이니, 부담은 내려놓고 재밌게 아이디어를 짜내어
글로써 다양한 실험을 해보려 합니다. 실패할 수도 있겠지만, 재미있게
써보고 싶습니다.
또 한가지 다행인
것은 함께 쓸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변경연에 아직 글을 쓰고 싶다는 꿈을 완전히 접지 않은 분들이
있어, 함께 일주일에 한 편씩 글을 올리자는 약속을 하고 이렇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길이 만만치는 않지만 또 함께 고민할 동료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든든합니다. 이번 원고를 통해 조금은 더 깊이가 생기고, 경험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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