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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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009년부터 12년째, 유치원생부터 학부모, 교사까지 책을 같이 읽고 활동을 하거나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3세부터 7세까지 그림책을 읽어주고 그와 관련된 내용을 몸으로 표현했습니다. 어린아이들이라 7세만 만들기 같은 활동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3학년 반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1년간 월별 주제를 정해 책 읽기와 발표, 이야기 나누는 활동을 했습니다. 5월 가정의 달에는 가족을 주제로 1달 동안 가족 구성원부터 입양, 죽음까지 다양한 책을 읽고 활동을 했습니다. 활동으로 가족계보 만들기를 해보니 아이들이 친척의 촌수를 잘 모른다는 사실과 친가보다는 외가의 친척을 많이 썼습니다. 친가보다 외가 친척의 교류가 많다는 것이겠지요.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알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책을 통해 가족 간 갈등이 자신만이 겪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모습도 발견했습니다. 자연스런 독서 치유가 되어 신기했습니다. 제가 일주일에 한 번 책 읽어주는 것이었지만 반아이들 사이에 책 읽는 분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제가 읽어준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와서 읽고 서로 책에 관해 이야기한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뿌듯했습니다. 아들이 4학년에 진학하고 담임교사에게도 제안을 했으나 원치 않으셔서 못했습니다.
아이들의 개인 독서지도를 통해 어른과는 다른 생각을 알게 되었습니다. 성인인 이주여성, 교사, 사서, 학부모들도 그림책을 좋아했습니다. 이제는 영화와 책, 명화와 책 등 매체를 통한 통합독서로 확장해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제가 교정시설 중에서도 성인이 아닌 미성년을 대상으로 독서강의를 하고자 하는 이유는 그동안 독서활동의 경험을 소년원 아이들에게 나누고 싶어서입니다. 학폭폭력 가해자였던 아들의 경험을 계기로 푸른나무재단(청예단) 전화상담봉사를 하게 되었고, 학교의 학폭자치위부터 경찰, 검찰, 소년재판을 겪은 경험을 글로 써서 출판도 했습니다. 천종호판사가 주관하는 2인3각 프로그램(비행청소년 선도하는)에 참여해 중학교 2학년생과 함께 제주도 8박9일 걷기도 했습니다.
푸른나무재단에서 법원수강명령으로 진행한 집단상담 코리더로 참여했습니다. 20시간을 7명의 고등학생 나이의 남녀 학생 또는 학교밖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었습니다. 법원명령이라 안 할 수 없는 시간이고 자발적 참여가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시간만 채우려는 모습을 보며 좀 더 변화에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직접 소년원 아이들을 만나 책을 읽고 활동하고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저와의 독서활동이 소년원 아이들에게 성취감과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기회가 될 거라 여깁니다. 긍정적인 피드백보다 부정적인 피드백을 훨씬 많이 듣고 살아온 아이들이 교정시설에서 제빵 기술을 익히며 성취감과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아이들이 변화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빵을 만든다는 것이 정확한 양과 정확한 시간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보니 허투루 할 수 없을뿐더러 자신이 만든 빵을 같은 방을 쓰는 아이들에게 가져다주면 고맙다는 말을 듣는다고 합니다. 이 아이들에게 음식은 생존과 직결되는 것이라 중요하거든요.
집단상담과 2인3각에 참여하며 비행청소년이 일반학생과는 다른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힘과 돈, 사람에 대한 의존, 미래에 대한 불안 등. 환경적인 문제를 아이들이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자신에 대해 생각을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책을 많이 읽지 못했을 아이들에게 그림책과 영화가 있는 책을 보여주면 책에 흥미를 가질 것입니다. 단순히 책만 읽는 것이 아닌 토론에 참여하고 글쓰기를 통한 결과물을 문집형태로 만들어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면 자신에 대한 자존감도 올라가리라 생각됩니다. 참여한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느낌을 같이 공유하고 나누는 과정을 통해 나와 다른 생각에 대한 수용하고 공동체를 경험하는 기회도 될 거라 여겨집니다. 또한 그 경험들이 모이면 사회에 나가서도 잘 적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저와의 독서활동을 통해 교정시설에서의 시간을 의미 있게 지내고, 나아가서는 퇴소 후의 생활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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